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준상 / 사진=나무엑터스

유준상은 늘 바쁘다. 드라마 ‘왜 그래 풍상 씨’를 마치니 곧장 뮤지컬 ‘그날들’에 투입되고, 그 외에도 운동과 음악 공부 등 바쁜 스케줄을 소화한다. 그 원동력은 열정이다.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만 있는 날은 없다. 피아노를 치든 공연을 하든 항상 나는 뭘 하고 있다”며 웃어 보인 유준상은, 자신만의 목적 있는 삶을 위해 뜨거운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늘, 무엇인가에 매진하는 열정과 함께.

Q. 굉장히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임에도 ‘왜 그래 풍상 씨’처럼 통속극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이미지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걸까요?
유준상: 변화라고까지는 생각지 않았어요. 사실 뮤지컬 무대에서는 여러 다양한 것들을 보여주는 편이고, 공연 무대에서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 이상의 감정들이 나오거든요. 드라마에선 그런 걸 보여줄 계기가 없었는데, ‘왜 그래 풍상 씨’를 통해 제가 가진 감정들을 잘 보여주고 싶었어요. 물론 그 이전에는 작가 선생님의 대본이 재밌던 이유가 컸죠. 가족이 짐일까, 힘일까 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어요.

Q. 가족이란 단어는 사람들마다 다른 무게감을 주죠. 실제로는 가족의 중심인 가장으로서 어떤 것 같아요? 자평해본다면.
유준상: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풍상이처럼 계속 변화하려고 하고 있고요. 젊을 때 혈기왕성하고 에너지가 넘쳤던 것에 비해 지금은 열정만큼은 그대로여도 그때의 에너지는 아니거든요. 그런 것들을 최대한 유지해보려고 여러 가지를 선택해보는 거고, 하나씩 느끼고 깨닫는 과정을 거치는 거예요. 극 중 풍상이도 그런 상황으로 점점 나아갔는데, 그런 부분들이 저와 같았어요.

배우 유준상 / 사진=나무엑터스

Q. 눈물 연기도 큰 호평을 받았어요.
유준상: 원래 저는 눈물이 많았어요. 제이앤조이20 앨범에 ‘공연할 때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서 앞으로 눈물이 안 나오면 어쩌나 걱정하는 어느 연기자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연주곡을 만들었을 정도로요(웃음). 너무 걱정돼서 안과까지 갔었죠. 무대에서 가짜로 울면 관객들도 가짜로 우는 걸 알기 때문에 열심히 울었던 터라 실제로 눈물이 안 나오면 어떡하나 너무 걱정됐어요. 다행히 의사 선생님이 앞으로 10년 이상은 눈물 흘려도 괜찮을 거라고 해줬어요. 순간의 감정에 몰입할 때마다 눈물이 많이 나오는 편이어서, 그 말을 듣고 비로소 안심했어요.

Q. ‘왜 그래 풍상 씨’에서는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 답답했던 만큼 이에 대한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어요. 후반부 간 이식 전개에서는 여러 지적이 더해졌죠.
유준상: 간을 누가 줄지에 대해서는 저희도, 심지어 감독님조차도 몰랐어요. 작가 선생님이 제작사 대표나 감독에게도 안 알려주고 혼자 알고 있더라고요. 그럼에도 이야기는 정확히 핵심을 향해 전개됐어요. 작가 선생님이 처음부터 연장 안 한다고 공언했을 정도로 이야기 구성을 치밀하게 해놓은 거죠. 그래서 여러 이야기가 있었을지라도 가족 이야기가 분명하게 잘 전달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Q. 열연을 펼친 덕에 ‘2019년 연기대상’ 후보로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어요.
유준상: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에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걸 신경 쓸 나이는 아닌 것 같아요. 물론 받으면야 좋죠. 하지만 제 몫이 아닌 거예요. 제가 달라고 해서 주는 것도 아니고 받고 싶다고 해서 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언급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에요.

배우 유준상 / 사진=나무엑터스

Q. 주제의식은 분명하지만 ‘막장 드라마’라는 평가를 피할 수는 없었어요.
유준상: 속상하긴 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연기에만 신경을 썼어요. 저는 사실 욕 먹고 있는지도 잘 몰랐고요. 캐릭터가 답답하다는 평에 신경쓰기 시작하면 정말로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게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배우들 모두가 그런 평에 신경쓰지 않고 연기에만 몰두했어요. 욕 먹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매 회마다 대본리딩을 진행한 덕에 조금 더 작품의 의도가 시청자 분들게 잘 전달됐다고 생각해요.

Q. 뮤지컬 공연 ‘그날들’의 준비과정과 드라마 촬영 일정이 겹치진 않았나요.
유준상: 드라마를 위해 일부러 ‘그날들’은 3월 30일부터 참여하기로 했어요. 연습은 틈틈이 혼자서 했고요. 작년 연말에는 공연과 콘서트가 정해져있어서 드라마를 찍으면서 공연도 하고 콘서트도 했어요. 일정이 정말 고되더라고요.

Q. 상반된 작품을 오가다보면 캐릭터의 감정이 충돌하는 부분도 있을 법 한데.
유준상: 이제는 그냥 익숙해요. ‘그날들’ 무대를 보면 ‘그날들’에 더 집중하고, ‘왜 그래 풍상 씨’를 촬영할 땐 옷 입고 손톱에도 검은 떼를 칠한 뒤 머리도 일부러 띄웠어요. 같은 옷만 주구장창 입어보기도 했고요(웃음). 제작발표회 때에도 자동차 수리공 복장을 그대로 하고 갔어요. 그 옷이 아니면 풍상이라는 캐릭터를 설명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배우 유준상 / 사진=나무엑터스

Q.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통해 ‘국민남편’ 칭호를 얻었어요.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도 있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국민남편’에서 ‘국민맏형’이 됐는데, 점점 작품색이나 이미지가 로맨스에서 가족적인 방향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유준상: 다행히 무대에서는 아직 사랑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어요(웃음). 나이에 맞게 연기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그래서 저도 점점 연기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고요. 어떻게 하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죠. 한 번은 뉴욕에서 어떤 연극 공연을 봤는데, 한 60대 배우를 보고 많은 걸 느꼈어요. 그 배우가 무대에서 딱 걸어나오는 순간, 거기서 그냥 놀랐거든요. ‘나도 저렇게 해야지’라는 의욕도 생겼고요. 그런 과정들을 거쳐 더 깊이감 있게 연기와 작품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거죠.

Q. 그런 의미에서 ‘왜 그래 풍상 씨’는 성공적인 결과라 생각하나요.
유준상: 제가 못 봤던 얼굴을 풍상이를 통해 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선 만족하지만 몸 관리를 하는 상태에서 체중을 줄여야 했던 것 조금은 힘들었고요. 다만 작품을 위해서만 운동을 하진 않고요, 몸을 만들어 놓으면 좋을 것 같아서 계속 유지를 하고 있어요.

Q. 작품과 뮤지컬, 밴드 등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게 하는 유준상 만의 원동력이란 무엇인가요?
유준상: 결국은 연기예요. 뮤지컬도 연기를 위해 하는 거고요. 뮤지컬로도 연극 이상의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뮤지컬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훈련도 더 많이 해야 하고요. 그게 배우로서 뮤지컬을 계속 같이 하는 이유 중 하나에요. 음악은 제 꿈이고 제가 너무 좋아해서 음반 발매까지 해본 거고요. 제가 연출하는 거고 첫 영화는 음악 영화로 3번째 까지는 만들어 봤어요.

Q. 현재 유준상이라는 사람이 가장 크게 관심을 둔 부분은 어떤 건가요.
유준상: 여러 가지의 것들을 계속 꾸준히 하는 거요. 음악 영화도 만들고 따로 제 앨범도 만들어서 콘서트도 하고 다른 공연도 하는 등 이런 생화을 잘 유지하게 하는 게 중요해요. 결국은 건강이고 레슨이죠. 후배들에게도 배우고 공연하면서도 배워요.

Q.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한다고 느끼는 게, 앨범 재킷 사진을 담당 매니저가 찍어줬다고 들었어요.
유준상: 사진작가가 찍어야만 사진이 잘 나온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우리 매니저가 찍어도 사진작가 이상으로 잘 찍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배우 유준상 / 사진=나무엑터스

Q. 비교적 크지 않은 부분에도 의욕을 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런 유준상이 노력을 하지 않는 일도 있을까요(웃음).
유준상: 많아요. 안 되는 건 바로 포기하고요. 그림은 제가 좋아했던 거라 조금씩 그리고 있고, 20년 넘게 계속 하던 피아노와 드럼 연습도 계속 해요. 요리는 접었지만 계속 훈련을 하고 있죠.

Q. 아내의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그 열정도 펼칠 수 있다고 봐요.
유준상: 이해해주니 지금까지 같이 잘 살겠죠?(웃음). 저희는 서로 취미활동을 하는 걸 지켜봐주는 편이에요. 왜 하냐고 물어본다면 문제가 되는 거지만 서로의 영역을 그냥 인정해주는 거죠.

Q. ‘그날들’ 공연 외에도 다른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요.
유준상: ‘그날들’은 6월까지 공연해요. 그리고나서 ‘엄유민법’(엄기준 유준상 민영기 김법래) 앨범을 낼 계획이에요. 관객 분들이 반백의 아이돌이라 하더라고요. 평균나이가 48세예요. 일본과 한국 공연도 예정에 있고, 앨범도 준비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만드는 앨범도 준비 중이고 연말에는 새로운 뮤지컬을 하나 할 계획이에요.

Q. 정말 계획이 많지만, 그럼에도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목표가 있다면.
유준상: 편곡과 같은 음악 관련 작업을 꼭 배워서 잘 해보고 싶어요. 머리가 잘 안 돌아가서 못 배울 것 같았지만, 과감하게 머리 좀 돌려보려고 합니다. 앨범은, 많이 안 들어주시는 게 문제지만 ‘누군가 언젠가는 들어주겠지’라는 모토로 꾸준히 만들고 있거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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