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사진 산림청

문재인 대통령까지 질책에 나선 KBS의 재난 늑장보도와 관련, KBS 사측이 결국 "최선을 다 했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노조에서 보도본부장 및 사장 사퇴 요구까지 나오는 등, KBS 내부의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으로 까지 번졌다.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는 지난 4일 강원도 고성을 비롯한 동해안 지역에 발생한 대형산불로 인해 정부가 강원 5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가운데, 늑장 보도를 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KBS는 다른 보도 전문 채널이나 지상파 채널에서 이미 산불과 관련한 속보를 내보내고 있음에도, 뒤늦게야 특보 뉴스를 가동했다. 이에 정치권의 비난과 함께,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나서 "재난방송 주관방송사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정보 제공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재난방송을 통해 행동 요령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재난방송 매뉴얼을 비롯해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KBS 노조들도 나서 KBS의 재난보도 참사라고 규정지으며, 보도 편성 책임자들을 질책했다. 당초 "재난방송 매뉴얼 비상방송 지침에 따라 재난방송을 확대 실시했다. 최대한 정확하고 신속하게 방송하고 불필요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공식입장을 전했던 KBS는 지난 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에서 요구한 긴급 공정방송위원회를 열고 재난 방송 실태를 점검했다.

이날 새노조 측은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에서 KBS가 전격적으로 재난방송으로 전환하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비판하며 "이는 뒤늦은 정보파악과 비효율적인 제작 시스템, 재난 컨트롤 타워의 미숙함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KBS노동조합(KBS1노조) 역시 "보도 간부들이 지난 2017년 개정된 KBS 재난방송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다. 또 1년에 최소 2번 이상 하도록 돼있는 재난방송 모의훈련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측 대표로 참석한 양승동 사장은 "태풍과 홍수는 재난보도시스템이 잘 돼있는데 산불은 노하우가 쌓여있지 않아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며, 김의철 보도본부장은 "화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알아봐도 그마저도 가동이 안된 상태여서 취재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특히 이날 공정방송위원회에서는 4일 밤 뉴스에서 한 기자가 강릉에서 보도를 하면서 "고성군에서 생중계를 하고 있다"고 보도한 대목도 지적됐다. 기존 KBS 사측이 "매뉴얼에 따라 방송했고, 최대한 정확하고 신속하게 방송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는 대목이 무색해지는 부분이다. 해당 기자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새노조 측은 12일 미디어SR에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정보와 리더십의 부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있지 못한 점을 지적했고, 이에 취재나 기사작성들이 체계화되고 일원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요구했고, 효율적 재난 방송을 위해 재난당국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추해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는 점, 또 재난방송 매뉴얼을 전면적으로 개편할 것 등을 요구했고, 사측 역시 이에 공감해 재난 방송 보도 시스템을 개편하고 매뉴얼도 바꾸기로 했다. 재난방송 훈련 역시 확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 KBS1노조는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라며 김의철 보도본부장의 사퇴와 양승동 사장의 사퇴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KBS1노조는 11일 청와대 앞에서 양승동 사장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시위를 벌였다.

양승동 사장은 10일 임원회의에서 "산불과 관련한 재난방송 매뉴얼에 구체성이 부족했다"라며 "이를 계기로 KBS의 재난방송이 대폭 개선될 수 있도록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재정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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