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제공: 대한항공

한진그룹이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을 한진그룹 동일인(총수)로 지목했다. 승계를 두고 가족 간 불화설이 일단락됐으나 상속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13일 오후 조원태 회장을 총수로 지정하는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진그룹이 동일인 지정을 미루고 있다며 공정위가 공개적으로 지목한 지 5일 만의 일이다.

14일 한진그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전날 변경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 맞다"며 "기타 필요한 서류는 오늘 접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15일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를 앞두고 시일이 촉박해 우선 스캔 본을 제출한 것이다.

공정위 지목으로 한진그룹이 내부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간접적으로 드러남과 동시에 승계 구도에 오른 조원태 한진칼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이 갈등을 겪고 있다는 불화설이 제기됐다.

지목 당시 내부적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소명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보도자료가 결정적이었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작년 12월부터 폐 질환으로 관련 수술을 받는 등 후계 구도 정리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나 별도 유언 없이 숙환으로 별세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두고 조양호 전 회장의 17.84% 지분을 삼남매와 어머니가 상속받더라도 지분 차이는 크지 않다. 법정 상속 우선순위에 따라 일정 비율로 상속받으면 조원태 회장은 6.30%로 조현아, 조현민 씨와 비교해 치분 차이가 0.01% 내외에 불과하다.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5.94% 지분을 확보하게 되어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02년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 회장 별세 이후 조양호, 조남호, 조수호, 조정호 네 형제들이 유산 배분을 놓고 소송전을 불사한 것을 겪은 조 회장이 삼남매가 화합하라는 의미에서 의도적으로 지분 격차를 두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조원태 회장이 동일인으로 올랐으나 이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첫발을 내딛는 것이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가족들간의 합의로 조원태회장이 동일인으로 지명되었다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우선 갑질 사건으로 일시적으로 물러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의 복귀는 가족들이 합의했더라도 국민 정서상 당분간은 힘들 전망이다. 

또,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과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지켜내기 위해 지분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되어야 한다. 하지만 조양호 전회장의 유언이라도 가족 각자가 지분에 기반을 둔 합의여서 공고하지 못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한진그룹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는 상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사회 내부나 가족 간의 일은 알 수 없다"며 지배구조 안정화 관련 "별도 계획이나 입장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경영권 승계 → 가족들의 지분및 역할에 대한 합의→경영권 강화및 기업이미지 쇄신책 발표 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한진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이제 첫단추를 꿰었다는 평가가 힘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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