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의 연임 실패는 대한민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갑질을 일삼는 재벌 일가를 투자자들의 손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사례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미디어SR은 조양호 회장의 갑질부터 퇴출까지를 살피고 유사 사례가 나올 수 있는지, 자본시장에 미친 영향은 어떠한지 살펴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잃었다. 공교롭게도, 그 다음 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회장 및 계열사 이사직을 모두 내려놨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지 못해 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조 회장 재선임 안건에 찬성한 지분은 64.1%로, 3분의 2에 미달했다. 

박삼구 회장은 아시아나 항공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받은 데 따른 금융시장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자리를 내려놓는다고 28일 밝혔다. 그는 그룹 회장직, 아시아나항공·금호산업·금호고속 등 모든 그룹의 직책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 회장의 퇴진이 '진짜' 퇴진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미디어SR에 "조 회장은 대한항공 대표이사에서 퇴진한 것일 뿐이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조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대표가 한진칼에서 대표이사를 연임했기 때문에 사실상 지배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한진칼의 지분 17.84%를 보유하고 있다. 그와 친족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30%에 가깝다. 

조 회장도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잃은 것일 뿐 경영권 박탈은 아니다"라며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을 계속 이어나가겠는 의지를 밝혔다. 

대한항공 이사회에는 조 회장의 측근들이 존재한다. 특히,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대한항공 대표이사다. 대한항공에 대한 조 회장의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진검승부는 2020년이다.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2020년 만료되기 때문이다. 다만, 조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잃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 사무국장은 2020년 조 회장의 연임 여부에 대해 "국민연금과 KCGI 강성부 펀드, 외국인 투자자 등이 지분을 합치면 긴장감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연임 실패까지 가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 사무국장은 "조 회장 일가가 기업가치를 훼손해왔기 때문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어야 한다고 본다. 특수한 재벌 구조 때문에 무능력이 가려졌을 뿐, 얼만큼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고 강조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기자회견 시작과 함께 자살한 공급업체 사장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 : 김시아 기자

박삼구 회장은 자진사퇴했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사실상 박 회장의 손아귀에 있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 격인 금호고속 지분을 31.1% 보유한 최대주주다. 장남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회장도 지분 21%를 갖고 있다. 박 회장 일가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은 67.6%에 달한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각 계열사로 이뤄진다. 

익명을 요청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미디어SR에 "금호고속의 지분을 크게 가진 박삼구 회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사퇴했음에도 불구) 박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우려는 합당하다"고 말했다. 

회사 상황이 나아지면 박 회장이 다시 복귀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안에 해결해야 할 재무부담액이 1조7000억원에 이르지만 턱없이 현금이 부족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박 회장은 회사에 대한 소유와 경영 의지가 무척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그는 2009년 그룹의 유동성 위기 당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1년 만에 복귀한 바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일 "(아시아나항공이) 어려운 배경은 지배구조에 있다고 본다. 박 회장이 한 번 퇴진했다가 경영 일선에 복귀한 적이 있는데 또 반복되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송민경 선임연구위원은 주주가 나서 회사에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가 자발적으로 바뀌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주주들이 나서야 한다고 본다.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존재에 대해 주주들이 적극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사측 및 타 주주와) 적극적으로 대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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