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들의 공익법인 편법 이용 의심 사례를 통해 삼성, 현대차, 롯데, 한진 등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미디어SR은 결산 시즌을 맞이해 해당 공익법인의 건전성 측면에서 진전이 이루어졌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현대차. 사진. 구혜정 기자

현대차 정몽구재단은 지난해 공익목적 사업에 총 204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단의 총 자산 8014억원의 2.54%다.
2일 국세청의 공익법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재단이 지출한 총 비용은 466억원으로,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전입액(235억원)을 빼면 공익목적사업을 수행한 비용은 204억원 가량이다. 미래인재양성, 소외계층지원, 문화예술 등 4개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했다. 2017년 사업 비용(210억)에 비해 6억원 가량 감소한 규모다. 미디어SR은 지난해 공익재단의 2017년 목적사업 지출비용이 자산대비 과소하다는 지적을 했는데 지난해에도 2017년도(2.55%)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재단의 총 수익은 467억원으로 모두 공익목적사업 수익으로 분류돼 있다. 이중 사업 수익이 258억원, 고유목적사업준비금 환입액이 208억원이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비영리법인이 고유목적사업이나 지정기부금에 쓰기 위해 일정한 한도 내에서 손금으로 계상한 적립금을 말한다. 환입액은 공익목적사업에 지출하기 위해 준비금에서 환입한 이익금이다.
나머지 사업 수익은 '기타' 사업으로 분류돼 있는데 이는 배당 수익(68억원)과 분배금 수익(190억원)이다. 지난해 재단에 출연한 출연금이나 기부금은 없었다. 오직 주식과 금융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으로만 공익사업을 영위했다. 2017년 사업 수익은 236억원으로, 22억원 가량 증가했다. 

재단은 그동안 총자산에 비해 공익목적 사업에 사용하는 비용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몽구 회장은 재단에 사재 8500억원을 출연했지만 실제로 재단은 주식 배당과 분배금으로 얻는 수익 이상의 지출은 하지 않았다. 2018년 기준 재단의 총자산은 8014억원으로  전년도 총자산(8280억원) 대비 3.21%(266억원) 감소했다. 토지와 건물은 없고 오로지 주식 및 출자지분과 금융 자산으로 운영된다. 재단이 보유한 주식은 3295억원으로 현대글로비스가 2155억원, 이노션이 1139억원을 차지한다. 이는 총자산의 41.11%에 달하는 비율이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2007년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출연한 사재로 설립된 공익 재단이다. 문화예술 및 미래인재양성, 소외계층 지원 분야의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재단은 공연시설 건립 및 운영, 예술인재 양성, 나라사랑 장학지원, 청년사회적기업가 육성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재원은 정몽구 회장의 출연금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재단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이노션의 지분 9%와 현대글로비스 지분 4.46%를 가지고 있는 주요 주주다. 정몽구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본인 지분을 일부 출연한 것이다. 이노션은 총수 일가 지분이 80.0%(정성이 고문 40%,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40%), 현대글로비스는 43.4%(정몽구 회장 11.51%, 정의선 부회장 31.88%)로 정부의 규제 대상이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총수 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를 넘는 대기업 계열사 중에서 내부거래액이 연간 200억원을 넘거나 연 매출액의 12%를 넘으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그룹 특수관계인들은 따라서 30.0%로 지분율을 낮췄다. 현재 총수 일가가 보유한 이노션 지분은 정성이 고문 28%, 정의선 부회장 2%이며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정몽구 회장 6.71%, 정의선 부회장 23.29%다. 문제는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두 계열사의 지분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재단의 2018년 공익법인 결산 공시에 따르면, 재단은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지분 모두를 의결권 행사에 사용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해 8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38년 만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르면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상장 계열사에 한해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해 15% 한도 내에서 예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총수일가의 지분율 기준을 현행 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20%에서 상장과 비상장의 구분 없이 20%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된 뒤 지난 3월 28일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 안건이 상정 됐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현대차 총수 일가는 당장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 20% 이하로 낮추고, 재단을 통한 의결권 행사 역시 제한받게 된다.

현대차 계열사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아직 법안이 통과된 게 아니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재단의 2018공시에서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회계기준 개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재단은 올해 공시에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기부금 사용처를 기재하지 않고 공란으로 두었고 출연받은 재산의 공익목적사용 현황도 기재하지 않았다. 또 홈페이지에 이사회 이력과 평판 등의 프로필 및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그대로다.

이에 국세청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공시 내용에 오류가 있으면 재공시를 요구하고 있다. 기부금 지출명세서나 출연받은 재산의 공익목적사용 현황의 경우 지난해 신규 기부금이나 출연금을 받은 사항이 없다면 공란으로 두어도 된다"라며 "해당하는 서식만 제출할 수도 있고, 제출은 하되 0원으로 기재할 수도 있다. (모든 공시를) 정상적으로 제출했다면 해당 사항이 없으면 공란으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국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공익법인 공시자료 분석 결과, 지난해 재단에 제기되었던 투명성 문제는 회계기준 개편으로 일부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공정성 문제가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논란의 재단, 삼성 편 ①] 삼성생명공익재단, 내부거래 1254억원. 목적사업비는 3배이상 늘어
[논란의 재단, 현대차 편 ②] 정몽구재단 공익목적사업 지출 자산의 2.54%
[논란의 재단, 롯데 편 ③] 롯데장학, 계열사 주식 4천억 달해
[논란의 재단, 한진 편 ④] 총수일가 영향력 건재 VS 공익사업 지출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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