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업체와 측정대행업체 간 주고 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 (제공 : 환경부)

LG화학, 한화케미칼을 포함한 235곳 사업장이 대기오염 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측정치를 조작해 미세먼지 원인 물질을 불법 배출한 사실이 적발됐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여수 산단 지역 다수의 기업들이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먼지·황산화물 등의 배출농도를 속인 것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작년 3월부터 최근까지 광주·전남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13곳을 조사한 결과다. 

이번에 적발된 4곳의 측정대행업체는 측정을 의뢰한 235곳의 배출사업장에 대해 2015년부터 4년간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축소하여 조작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 않고 허위 성적서를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4곳의 측정대행업체는 지구환경공사, 정우엔텍연구소, 동부그린환경, 에어릭스이며, 이들과 공모한 배출사업장은 LG화학 여수화치공장, 한화케미칼 여수1·2·3공장,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 광양태인공장,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곳으로 알려졌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6곳의 업체를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기소 의견으로 지난 15일 송치하고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나머지 배출업체에 대해서는 현재 보강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로 송치할 계획이다.

이에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번에 적발된 광주·전남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일 수 있으니 환경부 차원에서 적절한 관리감독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규모에 따라 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농도를 자체적으로 측정하거나 자격을 갖춘 측정대행업체에 의뢰하여 측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적발된 4곳의 측정대행업체 대기측정 기록부를 조사한 결과, 직원 1명이 같은 시간대에 여러 장소에서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하거나 1인이 하루동안 측정할 수 없는 횟수를 측정한 것으로 기록한 8843건은 실제 측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4253건은 실제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의 33.6% 수준으로 측정값을 축소해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에는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 기준치를 173배 이상 초과했음에도 이상 없다고 조작한 사례도 있었다. 이를 통해 강화된 배출허용기준 적용을 회피하고 대기기본배출 부과금도 면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배출업체와 측정대행업체는 오염도 측정값을 조작해 달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측정대행업체 직원은 "메일로 보내주신 날짜와 농도로 만들어 보내드리면 되나요?"라고 조작 의뢰를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냈고, 배출업체 직원 또한 "탄화수소 성적서 발행은 50언더로 다 맞춰주세요^^"라는 대화로 측정값 조작에 공모했음을 알렸다.

환경부는 이번 적발사례는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올해 2월부터 실시 중인 감사원의 '대기분야 측정대행업체 관리실태' 감사결과와 전국 일제점검 등을 통해 측정대행업체의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종합개선방안을 오는 5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환경부는 "배출사업장과 측정대행업체의 유착관계를 차단하고 측정대행업체 등록·관리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등 촘촘한 실시간 첨단 감시망을 구축해 미세먼지 불법배출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LG화학은 환경부 발표 직후 신학철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신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이번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 드린다"며 "이번 사태는 LG화학의 경영이념과 또 저의 경영철학과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어떠한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떠한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모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해당 사안을 인지한 즉시 모든 저감조치를 취하여 현재는 법적 기준치 및 지역사회와 약속한 배출량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금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관련 생산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역주민과 관계자분들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공신력 있는 기관의 위해성 및 건강영향 평가를 지역사회와 함께 투명하게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해당 사실은 작년 말에 내부적으로 인지했다"면서 "여수 화치단지의 PVC페이스트 생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방향성은 정해졌지만 구체적인 폐쇄 일정이나 인력 배치 등의 방안은 내부 의사결정을 통해 추후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 절차에 대해서는 "그 또한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화케미칼 측은 당사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아직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조치 및 보상 방안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화케미칼은 "대기오염 물질 배출에 관한 측정기록이 허위 기재된 사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하지만 적시된 공모 부분과 관련해 피의자로 지목된 담당자에 대한 자체 조사는 물론 조사 기관에서 2회에 걸쳐 소환 조사를 했지만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 공모에 대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 향후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해 소명하도록 하겠다.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며, 향후 이런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담당 직원이 여러 차례 조사를 받고 자체 조사를 해도 결백하다며 일관되게 진술한 상황이다. 더욱이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일단 검찰에 넘어갔으니 다시 조사를 받겠지만 아직은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난처하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밖엔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환경부에 적발되기 전까지 내부에서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 불안이 날로 커져 정부에서도 미세먼지 저감 조치로 다양한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밝혀진 대기업의 조작 실태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환경부 역시 관리 감독 체계 미흡에 관한 책임 소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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