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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자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 회장의 사남.

지난 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조양호 회장 직계 가족으로 인해 발생한 갑질로 인한 한진가의 추락 속에 유일하게 성공한 2세 경영자로 재평가받고 있다. 조정호 회장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을 당시만 하더라도 금융업은 한진그룹 전체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아내 이명희 씨와 두 딸 조현아, 조현민 등의 갑질 논란 속 결국 세상을 뜬 형 조양호 회장과 이미 지난 2006년 별세한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 실적 악화로 경영권을 잃고만 조남호 회장 등 세 형과 달리 유일하게 승승장구 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한진그룹과의 계열 분리 이후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조 회장은 세 형들과 마찬가지로 대한항공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고, 일찍부터 금융업을 물려받는 것으로 낙점되어 있었다. 1997년 한진투자증권(메리츠 증권의 전신)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고, 1999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아버지 사후에는 조양호 회장과 법정다툼을 벌였다. 장자승계 원칙 속에 조양호 회장이 한진그룹의 가장 큰 덩어리인 대한항공 등을 물려받으면서 동생들 사이 불만이 생겼고, 조중훈 회장의 유언장 왜곡 의혹까지 제기된 것이다. 소송은 2011년께야 정리되었지만, 형제들 사이 갈등의 골은 메워지지 않았고, 조양호 회장 생전, 둘 사이 왕래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복잡한 가족사 가운데 조양호 회장 사후, 조정호 회장이 조카(조원태)의 경영권 방어에 지원투수로 나설 것인지 여부가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메리츠금융지주 측이 "금융에만 전념할 계획"이라며 한진칼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 없음을 천명하면서 일단락 됐다. 

'형보다 나은 아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정호 회장이지만 그 역시도 비난 여론에 직면한 적이 있다. 지난 2013년 조 회장이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급여(메리츠금융지주 11억원, 메리츠종금증권 28억원, 메리츠화재 50억원, 배당금 47억원)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자 그 해 6월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듬해 3월 경영에 복귀 했고, 당시 메리츠금융그룹은 "대주주의 경영철학을 통해 사회적 책임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1920년에 태어난 그는 가정 형편 탓에 고등학교 자퇴 후 일본에서 2등 기관자 자격증을 따게 된다. 이후 화물선을 타면서 무역을 접하게 됐다. 광복 이후에는 인천에 한진상사를 설립하면서 운송업에 뛰어들었다. 한진은 한민족의 전진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사업수완이 남달랐던 그는 미군 운송권을 독점으로 따내고, 월남전을 기회로 미군 군수물자 수송을 맡아 눈에 띄게 사업을 성장시키게 된다. 특유의 사업가적 기질은 결국 박정희 전 대통령의 눈에 띄게 되고, 이는 적자에 허덕이던 국영 대한항공을 인수하게 된 배경이 됐다.

적자를 안고 출발한 항공사업이었지만, 조 회장은 1970년대 항공 화물운송과 중동으로 향하는 건설 노동자 등의 여객운송을 발판으로 성장의 기틀을 세웠다. 또 이를 계기로 대한항공은 정계의 비호를 받게 되기도 한다. 국내유일 민간 항공사로 급성장했던 1970년대에는 메리츠종합금융의 전신인 한일증권과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 한진해운 등을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등 사업분야도 대폭 확장했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1988년 5공 청문회 당시 삼성 이건희, 선경(SK) 최종현, 롯데 신격호, 현대 정주영, 럭키금성(LG) 구자경과 함께 전두환 대통령이 설립한 일해 재단에 600억원을 전달한 혐의로 출석해야 했고, 특히 조중훈 회장은 22억원을 전달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처벌은 받지 않았다. 

이후 김대중 정부 들어 1997년 괌 추락사고로 사망자가 200여명 발생하고 1999년 상하이 공항 추락사고가 터지는 등, 연이은 사고로 인해 대통령의 "잘못된 오너 경영 표본"이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결국 조중훈 회장은 퇴진하고,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취임하게 되면서 대한항공은 2세 경영으로 접어들게 됐다.

조중훈 회장은 2002년 노환으로 사망했는데, 장남 조양호 회장에게는 대한항공과 한진고속, 택배사 한진 등을 물려주고, 차남 조남호 회장에게는 한진중공업, 삼남 조수호 회장에게는 한진해운, 사남인 조정호 회장에게는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를 남긴다.   

조양호

지난 4일 별세한 한진그룹 회장이자 조정호 회장의 맏형. 지난 2014년부터 조양호 회장의 첫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황'으로 불리우는 사건을 시작으로 한진가의 갑질 논란은 2018년 조 회장의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차녀 조현민 등의 갑질 사건까지 알려지면서 정점을 찍게 됐다. 이 모든 사건사고들은 한진그룹, 즉 대한항공을 갑질 기업의 아이콘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조양호 회장 본인 역시 270억원대의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이로 인해 한진의 주가가 출렁였고, 결국 지난 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되면서 20년 만에 경영권을 놓기에 이르렀다. 이는 주주의 힘으로 총수를 쫓아낸 첫 사례로 기록됐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도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 보유 및 그의 측근 석태수 대표의 한진칼 대표이사 연임 성공 등으로 사실상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기도 했고, 또 미등기 임원으로라도 경영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그러나 지난 8일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이 새벽 미국에서 숙환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세상을 다시 한 번 놀라게 만들었다. 사망 전 그는 아들 조원태, 딸 조현아, 조현민 등에게 "가족끼리 잘 협력해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마치 아버지 조중훈 회장 사후, 그 자신이 형제들과 벌인 싸움을 의식한 듯한 발언으로 들린다.

24일 조양호 회장의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한진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이 시작됐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한진그룹의 3세 경영 승계는 완벽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오너가의 경영권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까지 겹쳐 조원태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있다. 한진칼 지분은 조양호 회장이 17.84%, 조원태 회장이 2.34%, 조현아, 조현민 씨가 각각 2.31%와 2.30%를 가지고 있는 구조인다. 조원태 회장이 아버지의 지분을 물려받아야만 한진칼 지분 13.47%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 KCGI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는다. 문제는 약 2000억원 가량의 상속세. 상속세 재원마련이 그에게 닥친 시급한 과제임과 동시에, 이를 무난히 해결했더라도 갑질 기업 낙인이 찍힌 한진그룹의 이미지 쇄신 등의 난제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경영권 방어에 있어 유일하게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는 조정호 회장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여부가 관심을 받았으나, 메리츠금융지주는 흑기사나 백기사 역할은 하지 않겠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자 조정호 회장의 측근.

김용범 당시 메리츠화재 사장은 지난 2017년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여기에는 순이익 급증 등 사상 최고의 실적이 배경이 됐다. 김용범 부회장은 조정호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산 인물로 알려져있다. 특히 최근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조정호 회장이 도움을 줄 것이냐 여부에 관한 답을 김용범 부회장이 할 정도로 조정호 회장의 측근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의 그는 대한생명 증권부 투자분석팀을 거쳐 삼성증권 캐피탈마켓사업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메리츠화재에는 유독 삼성맨 출신 인사들이 많은데, 김용범 부회장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철저한 성과주의 경영을 하는 인물이며, 인력과 구조조정도 과감히 밀어붙인다. 그런 한편, 대면보고 문서 작성을 줄이고 정시퇴근 캠페인 실시,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개혁하는 것에도 적극적이었다.

2019년 현 시점 김 부회장이 직면한 최대 과제는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다. 4년 만에 부활한 종합검사의 첫 대상자로 메리츠화재가 확정되면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특히 과도한 독립보험대리점 시책비 책정 및 치매 보험 담보 확대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해부터 시책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며, 치매보험 담보 확대 주도 등의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 조정호 회장과는 월가(Wall Street)회 모임을 통해 교류하는 재벌 인맥.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 구평회 회장의 큰 아들이다.

굵직한 금융계 인맥들로 구성된 월가회 멤버로는 구자열 회장과 조정호 회장 외에 황영기 전 한국금융투자협회장,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도 포함되어 있다. 경영면에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조언을 구하고 국내를 비롯해 해외 정세와 관련된 정보를 교류하면서 친목도 도모하는 모임이다.

한정원

메리츠금융지주 상무이자 전 청와대 행정관. 지난 3월 메리츠금융지주의 한정원 상무 영입으로 인해 논란이 일었다.

기자 출신의 한정원 상무는 2017년부터 올 초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있었다. 이후 퇴직 2달 만인 지난 3월 메리츠금융지주의 상무로 영입된 사실이 알려졌다. 계약기간은 오는 2022년 2월까지다.

현재 한 상무는 메리츠 금융지주와 종금증권, 화재해상보험 등 3개사 브랜드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영입 당시 "그룹 차원의 브랜드 전략과 언론 홍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본부장 직책을 신설했다"는 설명이 뒤따랐지만, 금융업에 대한 경력이 전무한 한 상무를 위해 없던 직책까지 만든 점과 관련 금융계 안팎에 석연치 않은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조정호 회장은 지난 해 6월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형 조양호 회장의 위기를 지켜봐온 조 회장이 한 상무의 영입을 청와대 방패막이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막내딸이자 조정호 회장의 처제.

오빠 구본성, 언니 구미현, 구명진 등이 있는데, 그 중 구명진 씨가 바로 조정호 회장의 아내다.

어머니 이숙희 씨는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딸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외사촌 사이인 셈이다. 이에 조정호 회장과 구명진 씨의 결혼이 곧 한진가가 삼성-LG와 연결고리가 된 것이다.

보수적인 LG가는 장자승계의 원칙이 지켜지기로 유명한데 반해, 구지은 대표는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삶을 사는 두 언니와 달리 일찍부터 직접 경영일선에 뛰어들었다. 입사 11년 만인 2015년에는 아워홈 부사장 자리에도 올랐다. 그러나 이른바 구지은의 사람들과 아워홈 내부 인사들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5개월 만에 보직해임 되고 말았다. 2016년부터는 결국 장남인 구본성 씨가 아워홈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현재 구지은 씨는 아워홈 관계사 캘리스코 대표로 있다. 동시에 구지은 대표의 언니이자 조정호 회장의 아내 구명진 씨와 함께 케이리스라는 플라워숍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플라워숍이 아워홈 일감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있다. 아워홈이 운영하는 웨딩 업체 아모리스에서 케이리스의 꽃을 공급받고 있는 것. 그 규모가 2017년 한 해에만 13억원에 달한다. 결국 오너가 딸들의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그림이 된다. 아워홈 자산이 5조 미만인터라 규제의 대상은 아니지만, 비난의 대상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아워홈 본사도, 아모리스 역삼점도, 또 케이리스도 모두 주소지는 역삼동 메리츠타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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