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책임투자 시장 활성화에 국민연금이 나서야
한국 사회책임투자 시장 활성화에 국민연금이 나서야
  • 이승균 기자
  • 승인 2019.04.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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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종대 인하대학교 교수,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원시연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센터 센터장, 이은경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실장, 정하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유동화사업본부장. 2019.04.19. 이승균 기자

전 세계적으로 포트폴리오 선택 및 관리에 있어 재무적 요소 외에도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를 고려하는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금융투자협회와 유엔 책임투자원칙기구(PRI)가 공동 개최한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사회책임투자(SRI)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책임투자 시장의 활성화를 촉구하며 국민연금이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조홍래 한국금융투자협회 부회장은 축사에서 "글로벌 사회책임투자 시장은 2016년 대비 34% 성장한 34조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의 ESG 시장 규모는 미미하다. 인식이 저조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ESG에 대한 정보 확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이 2018년 발간한 보고서(GSIR 2018)에 따르면 전 세계 사회책임투자를 고려한 투자 자산은 최근 연평균 13.83% 수준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호주와 일본 시장은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는 2016년 전격적으로 사회책임투자를 선언하면서 SRI 시장에 뛰어들었다.

$ = 십억달러, 한국은 환율 $ 1,120원 기준(,,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Review 2018, 편집 미디어SR

#국민연금이 나서야 한다

패널 토론에 나선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책임투자를 확대하고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하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하며 "ESG 실행을 위한 공시 정보가 미흡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공시 개선이 이루어지면 ESG 자료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책임투자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의 생각은 달랐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은 미디어SR에 "국민연금은 PRI에 가입했다. PRI 세 번째 원칙이 적극적인 ESG 요구다. 먼저 기업에 ESG 공시를 요구해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기후변화 등과 관련한 주요 환경이슈에 글로벌 이니셔티브 TCFD 등에 대응해 정보공시 제도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책임투자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사회책임투자 규모를 26조원 대로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부 내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 자산을 직접 운용하고 민간 자산운용사를 통해 위탁하던 금액은 2조원 가까이 줄였다. 이에 현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 생태계 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책임투자 후진국이었던 일본도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나 지난 14년 동안 한국의 책임투자는 퇴보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책임투자 확대라는 국정 과제가 있음에도 위탁운용 자산 규모를 2조 씩이나 줄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류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책임투자도 생태계와 인프라가 발전해야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며 "국민연금이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기투자를 전제로 액티브 오너십이 작동할 수 있게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강조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지적은 국민연금이 책임투자에 있어 적극성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ESG 고려와 공시 의무화는 지난 2015년 1월 시행되었다. 책임투자 활성화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한 연구 용역을 2017년 하반기 마무리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반면, 2016년 기준 유럽계 연기금 자금 중 60%와 미국계 연기금의 30%가 사회책임투자 형식으로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정부 산하, 혹은 자체 결성된 윤리위원회에서 각 투자처의 ESG 점수를 산정하고 이를 통해 연기금의 포트폴리오 편입 여부 결정 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18일 세미나에서 안 본부장은 "연구용역을 토대로 책임투자 원칙을 제·개정하고 책임투자 적용 절차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간사 역할을 맡고 있는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늦어도 6월 중 기금운용본부에서 해당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 사회책임투자자·스튜어드십코드, 연금사회주의?

현장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연금사회주의로 이해하고 사회책임투자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행태를 지적하는 전문가도 다수 있었다.

원시연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국회 내에서 연금사회주의라는 상당히 큰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말이 되느냐는 질의가 쏟아졌다"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회책임투자에 관한 관심은 국회 안에서 약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 원 조사관은 "흔히 재무적 요소에 비재무적 요인까지 고려하면 여기에 정무적 판단과 정치적 요인이 끼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들을 한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 위험을 관리하는 투자 기법이라고 이야기해도 의원들의 우려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 센터장도 스튜어드십 코드가 경영 간섭과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송 센터장은 "비재무적 요소를 점검해서 우려가 심각하면 주주활동을 통해 투자 대상 기업의 중장기 발전에 기여하고 그것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아무 기업에 가서 경영 간섭을 하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오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서 한국사회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한 기반이 전혀 조성되어 있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은경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실장은 "최근 기업의 상황을 살피면 ESG에 대한 공시를 할 것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지난 10년 이상 사회책임투자를 알리고 소개해왔으나 지난주 한국의 모 화학회사가 그린본드 발행에 세계 최초로 성공하고도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대기오염 조작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ESG 공시 자체 강화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ESG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중요한데 (해당 사건으로) 회의감이 들 정도다. 한국기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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