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영의 [선한마케팅]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계 신화의 추락
[선한마케팅] 황지영의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계 신화의 추락
  •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교수
  • 승인 2019.04.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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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다’

얼마 전 헬스케어 스타트업 “테라노스(Theranos)”에 관한HBO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의 소감이다. 테라노스는 실리콘 밸리의 신화에서 희대의 사기극으로 추락한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십여 년 동안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리고 지금도 자신의 신념을 믿는 것처럼 보이는 테라노스 CEO 엘리자베스 홈즈(Elizabeth Holmes)에 대한 약간은 소름 돋는 ‘대단하다’는 느낌이었다.

필자가 테라노스를 처음 접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2014년인가 포춘지에 실린 여성의 CEO, 그리고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소량의 혈액으로 260여가지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매료되었던 기억이다. 스탠포드를 중퇴하고 19살에 미국 의료업계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엄청난 잠재력의 회사를 창업한 CEO홈즈의 이력에도 매료되었다. 그런데 최근 2~3년간 테라노스의 추락에 대한 뉴스가 종종 뜨면서 대략은 알고 있었지만 이 모든 논란을 너무 잘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며 한 기업의 잠재성과 영향력, 그리고 신념에 대한 확신과 집착의 경계선은 과연 어디인가에 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포춘지 등의 주요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다룬 테라노스와 CEO 홈즈>

출처 : ictandhealth

테라노스의 이력은 간단히 다음과 같다.

  • 2003년 창업, 테라노스라는 이름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함.
  • 2012년 몇 방울의 피로 260여개의 질병 진단이 가능한 소형 혈액 진단 기기 ‘에디슨’을 선보임
  • 이후 포브스를 비롯한 주요 언론, 테크노크런치, TedMED 등 굵직굵직한 행사에서 주요 인사 뿐 아니라 타임지 등으로부터 주목해야할 ‘여성’ 지도자로 선정됨
  • 2013년 미국 1위 드럭스토어인 월그린의 투자와 함께 웰니스 센터에서 실제로 혈액 검사를 통한 질병 진단 실행
  • 총 9억 달러(1천억원)가 넘는 투자 유치, 기업 가지 90억 달러(약 10조원)에 이르는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됨. 홈즈는 자수성가한 여성중에 가장 부자로 선정되기도 함.

이처럼 승승장구하다 2015년 에디슨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운명이 급격히 쇠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유명한 기자 존 캐리루(John Carreyrou)가 미심쩍은 점을 발견하고 이후 6개월 동안 집중 취재한 결과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으면서 거대한 거짓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테라노스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의 증언들을 포함해 에디슨의 질병 진단 능력이 홈즈가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던 것에 비해 너무도 형편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홈즈를 고소했고, 90억 달러에 달하던 기업가치는 제로 달러로 평가 받았고 결국 2018년 9월 문을 닫았다.

CEO 홈즈와 홈즈의 남자친구였던 사장(Sunny Balwani) 둘다 감옥에 수감되어 재판을 받는 중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20여년의 형량과 각각 2백만 달러(약 22억원)에 달하는 벌금형이 구형될 수 있다. 테라노스 이야기를 다룬 책 배드 블러드(Bad Blood)는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 왜 테라노스가 뜰 수 있었을까?

우선 미국 헬스케어 시스템의 한계와 저렴한 헬스케어 옵션에 대한 가치에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미디어의 역할이 주요했다. 미국에서 사람들은 왠만하면 병원에 잘 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엄청난 병원비 때문이다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 같은 보험 프로그램에 속한 사람들의 경우는 많이 다르다). 어쨌든 한번 병원을 가는데는 물리적 비용과 시간이 엄청 든다.

필자의 경우, 한번은 음식을 먹다 목에 뭐가 걸려서 이비인후과를 찾아야 했는데 이비인후과는 특수 진료로 간주되기 때문에 우선 주치의(primay care doctor라는 가정의학과)를 만나야 했고, 주치의가 이비인후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의뢰(referral)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후 이비인후과에서 가능한 날짜에 맞게 진료를 예약하고 예약된 날에 진료를 받았다. 이 과정만으로 우선 기본 3-5일이 지난다. 이비인후과에서 우선 간단히 예비진료를 한 후 코에 마취제를 스프레이로 “칙칙” 뿌린 이후 전문의가 와서 카메라가 달린 내시경 같은 관을 코에 넣고 목을 살펴봤다. 이후 병원에서 날라온 청구서는 750달러, 약 80만원에 상당하는 금액이었다.

건강 보험이 있어서 그나마 일부는 커버 되었지만, 한국에서 똑같은 진료를 약 1만원~2만원에 받을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의료비가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다. 또한 얼마전에는 가벼운 접촉사고가 나서 머리를 부딪히는 바람에 밤에 응급센터(ER)를 가서 CT와 X-ray를 ‘가볍게’ 찍고 왔는데, 이에 대한 청구 금액은 6500달러 (약 7백 3십만원)이었다. 이 중 보험이 4100달러 정도를 커버해주고 본인 부담금으로 2400달러(약 2백 7십만원)를 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저렴한 헬스케어, 보다 더 많은 의료 혜택 등은 항상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정책 사안이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사안이다. 테라노스 같은 헬스케어가 “건강 진단의 혁신을 통해 모두가 혜택받는 의료 시스템” 등을 주창하게 되면 귀가 솔깃해질 수 밖에 없다.

또, 홈즈는 개인적 배경과 여성지도자로서의 역할로 주목을 받았다. 홈즈는 스탠포드 대학을 자퇴한 후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베지테리언과 심플 라이프스타일로 연구에만 매진하는 것으로 언론에 노출되었다. 유명한 빌 클린턴 같은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자랑하다 보니, 그의 말에 더 신뢰가 갔던 면도 있다. 매일 검은 터틀넥을 입는데 홈즈는 그 이유를 한정된 인지능력을 의상 선택에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설명한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장면이다. 사실 검은 터틀넥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상징적인 의상이고, 인지능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한 가지 스타일을 고집한다는 말은 페이스북 CEO인 마크주커버그가 한 말들이다. 홈즈가 금발 염색을 고집한 이유는 테크기업들의 살벌한 경쟁이 벌어지는 실리콘 밸리에서 두드러질 수 있도록 여성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었다. 개인의 경력과 사업모델의 비전과 가치 등이 여성 지도자에 목말라하는 실리콘 밸리에서 스타로 떠오르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요컨대 CEO 홈즈의 이상하리만치 집요한 (거짓된) 믿음, 미디어의 주목, 미국의 독특한 헬스케어 환경에 미디어가 함께 만들어 낸 스토리 텔링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출처 : www.standard.co.uk
개인적인 배경, 정치인들과의 인맥을 자랑했던 CEO홈즈. 출처 : www.standard.co.uk

 

# 가장 중요한 피해자는 바로 소비자들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에서 간과하기 쉬운 점이 있다. 테라노스와 홈즈로 인해 누가 제일 큰 피해를 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테라노스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한 VC 들일까 아니면 홈즈를 대단한 인물로 주목했다가 자신들의 오보를 인정해야했던 언론들일까? 다큐멘터리에서 홈즈를 믿었던 투자자들, 포브스 언론인 등은 놀라움과 실망감을 피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이 모든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가장 중요한 피해자는 테라노스의 ‘에디슨’과 비전을 믿고 그 서비스를 선택한 소비자들이라고 본다. USA 투데이에 따르면 약 17만 6천 명의 소비자들이 1백 5십만 건의 혈액 검사를 구입했고, 그 결과 총 7백 8십만 건의 진단 결과가 발생했다.

테라노스 사기의 핵심, 소량의 혈액으로 260여개의 질병을 진단한다는 에디슨. 출처 : mddionline

많은 소비자들이 월그린의 웰니스 센터를 찾았던 것은 저렴한 방법으로 질병의 유무를 알고 싶었던 때문이다. 테라노스가 제공한 혈액 검사는 소비자가 원하는 종목 별로 금액을 매겨서 원하는 종목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도록 하였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해서 혈액 검사를 진행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런데 테라노스의 무기 에디슨이 채집된 혈액으로 병을 진단한 결과가 기존 방식의 검사 결과가 일치하는 비율이 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100명 중 68명이 오진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질병 검사를 하지만 오진을 받게 되는 경우는 결국 병을 더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비용이 더 들게 되는 것이다.

스타트업에게는 자금 조달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어디서 투자를 받느냐, 얼마의 투자를 받느냐가 회사의 운명을 결정한다. 미디어나 VC들은 스타트업을 판단할 때 그 모든 분야에 대해 각각의 회사들만큼 전문적이기는 사실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이들도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어찌되었든 모든 사실이 점차 밝혀지는 과정에서조차도 홈즈의 이상할 정도의 비전에 대한 집착과 거짓말은 이해가 될 수 없다. 홈즈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진짜 그렇게까지 자신의 거짓말을 신념처럼 믿을 수 있었던 홈즈가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면에서 대단하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직 법적인 공방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앞으로의 결과가 주목되는 희대의 사기극임에는 틀림이 없다.

참조: HBO 다큐멘터리 “The Inventor: Out for Blood in Silicon Valley”, USA Today, CBS News, CNBC, The Washingto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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