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광수 / 사진=NEW

특별하되 특별하지 않을 것.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특별함을 강조하면서도 일상 속 장애인들의 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 안에서 이광수는 지적장애인 동구 역을 맡아 과하지 않게 캐릭터를 완벽히 재현했다. 세밀한 표정 연기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뭉클하게 하는 눈물 연기는 배우로서 이광수의 진면목을 다시금 재확인시켰다. 특별하되 특별하지 않을 것, 이광수는 그 어려운 명제를 가장 충실히 실현시킨 좋은 배우다.

Q.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이었어요. 연기함에 있어서도 고민의 순간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이광수:
감독님이 제게 자신감과 확신을 주셨어요. 연기 잘한다고도 해주시고, 눈빛이 좋아서 대사 외의 것들을 잘 잡아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격려를 해주셨어요.

Q. 눈빛이 너무 맑아서 초식동물 같다는 말도 있었어요(웃음).
이광수:
눈빛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전에도 그런 류의 이야기를 작가님이나 감독님, 선배님들께 들은 적이 있어요. 표정이 아닌, 눈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게 많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Q. 이번 역할은 어땠나요.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던 캐릭터라고 생각하는데.
이광수:
일단,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사가 많진 않았어요. 그리고 영화에는 다 나오지 않았지만 동구가 어디까지 생각하고 또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 계속 연기를 하고 있어야 했거든요. 감독님과도 많이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기도 했어요. 그런 것들을, 표정이나 행동 그리고 눈빛으로 많이 표현하려 노력했죠.

배우 이광수 / 사진=NEW

Q. 그런 노력의 결과를 보고 만족스럽다고 느꼈을까요.
이광수:
저는 원래 스스로 만족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웃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재밌게 봤고, 현장에서 또 그만큼 열심히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만족도가 높아요.

Q. 주변 동료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이광수:
‘런닝맨’ 팀들이 시사회에 와줬어요. 하지만 끝나고 나서 딱히 영화 내용이나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던 것 같아요. 다들 그런 얘기에 낯간지러워 하거든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영화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SNS에 연기를 잘 한다고 칭찬도 해줘서 뭉클하고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Q. 배우 신하균이 “이번 영화는 이광수가 있었기에 완성됐다”고 극찬을 했어요.
이광수:
신하균 형과 동구 캐릭터를 같이 만들었어요.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특히나 이번 작품은, 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영화적으로 표현하려 하다 보니 준비한 걸 현장에서 계산한 대로 하질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대사를 보고 큰 동선에서 동구가 느끼는 감정을 생각한 다음 현장에서 하균 형과 맞춰보고 이야기하면서 만들었어요.

Q. 신하균이 인터뷰마다 칭찬을 많이 해서, 기사를 통해서도 좋은 말을 많이 접했겠어요(웃음).
이광수:
대놓고 칭찬하는 건 사실 어렵잖아요. 그런데 이번처럼 기사를 통해서나 제 3자 입을 통해서 칭찬을 들으니 너무나도 감동스러웠어요. 저를 그렇게 생각해준다는 것에 뿌듯하기도 했고요(웃음). 지금도 신하균이라는 선배님은 제게 큰 존재예요. 선배님의 영화를 보면서 자란 세대이기도 하고, 군대 시절 외박을 나와서 ‘웰컴 투 동막골’을 보기도 했었어요. 그런 곳에 나왔던 분이 저에 대해 좋게 말해주니 감회도 새롭고 정말 좋아요.

배우 이광수 / 사진=NEW

Q. 극 중 동구는 생각할 것도 많고 조심할 것도 많지만 그게 결코 관객들에게 드러나 보이면 안 되는 천진난만한 캐릭터예요. 그 적정선을 잡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이광수:
그걸 잡아주신 게 감독님이세요. 첫 촬영 전 리딩 자리에서 감독님이 생각한 바와 제가 생각한 게 맞는지 걱정도 됐고 확신도 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첫 촬영 현장에서 감독님이 그 정도의 톤으로 하면 좋겠다고 해주셔서, 준비함에 있어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기존에 나온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기도 하고, 장애인 분들에 수영을 가르치는 선생님들께도 조언을 구했어요.

Q. 신하균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이광수:
형도 낯가림이 심하고 말도 많지 않은 편인데, 촬영 전부터 형이 많이 노력을 해주셨어요. 먼저 만나자고도 해주시고요. 덕분에 저도 형을 편하게 대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현장에서도 스태프들과 감독님, 후배를 대하는 형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후배들을 부담스럽지 않게 챙겨주셨거든요. 저도 후배들이 많아지면 형처럼 하고 싶어요.

Q. 앞선 시사회에서 “신하균처럼 살면 성공한 삶”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요.
이광수:
방금 한 말과 비슷해요. 연기적으로도 형의 팬이고 현장에서 많이 배우고 느꼈지만, 형의 위치에서 보여주는 태도와 건강함 같은 걸 본받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형 나이가 됐을 때 제가 형처럼 된다면 제 삶은 성공한 거겠죠? 하하.

Q. 주변에 본받을 형들이 많죠. 대표적으로는 ‘런닝맨’의 유재석이 있어요. 많은 자극을 받을 것 같은데.
이광수:
사실, 유재석 형처럼 살 자신은 없어요(일동 박장대소). 재석이 형을 보면 정말 대단하고 본받고 싶지만 저는 그렇게는 못할 것 같거든요. 예를 들자면, 재석 형은 모든 스태프들의 이름을 다 외워요. 온지 얼마 안 된 막내 스태프들의 이름까지도요. 그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배우 이광수 / 사진=NEW

Q.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네요. 좋은 사람이란, 뭘까요.
이광수:
개인적으로 저는 스스로의 행복감을 중요시해요. 남들한테만 잘하는 게 아니라 제 스스로도 행복감을 느끼면서 잘 해야 좋은 사람 같거든요. 남들이 봤을 때 착한 행동이어도 본인이 불편하면 결국은 한계가 있는 거니까요. 저도 그래서, 재석이 형이나 다른 분들처럼 어떤 행동이든 스스로 먼저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남들에게 보이는 부분도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저의 행복감을 느끼는 선에서 좋은 일을 하는 게 곧 좋은 사람이라 생각해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고.

Q. 극 중 폐허가 된 ‘책임의 집’을 찾아가 오열하는 장면이 참 인상 깊었어요. 이광수라는 배우가 이렇게 연기를 잘 하구나 느꼈던 장면이기도 하고요.
이광수:
감독님도 촬영 전부터 그 장면이 중요하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요. 그리고 운이 좋게도 실제 극의 흐름대로 촬영을 했거든요. 하균 형과 함께 촬영하다가 그 장면에선 실제로도 떨어져 있는 상태로 찍게 되다보니 공허함도 느꼈어요. 그리고 감독님이 그 장면에서는 더 순수하고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울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저 역시도 잘 준비할 수 있었어요. 물론, 현장 분위기에도 도움을 받았고요.

Q. 5살의 세상을 살아가야 했던 35살의 이광수로서는, 극 중 동구의 선택을 완벽히 이해하고 연기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이광수:
동구가 이 장면에 대해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고 언제 동구가 그런 결심을 했는지에 대해 감독님과 현장에서 정말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감독님도 동구의 결정에 대해 명확하게 관객들에게 설명하는 게 좋은지, 관객 분들에게 이해의 몫을 넘기는 게 나을지를 고민했다고 들었어요. 그런 걸 세부적으로 잡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으면서도 어려웠죠. 그걸 대사로 표현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Q. 이번 영화를 통해 인식의 변화를 겪은 게 있다면.
이광수:
이전까지의 장애인 소재 영화는 장애인을 위로하거나 도움을 주는 내용들이었어요. 하지만 저희 영화는 장애인들끼리 서로 도우면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내용이 담겼죠. 특별히 희화화하지도 않고 신파적이지도 않아서 많이 공감했던 기억이 나요. 촬영을 통해 전보다는 더 장애인에 관심을 갖게 됐고, 기본적인 용어 표현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죠. 제가 느낀 것들을 관객 분들도 느끼시며 친근감을 갖게 되면 좋겠어요.

배우 이광수 / 사진=NEW

Q. ‘아시아 프린스’라는 수식어가 영화 홍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웃음).
이광수:
사실, 저희 영화 내용과 소재 자체가 해외에서 보셔도 공감을 많이 할 수 있잖아요. 그게 참 감사해요. 개인적으로는 해외를 ‘런닝맨’ 팬미팅 같은 관련 행사들로만 가봤지 영화를 갖고 간 건 처음이거든요. 영화를 보실 때 어떤 생각 드실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돼요.

Q. 어느덧 데뷔 12년차예요. 돌아봤을 때 지난 삶이 어땠던 것 같나요.
이광수:
저는 늘 만족하는 편이어서요. 지금의 행복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큰 목표를 두고 달려가다 그걸 이루지 못하면 실패한 느낌이 들 것 같거든요. 근데 다행히 저는 전부터 큰 꿈이 없었어서 지금의 행복감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12년 동안 잘 유지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해요.

Q. 12년 전 이광수보다 지금 더 못해진 게 있다면.
이광수:
쉬는 시간을 잘 보내지 못 한다는 것? 쉬는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 하고 있어요. 이전에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여행도 가고 싶었는데 요즘은 취미도 없고 그렇거든요. 새로운 관심사를 찾으려 하고 있죠. 외국어나 악기를 배워보려고도 하고, 얼마 전에는 신하균 형이 스쿠버를 좋아해서 그것도 같이 하러 간 적도 있었어요(웃음).

Q. 35살, 앞으로의 10년과 20년을 어떻게 더 보내고 싶나요.
이광수:
일적으로는 다작을 하고 싶어요. 물론 잘해야 하고요. 나중에 필모그래피를 봤을 때 제가 쉬는 시간 없이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외적으로는, 지금에 만족해서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10, 20년 후에도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남아 있어서 지금의 행복감이 유지되면 좋겠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물론 좋지만요.

배우 이광수 / 사진=NEW

Q. 대화를 하다 보니 느낀 건데, 도전적인 성향보단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이광수:
작품 선택할 땐 다른 것 같지만 대체적으로는 욕심내고 거창한 걸 바랄 때 스스로 스트레스가 커서 현실에 충실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많이 불안해하기도 하고 제가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도 많았거든요. 하지만, 생각이 점점 바뀌는 것 같아요.

Q. 예능과 연기를 겸업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나 부담감도 없진 않았을 것 같아요. 어찌 됐든 예능에 출연한 이상 예능인으로서 이미지가 소구되는 건 피할 수 없으니까.
이광수:
그런 얘기를 듣긴 했어요. 연기를 봐도 몰입이 안 된다는. 반면에 예능의 친근감이 연기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런닝맨’ 초반에는 그런 말들에 위축되고 신경도 많이 썼어요. 하지만 이제 ‘런닝맨’도 9년차예요.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해보니 제가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싶다고 해서 바뀌는 것도 아니고, 어떤 분들께는 제가 쭉 ‘런닝맨’의 이광수로만 남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저대로 열심히 드라마와 영화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예능인으로서도 매주 건강한 웃음을 드리려 해요. 예능인이면서도 배우일 수 있는 게 감사하단 생각이 들거든요. 이러면서 스스로의 행복을 찾는 것 같아요. 스스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Q. 관객들이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 이광수를 어떻게 봐줬으면 하는지 궁금해요.
이광수:
이번 작품은 배우 개인적으로보다는 ‘영화’로 더 좋게 봐주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좋은 칭찬을 들으면 좋겠지만, 영화 특성상 장애인 분들이나 장애인 가족 분들이 어떻게 보실 지도 걱정이 많이 되거든요. 그분들이 이 영화를 좋게 봐주시는 게 일단은 저의 첫 번째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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