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 멤버인 이낙준 이비인후과 전문의(왼쪽)과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구혜정 기자

친근하다. 농담도 잘하고, 잘 웃는다. 재밌다. 귀엽기까지 하다. 의사가 이렇게 재밌는 사람이었나? 편견을 부순다. 당신이 '닥터프렌즈' 영상을 봤다면, 의사는 더 이상 무서운 '건강 재판관'이 아니다. 

'닥터프렌즈'는 의학 전문 유튜브 채널이다. 닥터프렌즈의 의학 지식을 책임지는 전문의는 세 명.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낙준 이비인후과 전문의, 우창윤 내과 전문의다.

닥터프렌즈는 공황장애, 미세먼지, 당뇨병 등 대중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찾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 의사가 직접 설명하니 신뢰도는 200%다. '의사의 눈으로 본 예술가', '의사와 의학 드라마를 본다면' 등 의사가 보는 세상을 소개하는 콘텐츠도 제작한다. 

친한 의사 친구끼리 모여 수다 떨듯 시작한 채널이, 18만 명이 구독할 만큼 성장했다. 닥터프렌즈는 채널을 통해 선한 영향력이 세상 곳곳에 미치도록 노력하고 있다. 닥터프렌즈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의사와 환자가 더 친해졌으면 좋겠다"며 친구 같은 의사를 꿈꾸는 닥터프렌즈. 이들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나갈까? 미디어SR은 서울 강서구에서 오진승 전문의와 이낙준 전문의를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창윤 전문의는 일정상 함께하지 못했다. 서로 간 호칭은 '쌤(선생님)'이다. 다음은 1문1답.

-어떻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오진승: 저희 셋이 군의관 때부터 재미로 해보자고 얘기했었어요. 우창윤 쌤 집에서 웹캠으로 셋이 찍어보고. 하나 찍고 짜장면 시켜서 먹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된 거고요. 의사로서 하고 싶은 얘기도 있으니까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직업이 의사인데, 시간이 많이 없을 거 같아요. 촬영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오진승: 한 달에 두 번 정도 찍어요. 하루에 6~8개씩 찍죠. 10분짜리 영상을 찍으면 10분이 거의 그대로 나가요. 다시 찍은 적도 많이 없어요. 품이 많이 안 들죠. 

이낙준: 잘 보면 머리는 똑같은데 옷이 다르고 그런 날이 있을 거예요. 옷을 갈아입고 촬영하거든요. 시간을 많이 뺏기지는 않아요. 

오진승 : 촬영과 편집은 우창윤 쌤의 와이프인 심혜리 디렉터님이 따로 맡아주셔요. 저희는 각자 맡은 부분에 대한 논문 등을 조사하죠. 팩트체크에 신경을 많이 써요. 자기 영역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니까 준비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다들 어떻게 시간을 내느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생각보다 부담되지는 않아요.

이낙준 : 저는 진료를 보는 날과 소설을 쓰는 날을 구분했어요. (이낙준 전문의는 웹소설 작가이기도 하다. 현재 네이버 콘텐츠 플랫폼 '시리즈'에서 '중증외상센터'를 연재하는 인기 작가다.) 글쓰기가 처음엔 어려웠는데 점점 빨리빨리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닥프 콘텐츠에 할애할 시간이 많이 생겼어요. 단톡방에서 아이디어를 만드는데,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어요. 의사 직종이 입원환자가 없는 한 시간 관리가 괜찮은 편이에요. 

-촬영 장소나 환경이 궁금해요.

오진승: 요즘엔 창윤 쌤 집에서 많이 촬영했어요. 카페도 가고, 여러 군데에서 찍어요. 장비는 우창윤 쌤이 가진 DSLR. 소니로도 찍고 캐논으로 찍고 왔다갔다해요. 조명은 10만 명 이후에 샀어요.

이낙준: 핸드폰에 꽂는 9천원짜리 핀 마이크가 있어요. 그걸 오래 썼죠. 

오진승: 그런데 음질문제로 욕을 너무 많이 먹어서.(웃음) 유튜브 수익금을 기부하지 말고 그 돈으로 마이크를 사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촬영에 부담이 없으신 것 같네요.

이낙준: 만나서 같이 노는 듯한 느낌이죠.

오진승: 일로 느껴지지는 않아요. 재밌어요. 소통도 좋고, 반응도 좋으니까 더 신나서 하는 거예요. 저희 세 명과 디렉터님 모두 다요. 댓글에 아이디어도 직접 주시고. 사연도 보내주시고 그러니까 더 재밌죠. 

의학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 멤버인 이낙준 이비인후과 전문의(왼쪽)과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구혜정 기자

-채널 개설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벌써 구독자가 20만 명에 육박해요.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낙준: 주변에서 비결이 뭐냐고 많이들 물어보세요. 그런데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하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서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저희 셋이 각자 본업에 있고, 유튜브를 취미로 받아들여서 그런 거 같아요. 저희의 목표는 돈이나 유명세 보다는 재밌는 영상을 만드는 거거든요. 그게 구독자분들한테 전달된 게 아닌가 싶어요. 

-닥터프렌즈의 성장에는 디렉터님도 한몫하셨어요.

오진승: 많은 기여를 하셨죠. 디렉터님 말씀 들으면 좋아요. 저희 로고, 명함, 웹사이트도 다 만들어주셨어요. 섬네일도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 얘기하는데 척척 만들어주시고. 

-세 분의 케미스트리가 좋아서 인기가 많은 것 같기도 해요.

오진승: 워낙 친하니까요. 우창윤 쌤이나 이낙준 쌤은 10년이 넘었고. 서로 가족들끼리도 자주 보고 그랬죠. 그런 친밀함이 다 드러나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특히 우창윤 쌤과 이낙준 쌤이 티격태격하는 걸 재밌어하는 분이 많아요. 이낙준 쌤 결혼식 때 식사가 모자라서 우창윤 쌤이 밥을 못 먹었다는 에피소드가 인기가 많았죠. 결혼식 후에 낙준 쌤이 우창윤 쌤한테 밥은 사줬느냐는 댓글도 있었어요. 

이낙준: 아뇨, 안 사줬어요. (웃음) 그래도 창윤 쌤 결혼식 때 (제가) 사회도 봐주고 그랬어요. 창윤 쌤 결혼식 땐 밥이 잘 나왔어요. 밥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네.

-동료 의사들은 닥터프렌즈에 대해 뭐라 말씀하시나요?

이낙준: 시작하기 전에는 걱정이 좀 많았아요. 왜 하냐, 시간 낭비같다, (의사의) 이미지가 실추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우려도 나왔죠. 유튜브가 대중적으로는 익숙하지만, 의사들한테는 좀 낯선 플랫폼인 거 같아요.

오진승: 저희도 시작하기 전에 유튜브는 뮤직비디오나 콘서트 영상 보는 곳 정도로 생각했었어요. 제 주변에도 우려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악플이 달리면 어떡하냐며 걱정하셨죠. 최근에는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자기도 시작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영상마다 수백 개씩 댓글이 달려요.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

이낙준: '의사라고 하면 멀고 나쁜 사람 같고 무서운데, 세 사람은 안 그런 거 같아 좋다. 의사에 대한 선입견을 바꿔주는 것 같다'는 댓글이요. 의사는 매체에서 나쁜 사람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 셋을 보고는 의사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오진승: 저도 비슷해요. 댓글에 '의사도 사람이었어' 이런 게 달리죠. 닥터프렌즈라는 이름도, 친구 같은 의미를 담고 싶어서 프렌즈를 넣은 거예요. 무섭고 어려우면 쉽게 다가가지 못하잖아요.

이낙준: 원래 후보는 뻔(fun)닥, 핫닥이었어요. 근데 핫닥이라고 치면 부적절한 사진이 떠요. 뻔닥도 좀 이상하고. 근데 닥터프렌즈는 닥프라고 해도 어감이 좋아서 결과적으로 닥터프렌즈를 하게 됐네요. 

그리고, 요정(오진승 전문의의 별명. 한 팬이 오진승 전문의의 팬 SNS 계정명을 '페어리(Fairy)진승'이라 지으면서 요정이라는 별명이 굳어졌다)을 찬양하는 댓글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와이프가 "왜 만날 요정 얘기만 해!"라면서 질투를 많이 해요. 저를 중심으로 찍어도 만날 요정 댓글만 달리니까. 

오진승: 하하하. 

이낙준: 그 댓글도 신기했어요. '살다 살다 내가 의사 덕질을 다 하다니'. 되게 신기해요. 의사라는 존재가 이렇게 비칠 수도 있구나.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오진승 선생님에 대한 구애(?)의 댓글이 많이 달리죠. 그런 댓글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오진승: 무척 감사하죠. 어떻게 보면 아저씨들인데. 팬이라고 해주시니까. 장난 반 팬심 반 그렇겠지만,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헬프(구독자 애칭)님들이 항상 고맙다고 생각해요.

이낙준: 옆에 있는 사람이 보면 되게 웃기죠. 나이 30 중반인데 요정이라고 하니. 말도 안 되죠. (웃음)

오진승: 이제 어색하지는 않아요. 죄송할 뿐이지. 허허허. 요정은 아이돌이나 이런 분들이 하는 건데. 

> [인터뷰] 닥터프렌즈 "선한 영향력 퍼뜨리고 싶어요" ②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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