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5G 시대의 잠재력은 전기의 발명에도 비유되곤 한다. 그만큼,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안겨줄 것이라 예고되고 있다.

5G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체감하는 것은 그러나 삶의 변화보다는 최근 이동통신사에서 구호처럼 외친 '전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타이틀이었다.

외신들마저 관심있게 지켜본 국내 이동통신 3사의 5G 시대 선언 속에 과연 5G 시대 속 산업의 변화,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콘텐츠 적인 변화는 무엇인지 짚어보았다. 그리고 5G시대의 달콤한 혜택 속에 감춰진 불평등한 요금 구조 및 다양한 논란도 함께 전한다. [편집자 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 구혜정 기자

"50년전 달 착륙이 인류에게 큰 도약이 된 것처럼 SK텔레콤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는 또 한 번 인류의 삶이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다. 누구나 5G를 통해 우주여행을 하는 ‘초시대’ 개막을 선언한다."

SK텔레콤의 박정호 사장은 지난 3일 5G 론칭 쇼케이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확실히 초연결, 초고속, 초저지연으로 설명되는 5G 시대에는 B2B부터 B2C까지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인류는 5G의 네트워크 안에서 교통, 헬스케어, 교육, 사물인터넷,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변화와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과연, 전 인류가 5G의 달콤한 혜택 만을 맛보게 될까.

당장 지난 3일의 급작스러운 5G 상용화 부터 들춰보자. 당초 5일 예정됐던 5G의 상용화는 이날 밤 급작스럽게 시행됐다. 이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에서 4일 5G를 상용화할 수도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전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빼앗기기 싫었던 이통사들과 정부의 합작 속에 5G가 기습적으로 상용화된 것이다. 문제는 '전세계 최초'라는 타이틀 속에, 그동안 꾸준히 지적됐던 요금 체계의 형평성 문제가 뒷전이 되고 만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지난 2월 SKT가 제출한 5G 요금제 인가 신청을 반려한 바 있다. 고가 요금제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행보다. 하지만 이후 SKT가 5만원대 요금제를 포함시키자 과기부는 이를 냉큼 승인시켰다. SKT를 비롯해 이동통신 3사의 5G 저가요금 체계는 허울 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와중에 정부마저도 5G 전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을 놓칠까 다급해진 나머지 요금제 문제를 어물쩡 넘겨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SKT나 KT, LG 유플러스 등 이통사 3사 모두, 최고 13만원 상당의 고가 요금제 속에 5만원대의 저가 요금제를 내놓기는 했으나 5만원대에서 사용가능한 8GB 데이터는 고화질 고용량의 콘텐츠를 빠르게 서비스 한다는 5G 시대에서는 1시간 만에 소진되는 양이라는 것이 문제다. 안진걸 민생연구소 소장은 "8GB는 스포츠 생중계 한 시간만 봐도 다 소진되는 양이고, 5G가 자랑하는 VR·AR 콘텐츠를 20분만 봐도 다 소진되는 양이다. 결국 이용할 수 없는 서비스를 내놓고 저가 요금제 하나 내놓은 것처럼 위장했다. 이외에도 기존 저가 요금제에 속하는 2~4만원대 구간의 요금제를 아예 내놓지 않은 것 부터도 통신사의 횡포라고 보인다"고 전했다.

SKT 요금제

먼저 SKT의 경우, 당장 바로 윗 구간인 7만원대 요금제의 데이터(150GB)만 보더라도 5만원대에 제공되는 8GB와 간극이 상당히 크다. 또 8만원대부터는 무제한 요금제다. KT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5만원대의 슬림형 요금제에 제공되는 데이터는 8GB이지만, 바로 윗 구간 8만원대 부터는 무제한 요금제에 속한다. LG 유플러스 역시 5만원대 요금제에서는 데이터 9GB를, 이후 7만원대에서는 150GB를 제공한다. 무제한 요금제는 8만원대, 9만원대로 설정되어 있다.

이 같은 요금 체계는 결국 데이터 사용량이 막대하게 늘 수밖에 없는 5G 체계에서 사실상 7~8만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보일 밖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는 "세계최초 5G 상용화에 쫓겨 과기정통부가 요금제 인가를 서두르다 소비자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요금제를 내놓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통신3사가 최근 3년 동안 평균 8%대의 영업이익률을 보이면서도 소비자에게 과도한 초기 비용 부담을 안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는 "2018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모두 전년 대비 보합세 또는 감소했지만, 평균 이익은 약 3조대로 나타났다. 인건비가 다소 증가했지만 다른 비용은 큰 변화가 없어 5G상용화를 통해 감소한 영업이익률을 보상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도 전했다. 안진걸 민생연구소 소장 역시 미디어SR에 "5G로 전환되면서 통신사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이 들 수는 있겠으나 해마다 3조대의 이익을 내는 와중에 그 돈으로 투자를 해야지 소비자에게 이를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이용자가 편리하고 다양한 전기통신역무를 공평하고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8만원~9만원대의 요금이 과연 저렴한가. 이는 법을 정면으로 어기는 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3G에서 현재 LTE로 전환된 이후, 결국은 3G를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가 없다는 이유로 LTE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흘러갔듯, 고가 요금제를 사용할 수 없는 이들에게도 5G의 고가 요금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런 면에서 결국 굳이 5G 요금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일부 계층에게는 사실상 5G의 혜택을 맛볼 수 없는 데이터를 제공하면서도 기존 저가 요금제보다는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격이 됐다. 

이외에도 아직 5G의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와중에 상용화된 나머지, 고객 입장에서는 고가 요금을 내면서도 5G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 통신 3사의 5G 기지국이 구석구석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은데다 AR과 VR이 아직은 초기 단계라 이를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의 종류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VR과 AR이 상용화 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과연 상용화 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의문도 든다"라며 "콘텐츠를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과 상용화 되기에는 허들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VR은 장비를 사용해서 콘텐츠를 시청하는데 이 장비로 인해 울렁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은 인간 신체구조와 VR 장비와의 호환이 제대로 맞지 않은 실정이라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꽤 소요될 것 같다"고 전했다.

북미 등 외신에서 역시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5G이지만, 모든 이들이 이를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디지털 세계에서의 빈부 격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우려 속에 '파편화 된 인터넷(splinternet)'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인터넷이 더 이상 모두에게 개방된 공공의 장이 아니라, 빈부 격차 등에 따라 인터넷에서 향유하는 것들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모두가 우주 여행을 할 수 없는 시대임에도, 모두가 5G의 비용을 치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은 아닐까.

[5G 시대①]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산업 혁신 이룬다
[5G 시대②] 5G로 바뀌는 세상, 무엇을 즐길 수 있는가
[5G 시대③] 세계 최초 타이틀 속 연일 터지는 5G 논란
[5G 시대④] 5G 시대의 불평등, 혜택은 일부만 비용은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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