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말(馬)의 해를 반기며 말(言語)과 뒤섞어 ‘말이 싫어하는 사람은 누굴까’라는 퀴즈가 유행했다. 답은 말꼬리 잡는 사람, 말허리 끊는 사람, 말을 이리저리 돌리는 사람, 말 바꾸는 사람, 말머리 돌리는 사람, 말 더듬는 사람. 일종의 말장난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책 제목처럼 같은 언어를 쓰지만 서로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현실과 겹쳐보인다.

유머야 웃고 넘길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말을 하면서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일이 실제로 자주 벌어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손해볼 일이 그만큼 많아질게 분명하다. 더구나 얘기를 나누는 당사자가 둘이 아니라 셋을 넘는다면.

이런 현상은 기업들의 사회공헌, 자선활동, 윤리경영 등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활동 과정에서 흔히 발생한다. 기업의 CSR 활동은 늘 파트너를 동반한다. 공공기관이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고, 비영리기구(NPO)들이 중간에서 매개역할을 한다. 여기에 작은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가 CSR 활동의 파트너가 된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데는 여러 주체들이 힘을 합치는게 요즘의 상식이다.

문제는 서로의 언어가 다르다는데 있다. 같은 말을 하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있고, 그게 쌓이다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의심이 증폭된다는 것이다. 최근 코스리 포럼에서 ‘사회혁신공간 데어‘의 정상훈 사무처장은 이런 일화를 소개했다. “사회적기업가들은 미션에만 집중해 기업으로서 특성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못한다. ‘전략적 검토가 필요하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대기업 담당자의 이메일을 보고도 거절의 낌새를 전혀 느끼지못한다” 정 사무처장처럼 NPO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통역해주는 전문가 역할도 해내고 있다고 한다.

같은 포럼에서 한국사회기업진흥원 장원찬 자원연계팀장은 지난해 실시했던 설문조사결과를 토대로 지금 당면한 3가지 문제를 토로했다. ‘정보부족’, ‘커뮤니케이션 단절’, ‘부족한 인적자원’등인데 특히 커뮤니케이션 단절과 관련, “같은 한국말을 해도 의미전달이 안된다고 한다. 이러니 신뢰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기업과 사회적기업간 신뢰지수가 너무나 낮아 놀랐다. 결국 신뢰가 부족하니 서로 이용만 할 뿐이다”고 전했다.

포스코건설 사회공헌그룹 송상훈 과장은 지난해 11월 카자흐스탄에서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봉사단 해피빌더(Happy Builder)와 함께 문화교류 활동을 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분들까지 포함해 여러 당사자가 함께하는 일이어서 말들을 조정하는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소통의 어려움을 겪으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말했다.

사회전체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시민의식을 갖춘 소비자가 등장하면서 기업이 달라지려한다. 사회적기업진흥원 장 팀장은 “기업들이 기부나 일회성 사업 등 보이는 것들에 치중해온게 사실이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일이 중요함을 설득해왔다. 이제 가치사슬내에서 협업사례가 늘고 있다”고 낙관했다. 정 사무처장도 “기업과 사회적기업, 공공부문 등 다양한 주체들의 합의와 성공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야 신뢰가 형성된다. 각자 잘하는게 있다. 협업방식이 아니면 안된다. 돈 쏟아붓는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다. 작은 성공경험을 쌓아야한다”고 가야할 길을 제시했다.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 활동의 매뉴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카자흐스탄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송 과장은 해외사업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그래야 지속가능하게 사회적책임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 사무처장의 주장은 귀기울일만하다.

“많은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그동안 정부등 공공부문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한계가 드러났다. 경제주체간 협업이 아니고선 해결할 수 없다. 그동안의 성공사례는 다 협업에서 나왔다. 영리기업과 공공부문, 시민이 만나는 프로젝트가 바로 새로운 형태의 사회변화 출발점이다”

                                   <코스리(한국SR전략연구소) 손동영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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