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지도. 붉은 색에 가까울수록 지역소멸 가능성이 높다. (한국고용정보원 제공)

#3시간, 70%

최근 눈길을 끈 뉴스 둘이다. 우선 4월4일자 국토부발.
수도권 직장인들의 출근 평균 시간이 1시간 20분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한해 수집된 교통카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수도권 평균 출퇴근 시간이다. 인천 경기도간 출근 시간은 1시간48분으로 가장 길고, 인천 서울은 1시간 24분,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의 평균 시간은 1시간 17분이다. 출퇴근길 지옥철과 콩나물 버스는 별개의 얘기다.

또 다른 뉴스는 지난달 말 중앙일보의 지방소멸 특집. 28일자 이 신문은 1995년 전국적으로 3만6천호였던 빈집 수는 2015년 100만호를 넘었다고 전했다. 학생수 부족으로 문을 닫은 폐교도 2018년 3천752개에 달한다. 이 기획기사는 출산 장려정책에 대해서도 전했다. 전남 해남군의 합계출산률(여성 한명이 평생 낳는 출생아수)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2.1명(2017년, 전국 평균 1.05명)으로 6년 연속 전국 1위다. 파격적인 출산 장려정책 덕분이다. 하지만 해남군의 인구는 내리막 길이다. 장려금 받고 떠나는 아이와 고령화에 따른 사망이 그 이유다.

그 어떤 정책에도 줄어드는 지방인구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기획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지표는 소멸위험지수다. 20~39세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눈 값으로 지수 0.5이하이면 곧 소멸될 위험에 처했다는 지표다. 한국 고용정보원은 지난해 7월 전국 228개 기초단체중 89개 단체가 소멸위험지수 0.5이하라고 발표했다. 단순 지표로는 전국 지자체의 39%이지만 서울 경기 등 수도권 기초단체 56개와 6대 광역시 기초단체 49개를 제외하면 그 비율은 70%를 넘는다. 시골마을 10개중 7개는 곧 기초자치단체로서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극약처방, 지방이전

전국 128개 공공기관은 정부로부터 지난해 경영실적을 평가받는 중이다. 6월초 발표될 결과에 따라 기관장의 운명까지도 좌우되는 평가로 공공기관에게는 가장 예민한 한 해 이슈다. 공공기관 평가를 지켜보면서 서울 수도권의 팍팍한 생활과 날로 심각한 지역소멸 현상을 전하는 뉴스가 유난하게 다가온 것은 서로 무관치 않다는 생각에서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투자와 출자, 재정지원으로 설립 운영되는 기관으로 중앙정부차원에서 지정되는 339개(2019년1월기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 운영하는 지방 공기업 1천256개 등 1600개에 육박한다. 이중 기획재정부 평가대상인 128개 공공기관은 한전 국민연금 등 규모도 큰데다 국민생활과 밀접해 익숙한 기관들이다.

이중 혁신도시라는 이름의 전국 10개(세종시 제외) 지방도시에 115개 공공기관이 본사를 옮겼다. 정부와 여당은 210개 공공기관과 자회사 등 모두 489개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면서 추가 이전의지를 밝히고 있다. 국가 균형발전 특별법을 근거로 한 숫자로 최종 성사되기까지는 적지않은 논란과 시일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마무리 된 공공기관 본사의 지방이전 만큼은 돌이킬 수 없는 대못이다.

지역별, 기관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이전대상 공공기관들은 대부분 2015년을 전후해 이전한 지방에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이전 4년 가까이 지났으나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통한 성공적인 지역경제 살리기의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미진한 이주 비율, 갖춰지지 않은 인프라, 지역 주민들간 이견 등 이유도 다양하고 혁신도시 인근의 지역경기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는 소식이다.

30만명 가까운 임직원들의 그 큰 불만과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지방이전을 강행한 것은 소멸돼 가는 지역경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들에게는 사업과 운용의 공공성이라는 고유 업무 이외에 지방이전과 함께 지역을 살리라는 또 다른 임무가 부여된 것이다.

 

시도별 지역소멸지수 변화 추이. (한국고용정보원 제공)

#목적 망각한 제도와 운용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지역소멸 방지책이다. 운용하기에 따라서는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활용 가능한 평가방식과 정부의 정책을 통해서다.
공공기관에게 가장 민감한 평가의 경우 매년 그 기준이 발표된다. 평가조항 하나하나가 공공기관 경영의 방향을 결정하고 100점 만점의 평점 0.1이 희비를 가른다. 다행이 지난해 평가기준에서 사회가치구현이라는 이름으로 신규채용이나 구매, 지역경제조직과의 협업 등을 주요 평가항목으로 정해 올해 평가부터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면서까지 이루고자 한 지역균형발전의 목적에는 크게 미흡하다. 똑 부러지게 정의하기도 어려운 사회가치란 이름에 지역발전을 위한 항목을 넣는다고 넣었으나 아무리 추려내도 5% 남짓이다.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3점)이란 항목에서 지역인재 채용노력,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5점) 항목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상품 구매확대 등이 부분적으로 명시돼 있는 정도다. 그나마 지역인재의 정의도 출생지인지, 출신학교기준인지 명확치 않아 현장에서는 혼란스럽다. 공공기관들이 경영평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절실히 연계시키지 못하는 이유다.

오히려 정부는 지방에 내려간 공공기관들을 헷갈리게 한다. 각 부처마다 공공기관과 함께 지역을 살리겠다면서 서울에서, 지방에서 불러내기 경쟁이다. 혁신도시를 건설한 국토부는 ‘시즌2’란 이름으로, 공공기관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과 사회적 경제조직과의 협력으로,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협업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역혁신협의회란 이름으로 나섰다. 어제 국토부에 불려 나간 공공기관이 오늘은 산업부 행사로 향하는 상황이다.

#이전 5년, 이제는 확인하자.

지방이전 공공기관들도 지역경제에 기여할 다양한 방법을 찾고있다. 웬만하면 기러기 생활 접고 가족과 함께 하는 지방살이도 고민중이다. 지역살리기를 위한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실행노력은 더욱 분명해야 한다. 그러나 공공기관을 통한 지역 살리기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정책제시가 더 급하다.

해결책은 공공기관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있다. 부처간 정책조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혁신도시의 정주여건 개선과 인프라 구축은 국토부의 몫이 분명하고 구도심과 신도시의 균형발전과 지역균형 발전은 행안부의 역할이어야 한다. 기재부는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지침에 담는 선에서 부처의 역할을 조율하는 기능으로 충분하다. 특히 평가지침에 인근 지역경제 살리기의 배점을 담는 것은 명확한 수단이다. 소수점의 평점을 다투는 지침에 지역활성화를 위한 배점의 비중을 더욱 높이고 지역이란 용어를 다양하고도 명확히 담아야 한다.

관련법에도 공공기관의 관심이 높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관련법은 여야 의원들을 통해 다양하게 발의되고 있다. 특히 2014년 이후 세차례 발의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은 현 정부에서 어떤 형태로든 입법화 될 것이란 이유에서 조문 하나하나를 주목하고 있다.
이 법은 공공기관의 정책수립과 수행과정에서 13개 분야로 정의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행히 해당 도시 및 지역개발사업에서 정부와 지자체로 하여금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토록 하는 등 실효성을 기대할 만한 내용도 있다.

공공기관들은 그러나 지역살리기를 보다 명확히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정의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란 점도 개선대상이고 지역살리기를 목표로 한 용어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특히 시도지사의 사회가치 구현 기본계획 수립에 지역입주 공공기관과 산하 공공기관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시하고 시도지사 소속 지역위원회 구성시 공공기관의 참여와 분명한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우수 사례 포상에 공공기관의 지역발전 부분을 강조하는 것도 정부의 의지를 확실히 하는 수단이다.

전국 사업장을 갖고있는 공공기관들이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한 목적은 명백하다. 목표를 제대로 향하고 있는지 여부를 세밀하게 따질 때가 됐다. 그 책임은 활시위를 당긴 정부에 있다.

 

PSR 대표 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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