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 사진. 구혜정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타계 이후 새로운 총수로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그룹 측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일인(총수) 지정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남매간 경영권 갈등이 발생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8일 폐 질환으로 별세한 고 조양호 회장이 유언으로 "가족들이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는 말 외에 별도 지분 정리를 위한 공증 유언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면서 상속 지분을 두고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씨 등이 다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고 조양호 전 회장이 17.84%를 갖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신임회장이 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2.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승계 관련 가족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법정 상속 우선순위에 따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1.5 삼남매는 각각 1의 비율로 상속을 받으면 조원태 회장이 6.30% 조현아 전 부사장이 6.27%, 조현민 전 전무가 6.26%, 이명희 전 이사장 5.94%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조원태 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하게 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승계를 한다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진칼을 장악할 수 없다. 사모펀드 KCGI가 특수목적법인 그레이스홀딩스 등을 통해 한진칼 지분 14.98%를 확보하고 있어 최소 3인의 가족이 합의를 통해 우호 지분을 결집해야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

또, 최대 1700억원 안팎으로 보이는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과정에서 지분 등을 일부 매각하면 실제 확보 지분은 줄어들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조현민 조현아 씨가 과거 한진그룹 2세 승계 과정과 유사하게 계열사 경영권을 일부 넘겨받는 조건으로 장남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 회장이 별세한 뒤 장남 조양호, 차남 조남호, 3남 고 조수호, 4남 조정호 네 형제들이 유산 배분을 놓고 소송전을 불사하는 등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바 있다.

또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지분과 공익법인 정석인하학원, 정석물류학술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3.22%의 지분을 누가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승계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석인하학원은 조양호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주요 계열사 전현직 임원 등을 이사회에 임원으로 선임하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사회에서도 상세한 내용을 파악 못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직계 가족 중 누구라도 경영권을 문제 삼으면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어 한진그룹 지배구조 안정화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진그룹이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15일 직권으로 동일인을 상정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한진그룹 특수성을 고려해 지분율, 경영 참여 정도, 직간접적인 지배력 행사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을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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