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의 연임 실패는 대한민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갑질을 일삼는 재벌 일가를 투자자들의 손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사례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미디어SR은 조양호 회장의 갑질부터 퇴출까지를 살피고 유사 사례가 나올 수 있는지, 자본시장에 미친 영향은 어떠한지 살펴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대한항공 본사 전경. 구혜정 기자

국민연금과 사모펀드 KCGI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낙마했으나 제2의 조양호 회장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27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안이 부결됐다. 조 회장 일가의 각종 갑질로 오너 리스크를 우려한 국민연금 등 주주들이 등을 돌린 결과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제2의 조양호 회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조양호 회장 사건을 특수한 사례로 보고 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미디어SR에 "대한항공이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다. 오너 일가 전체의 폭력, 밀수, 배임 횡령 혐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조양호 회장이 선임 안건을 특별결의 요건으로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일어난 일이다. 당분간은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 국장은 "제2의 조양호 회장이 나오기 쉽지 않다. 국민적 공분을 살 정도의 잘못을 저지르는 기업이 많지는 않다. 사실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다. 여론재판이나 진영론, 포퓰리즘 등 우려가 나오지 않으려면 사익 편취나 명백한 법적 위반 사안이 있어야 국민연금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재계의 우려는 상당하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대주주 경영권 견제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되어 국회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일부 주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 대한항공 주총에 참석, 강력한 의사 발언을 한 채이배 의원은 이달 초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와 구별되는 충실의무를 명문화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배구조 리스크, 오너리스크 등이 있는 일부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오너 리스크 등 비재무적 요소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D 등급을 부여한 오리온홀딩스, 한국콜마, 한일시멘트, 화승인더스트리 등 다수 기업에 5% 이상 지분 투자를 하고 있다. 표 대결이 아니더라도 기업과의 적극적 대화, 공개서한 발송 등 방식의 주주권 행사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관여한 한 연구자는 미디어SR에 "도입 당시부터 재벌 일가의 사익추구 이슈가 있는 기업에 대한 견제를 기대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제2의 조양호 회장이 나오는 것은 쉽지 않으나 이번 사건이 자본시장 전반에 건강한 긴장감을 조성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종오 국장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의안 반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횡을 저질러온 재벌들 입장에서 국민연금이 공개 대화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본질은 시장, 기업의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성 제고 효과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단기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류영재 대표도 "사실 이번 사례는 국민연금에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장기적으로 비공개 대화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기본 정신이다. 기업과 투자자 간의 물밑 대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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