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사진. 구혜정 기자

 

국가공무원이나 교사에 한해 정치적 표현이 금지되고 있는 현행법이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2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현행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규에서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표현, 정당가입, 선거운동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헌법, 국제규약 및 해외사례, 과잉금지 등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는 국회의장에게, 공무원·교원이 그 직무와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인사혁신처장, 행정안전부장관, 교육부장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에게는 공무원·교원의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관련 소관 법률 조항 및 하위 법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의 이번 판단과 관련, 1년차 공무원 A씨는 미디어SR에 "공무원도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공무원 개인의 정치적 의사가 업무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나 감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10년차 교사 B씨는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된다는 느낌은 든다. 다만 업무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는 있기에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악영향을 주는 선이 아니라면 개인 영역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라고 전했다.

인권위의 이번 판단에서도 업무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을 강조한다. 인권위는 "미국 등 주요 OECD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계없이 시민적 지위에서 행한 정치적 표현행위까지 과도하게 제한, 발전된 민주주의국가의 인권보장 수준 및 선진적인 정치제도와 사회·문화적 관용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보고 있다.

인권위는 "현행 법에서 공무원·교원이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공무원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한 것인지 아니면, 시민의 지위로 개인적·사회적 생활영역에서 정치적 기본권을 행사한 것인지 면밀하게 구분하지 않고 있다"라며 "단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추상적 우려를 이유로 정치적 표현행위, 정당가입 및 선거운동의 자유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원칙상의 최소 침해, 수단의 적합성, 법익균형의 원리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또한 "공무원・교원이 그 직무와 관련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것은 다수의견에 동의하지만, 공무원・교원의 정당가입 및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것은 반대하는 소수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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