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세영 / 사진=프레인TPC

배우 이세영은 독특하다. 솔직하게 자신을 내비치며, 상대의 말을 결코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다. 인터뷰를 할 때면 늘 다이어리를 펴놓은 뒤 질문을 정성껏 메모하고, 해답을 골몰하며, 자신만의 생각이 담긴 답변을 내놓는다. 직접 제작한 명함을 내놓고 회사 근처의 맛있는 밥집을 소개하는 모습은 더 없이 신이 났다. 매 순간 행복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는 이세영은, 행복을 위해 가장 작은 것에도 남다른 특별함을 부여한다. 그렇게 깃든 이세영의 특별한 순간들은 그를 독특하게, 그리고 더없이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늘 현재에 충실한 이세영이 꿈꾸는 배우의 꿈은, 솔직함과 특별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Q. 한복을 입고 쪽 머리를 했는데도 살아남은 배우. ‘왕이 된 남자’ 팬들이 이런 극찬을 했어요.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모습이 좋은 반응을 얻었었죠.
이세영
: 미용, 의상 실장님이 예쁘게 꾸며주시려고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제게 어울리는 색감도 찾아보시고 저를 은은하게 돋보일 수 있게 하는 장신구도 많이 연구해주셨고요. 소운 캐릭터도 조용하지만 내면에 강단이 있는 것처럼 의상도 그런 느낌을 내려 했어요. 태어나서 입어본 옷 중에 가장 예쁘고 비싼 옷들을 많이 입었어요.

Q. 사극이지만 마냥 심각한 무게감이 있진 않고, 그러면서도 트렌디한 느낌만 내는 것은 또 아닌, 매우 독특한 작품이었어요. ‘왕이 된 남자’, 첫인상은 어땠나요.
이세영: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간결한 현대적 느낌을 살려서 빠른 템포로 갔던 작품이었어요. 현대극과 예전 사극의 중간 같았죠. 캐릭터적으로는 중전이라는 위치가 주는 제약이 있었지만, 그래도 표현의 자유가 조금 더 있었어요. 중전이 쓰는 평성체와 자세, 걸음걸이, 태도, 예법을 많이 연구했죠.

배우 이세영 / 사진=프레인TPC

Q. 무엇보다도 여진구와의 호흡을 빼놓을 수 없어요. 가장 큰 호평을 받은 부분이기도 했었는데.
이세영
: 더할 나위 없이 좋았어요. 그냥 최고였죠(웃음). 만날 때마다 “역시 왕 오빠가 짱이야!”라고 얘기해주곤 했어요. 죽을 때까지 한 사람과만 연기를 해야 한다면 저는 여진구 씨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여진구 씨는 함께 있는 사람을 편하고 재미있게 대해주고 배려도 많이 해줘요. 연기적으로도, 동료로서도 신뢰가 가고 의지가 되죠. 작업하는 순간들이 편안하고 즐거웠어요. 같은 아역 출신이라 대화도 잘 통해서 더 좋았죠.

Q. 원작 영화 ‘광해’가 있었지만, 드라마는 원작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흘러갔어요. 초반에는 이에 대한 우려점이 분명하게 있었지만, 보기 좋게 그 우려를 불식시켰고요.
이세영
: 저는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어요. 게다가 상대 배우가 여진구 씨잖아요. 연령대가 많이 낮아지기도 했고, 영화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았던 멜로 부분이 강화될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소운 캐릭터 역시 명확하게 중심이 잡혀 있어서 걱정은 없었죠. 다만 그런 우려는 있었어요. 대중이 생각하는 제 이미지와 소운 캐릭터 간의 괴리감이 있진 않을까 하는.

Q. 괴리감이라면 어떤 걸 뜻하는 건가요.
이세영:
저는 그대로 저예요. 소운이를 표현하는 이세영도, 예능에서 장난치는 막내 이세영도 여전히 저인데, 예능에서 보던 애가 중전을 하면 어울릴까 하는 걱정이 있었죠. 하지만 막상 연기를 해보니까, 한복을 입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자세가 나왔어요. 저조차도 이세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연기했거든요. 제가 몰입이 되고 집중되기 시작하니까, 다른 분들이 저를 어떻게 볼지에 대한 걱정은 자연스럽게 안 하게 됐어요.

배우 이세영 / 사진=프레인TPC

Q. 연기하면서 어려운 장면이 있었다면.
이세영:
서고에서 하선(여진구)이 절 보면서 턱을 괴고 웃는 장면이요. 웃음을 참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진구 씨가 웃으면서 저를 보니까 저도 자꾸 웃음이 나려 했거든요. 현장 분위기도 처음부터 끝까지 화기애애해서 웃음을 참는 게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Q. 지나가는 선비 역할로 엑스트라 출연을 한 모습이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주인공이 보조출연을 한다는 게 참 재밌고 새롭다는 인상을 받았죠.
이세영
: 사실, 심심해서 수염도 붙여보고 남장을 해본 건데 감독님이 저를 보셨더라고요. 그래서 보조출연을 해도 되냐니까 뒤에서 지나가는 걸 해보라고 하셨어요. 작품에 방해될까봐 걱정됐지만 그래도 저는 분장도 여러 가지를 해보고 반란군의 옷을 입어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중전 옷은 오래 입고 있으면 구겨져서 광대 옷을 대신 입고 있기도 했었죠. 그랬더니 중전이 광대가 되는 거냐는 추측도 나오더라고요. 정말 재밌었어요(웃음).

Q. 이번 작품은 자유로운 분위기뿐만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자율적인 해석이 장려됐다고 들었어요. 이번 작품이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 있어 영향을 끼친 바가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이세영:
처음엔 부담과 걱정이 많았던 역할이었어요. 하지만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죠. 감독님이 저희가 내는 아이디어들을 수용해주셔서 현장을 가기 전부터 역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곤 했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연기적으로 도전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자신이 없더라도 새로운 장르와 새로운 캐릭터에 쭉 도전하고 싶어요. 뻔히 예상되지 않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배우 이세영 / 사진=프레인TPC

Q. 벌써 28살이에요. 데뷔 23년차고요. 연기적인 부분 말고 다른 쪽으로 욕심이 가는 부분은 없나요.
이세영: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나중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아침이나 밤 시간대에 라디오 DJ를 해보고 싶어요. 고등학생 때 공부에 집중이 안 돼서 라디오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너무 좋았거든요. 그때 나온 노래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었는데, 공부에 지친 마음이 위로받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DJ가 돼 노래도 추천하고 싶고 소통도 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재능은 없지만요(웃음). 일렉트로닉 기타도 배워보고 싶고 그래요.

Q. 다방면에 적극적이라는 인상이 강해요. 하고 싶은 걸 할 때 행복을 느끼는 편일까요? 본인만이 느끼는 행복은 어떤 것일지 궁금해요.
이세영:
행복은, 제가 생각하는 기준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아무리 좋고 크고 멋있는 걸 가져도 제가 그보다 더 멋진 걸 바라면 행복할 수 없는 거잖아요. 생각하기 나름인 거죠. 촬영하다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그 시간 동안 얼굴에 부기가 빠져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하늘과 멋진 자연경관을 볼 여유가 생겨 좋다고 생각해요. 이른 아침에 촬영이 끝나 밤늦게 귀가하게 돼도, 일찍 일어난 덕에 아침도 챙기고 많이 돌아다닐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니까 항상 웃게 되더라고요.

Q. 정말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네요. 특히나 연예 분야에서는 그런 마음가짐이 더 중요할 것 같아요. 
이세영:
마냥 다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뤘을 때만 행복하다면, 저는 제 인생 절반 정도를 행복하지 못하게 지내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정체하지 않고 나아가야 할지라도 매 순간 행복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왕이 된 남자’도 제게 많은 가르침과 힘을 준 작품이에요. 느낀 것들도 많아서 감사하고, 또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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