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공익재단들. 사진. 구혜정 기자

국세청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공익재단의 공익목적 지출을 보유 비율과 관계없이 의무화하겠다는 제도개선 방안을 건의했다.

제도가 실행되면 현재 공익재단을 통해 5% 이하의 계열사 지분을 사들여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에 악용하는 대기업의 꼼수가 일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7일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청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공익법인의 경우 주식보유 비율과 관계없이 공익목적 지출 의무 규정을 적용받게 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2018년 국정감사 시정 및 처리요구 보고서'에서 공익재단의 탈세 관리 강화 방안에 대한 질의에 이같이 밝힌 것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재단은 주식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며, 5% 초과 보유한 경우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성실공익법인에 해당하면 최대 10~20%까지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다만 공익재단이 주식을 5% 초과해 보유하는 경우 출연재산가액의 1%를, 10% 초과 시 3% 이상을 직접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해야 한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주식에서 배당수익이 나오면 그 수익을 공익목적으로 쓰게 돼 있지만, 현재로서 5% 이하의 지분을 가진 공익재단에는 배당금 외에 주식을 공익에 사용하게 하는 의무가 없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경우 지분율 5% 이하라고 해도 금액으로 따지면 수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가 될 수 있어, 일각에서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공익지출 의무 규제 기준을 정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왔다.

국세청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공익목적 지출 의무 규정에 대한) 국회의 지적이 있어서 관련 사례가 있는지 검토해 기재부에 전달(할 것)"이라면서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국회의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관련 내용을 기재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관련 방안은) 기재부에 건의한 여러 검토안 중에 하나이다. 아직 추진 단계를 논하기엔 이르고 관련 내용과 여러가지 상황을 보고 기재부가 판단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한편 작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익법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공익법인의 자산 중 주식 비중(2016년 기준)은 21.8%(계열사 주식은 16.2%)에 달해 전체 공익법인(5.5%) 대비 4배에 이르나, 정작 주식의 수익 기여도는 1.15%(계열사 주식은 1.06%)에 불과했다. 

또한 5% 이하 지분에 대해서는 출연할 때 상속세나 증여세도 면제돼, 공익법인이 주식을 보유한 119개 계열사 중 112개(94.1%)의 주식에 대해 상증세 면제 혜택을 받았다. 아울러 공익법인은 보유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 시 모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은 공익목적 사업에 쓰이기보다 총수의 우호지분으로 악용되어 왔었다. 대기업 총수 일가가 5% 규제의 틈을 노려 공익재단을 총수 일가 경영권 강화, 세제 혜택 등 편법에 교묘히 이용해왔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공익지출 의무 규정 개선 방안과 관련,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여러 곳에서 받은 건의를 검토해 수용된 것들은 7, 8월께 세법개정안에 반영해 발표할 것이다. (관련 내용도) 건의가 들어오면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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