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은 지난해 191곳 대기업 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건전성을 살피는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공시자료를 토대로 거버넌스, 공익성, 투명성 등 영역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습니다.

올해 역시 주요 기업 공익법인 기획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이에 앞서 국내 대형 공익법인은 기업 재단과 사업 내용과 투명성 측면에서 어떤 차이점을 보이는지 살폈습니다. [편집자 주]

조 삭스턴 NFP 시너지 대표가 NPO 역량강화 워크숍에서 회계 투명성을 영국 사례를 들어 강조하고 있다. 2018.12.05. 사진 : 구혜정 기자

대중 모금을 하는 국내 대형 공익법인 상당수가 기업 재단에 비해 월등한 회계 투명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국세청 기부금 수입 상위 30개 공익법인 중 월드비전, 어린이재단, 굿네이버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한국컴패션, 세이브더칠드런, 국제기아대책기구, 밀알복지재단, 홀트아동복지회, 아이들과미래재단 등 주요 공익법인 국세청 공시자료 조회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한 재단의 경우 지난해 공익법인 결산 서류에 기부금 세부 지출 명세를 원 단위까지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동지원 사업에 지출한 도시락, 선물, 강사비 등 내역을 월 단위로 기재했다. 지급 건수와 대표 지급처는 물론 지급 목적도 구체적으로 밝혀 투명성을 더했다. 세부 명세를 포함하느라 일반적으로 30쪽 내외에 불과한 결산서류와 달리 월드비전은 358쪽에 달한다.

기부금 지출 내역에 월별 사업 운영에 든 인건비와 운영비, 홍보비 등을 포함해서 기재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또, 기업 재단이 감사보고서를 표지만 공개하는 꼼수를 쓰는 것과 달리 전부 외부 회계감사보고서 전문을 공개하고 있었다. 회계연도 기부자 내역은 물론 홈페이지를 통해 기부금 전체 내역과 지출처를 밝히는 것도 일반적인 보고 방식이다.

실제 규모가 큰 다수 재단은 법률에 따른 외부 회계감사 외에도 자체적으로 외부공인회계사 입회하에 내부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전 사업장과 파트너 그리고 내부 회계통제를 위해서다. 이는 주무관청인 정부를 대상으로 연간 사업실적과 세입 세출 결산서를 보고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어금니 아빠 등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에 따른 대응이라는 설명도 있다.

대형 공익법인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모금하는 재단은 기업 재단과 다를 수밖에 없다. 재단 투명성이 후원자들에게 주는 이미가 중요한 시대다. 새희망씨앗, 어금니아빠 사건처럼 기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다수 발생하고 후원자들이 투명성을 후원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명경영을 위한 재무보고를 매달 하고 감사도 연중 받고 있다. 가이드스타와 같이 투명성 등급을 평가하는 외부 단체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익법인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대중 모금 공익법인은 사회복지법인의 법인격을 가지고 있는 단체는 정부 보조금도 일정 부분 받고 있어 정부에 제출하는 회계시스템을 기준으로 내부 회계 수준도 맞춰진다. 일반 기업재단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각종 사건 이후 기관들도 회계 투명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더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모기업의 예산을 쓰는 기업과는 상황이 다르다. 공익법인 회계기준도 강화되고 있어 복식부기로 바꾸기 위해 재무팀과 논의 중이다. 후원자들도 과거와 달리 모금기관이 후원금을 어떻게 쓰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국제본부를 둔 대형 공익법인의 경우 사업비 일부를 해외 본부로 보내 지출하고 있어 공시 자료를 통해서는 어떤 사업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의 경우 연결 기준 재무제표로 사업내용을 포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나 공익법인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이와 관련 공익법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본부에 보낸 기부금은 본부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정기적으로 본부와 지역본부가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상호 평가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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