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규탄 기자회견. 사진. 구혜정 기자

 

한국여성민우회 등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영화감독 김기덕 씨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18일 오전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규탄 기자회견에는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해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과 MBC 'PD수첩'의 PD,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기덕 감독은 2017년 자신의 영화 배우 및 스태프에 폭력 등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고소된 바 있다. 이는 지난 해 방송된 MBC 'PD수첩'을 통해 피해자 등의 발언이 공개됐다. 이후 김 감독은 'PD수첩'과 피해자에 대해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고 패소했다.

이어 지난 달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선정되면서 김 감독 역시 초청을 받았으나, 국내 여성단체의 유감 표명 등으로 인해 개막작 선정만 유지되고 김 감독의 초청은 취소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 감독은 유라비 영화제에 유감 표명을 한 한국여성민우회에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PD수첩'에 제기한 10억의 손해배상 소송까지 합하면 김기덕 감독이 지금까지 자신의 성추행 등 혐의와 관련, 총 1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셈이 된다.

김기덕 감독 규탄 기자회견. 사진. 구혜정 기자

 

또 김 감독은 18일 개막하는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영화 관계자들 및 여성 관계자들이 김 감독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마련하면서 국내외 영화계 역시 김 감독을 더 이상 두둔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게 된 배경이다.

이날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은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오롯이 진심어린 사과 뿐이다. 영화인 신문고의 모든 피해 사실이 확인된 만큼, 김기덕은 응답을 해야 한다. 세계적인 미투 열풍 속에서도 김 감독은 유바리 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초청받고,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가해자 김 감독을 두둔한 프로듀서는 현재 영화제작자와 프로듀서로 왕성히 활동 중이다. 가해자와 가해자를 두둔하는 자는 활발히 활동하고 피해자는 떠날 수밖에 없는 한국 영화 현실이 참담하다"고 전했다.

김기덕 감독 규탄 기자회견. 사진. 구혜정 기자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역시 "김 감독은 단 한 번의 사과 없이 해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수의 미투 가해자들이 관련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의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행보다. 아집과 독선으로 점철된 그의 행동은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인 것이다"라고 전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성폭력 가해자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역고소를 하거나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나 개인을 대상으로 고소하여 피해자를 위축시키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덮어버리거나 축소하려는 시도를 한다. 피해자를 전방위적으로 공격하면서 자신의 범죄행위를 오히려 피해자 탓으로 돌리고 출구를 찾아가려 한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현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피해자들은 2차 피해와 역고소로 인해 위축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감독의 역고소 제기 등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는 영화감독으로서 분명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성찰해야 한다. 명예 회복을 위해 역고소를 통해 출구를 찾고 있다면 그 출구의 끝은 더 큰 부끄러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주최 측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모스크바 영화제에는 유바리 영화제에 처럼 직접적은 유감 표명 서신 등을 별도로 전달하진 않았고, 이번 기자회견으로 대신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국영화산업노조 측에서는 향후 국내외 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을 비롯한 미투 가해자들이 자숙 없이 활동하는 것에 있어 제약을 두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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