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주혁 / 사진=드라마하우스 제공

행복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알츠하이머 환자의 이야기를 다룬 tvN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우리 모두에게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남겼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준하 역을 맡아 감정의 파고를 온몸으로 맞았던 배우 남주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 자체가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행복’이라는 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을지 모른다. ‘눈이 부시게’ 행복한 순간에 대하여, 남주혁과 진득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눈이 부시게’가 시청자들에게 여러 울림을 낳은 작품으로 남았어요. 준하를 연기한 남주혁 본인에겐 어땠나요.
남주혁: 일단, 많이 울었어요. 준하와 혜자가 다시 만나면서 끝난 게 참 다행이란 생각도 많이 들었고요. ‘눈이 부시게’는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잖아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대본을 펼쳐 보기도 전에 제목만 보고도 끌리더라고요. 알츠하이머 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Q. 준하 캐릭터와 적격이라는 말이 많았어요. 배우 본인도 캐릭터와 닮은 점이 많아서 연기하기 편했다고 언급했었죠.
남주혁: 몰입이 잘 됐어요. 감정이 쌓이니 자연스럽게 준하 캐릭터에 많이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연기하기 편했다고 얘기할 수만은 없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준하가 처한 상황과 환경은 안타까웠고, 그런 캐릭터를 계속 연기하는 저 역시도 편하지만은 않았죠. 그냥, 저도 모르게 푹 빠져있었던 것 같아요. 준하는 꿈을 위해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어떤 한 가지만은 놓고 싶지 않아 하는 느낌이었어요. 모두가 그렇잖아요. 힘들고 지치는 상황이 와도 놓고 싶지 않은 게 누구나 있는데, 그게 준하에겐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어딘가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을 청춘이라 생각하고 캐릭터에 접근했어요.

배우 남주혁 / 사진=드라마하우스 제공

Q. 몰입했던 만큼 극에서 빠져나오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남주혁: ‘눈이 부시게’의 대본을 본 순간부터, 나를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잘해야겠다 싶더라고요.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좋았던 순간을 생각할 수는 있지만 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살아갈 수는 없잖아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살아갈 수 있는 지금, 내 옆의 소중한 사람들을 잘 지키고 그 사람들을 위해 더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작품을 찍으며 심경에도 변화가 생긴 것 같다는 인식을 받았어요.
남주혁: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기보단 더 단단해졌어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제 인생의 목표 중 하나가 됐죠.

Q. 다른 사람의 행복 외에 본인의 행복은 어디서 찾는 편인가요?
남주혁: 가족과 시간을 보낼 때예요. 촬영이 없을 땐 가족이 제일 우선순위거든요. 가족과 함께 있는 게 좋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곤 해요. 진짜 행복할 때가 언제냐면, 집에 들어가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볼 때예요. 특히 겨울에는 따뜻하게 침대 매트 켜두고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가 되잖아요. 다른 것도 안 보이고 등만 달린 천장을 바라보는 게 너무 행복해요.

Q. 정적인 스타일의 집돌이인가 봐요(웃음).
남주혁: 평소에도 집에서 모든 걸 다 하는 편이에요. 가족들과 시간 보내고 강아지랑 놀아주기도 하고, TV도 보고 영화도 보고 싶은 게 있으면 찾아서 보고요. 그런 것들이 너무 행복해요.

배우 남주혁 / 사진=드라마하우스 제공

Q. 김혜자, 한지민 등 여러 선배와 호흡을 맞춘 작품이었어요. 많은 걸 배울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남주혁: 영광의 순간들이었어요. 김혜자 선생님과는 함께 연기를 하면서도 평상시에 아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었어요.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았죠. 초심 잃지 말고 더 성장하라는 말씀과 함께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한지민 선배님은 먼저 다가와 주시고 긴장도 많이 풀어주셨어요. 그래서 시청자 분들이 보시기에도 극 중 준하와 혜자의 케미가 좋아 보였을 것 같아요. 좋은 대본, 좋은 선배들, 좋은 감독님과 함께 ‘눈이 부시게’라는 작품을 할 수 있던 게 정말 행복했어요.

Q. 김석윤 감독은 섬세한 연출력으로 정평이 나 있어요. 연기에 몰입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고도 유명하죠.
남주혁: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그런 걸 느꼈어요. ‘믿어주는’ 리더라고나 할까요. 모두를 다 이끌면서 스태프들 힘들지 않게 해주고 연기하는 배우들을 위해 많은 배려를 해주셨어요. 카메라 앵글 안에 붐 마이크 대가 나와도 다 지워줄 테니까 다른 거 신경 쓰지 말고 연기만 하라고 해주셨거든요. 좋은 건 다 칭찬해주시고 안 좋은 부분은 디테일하게 설명해주셨어요. 준하 캐릭터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과장 없이 표현해달라고 하셨고요. 저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뭔가를 하려고 하거나 눈에 띄려고 한 것도 없었는데, 감독님이 정말이지 모든 걸 다 만들어주셨어요.

Q. 다양한 감정 표현이 필요했던 캐릭터인 만큼 연기에 있어 여러 가지를 배웠을 것 같아요.
남주혁: 이번 작품뿐만 아니라 매번 많은 걸 배워요. 앞으로 내가 해야 할 것들과 노력할 것들을 많이 경험하며 배우고 있죠. 다른 말 필요 없이, 그냥 저는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해서 많은 분들께 공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제 목표이자 꿈이에요. 더 많이 노력하고 나아가야겠죠?

배우 남주혁 / 사진=드라마하우스 제공

Q. 연기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네요.
남주혁: 연기를 시작한 게 21살 때였는데, 당장 제가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다만 잘하고 싶다는 꿈을 꿨죠. 그 꿈만은 놓치고 싶지 않았고, 제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됐어요. 공감을 주고 같이 울고 웃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지금은 그 과정 속에 있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더 많이 해보면서 경험을 넓혀가고 싶어요.

Q. 그래서 연기에 대한 호평을 더 갈망했을 것 같아요. 영화 데뷔작인 ‘안시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눈이 부시게’를 통해서도 성과를 거뒀는데, 점점 성장하고 있다고 자평할 수 있을까요?
남주혁: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솔직히 불안해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 감사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도 들고, 더 많이 불안해하며 생각하게 돼요. 더 많이 고민하면서 그 고민 속으로 점점 더 빠져가는 것 같아요.

Q. 과거 ‘역도요정 김복주’를 하면서 ‘청춘’ 하면 떠오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어요. 지금도 그 말은 유효한가요(웃음).
남주혁: 아직도 유효한 말이에요. 항상 마음 속에 그 말을 깊이 간직하고 있죠. 공감되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 안에도 여러 가지의 공감이 있어요. 20대의 청춘들에게 공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도 저의 바람 중 하나예요. 저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참 많은 사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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