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사진:구혜정 기자

오는 29일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두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KCGI가 제기한 주주제안에 대해 법률상 요건 부족으로 행사할 수 없다고 판결한 서울고등법원 민사 25부에 이해 상충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해당 판결을 한 서울고법 민사25부 왕정옥 판사의 남편이 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화우가 한진칼 법률 대리인으로 소송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재판부와 한진칼 대리인이 특수관계인이라는 점을 지적하자 화우는 사임하고 민사25부는 재판을 속개해 한진칼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것이다.

이해상충 우려를 법원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문의하자 서울고법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사실 관계 확인은 어렵다. 알아서 판단하라"고 전화를 끊었다. 특수관계인 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알아서 생각하라"며 답을 피했다. 또 다른 법원 관계자는 "재판 중간에 화우가 사임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임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일반적으로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이해 상충 우려와 윤리적 문제에 대해 변호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소해야 한다는 시각이 강했으나 김영란법 이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2016년 12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관윤리강령에 관한 권고의견을 의결해 법관이 소송관계인과의 법정 외에서의 의사소통 자체를 금지했다. 왕정옥 판사의 경우 남편이 소송관계인에 해당해 공직자윤리법 제9조 위반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모르던 한진칼 주주들은 당시 재판과정에서 한진칼의 법률 대리인 화우의 사임계 제출을 두고 사모펀드 KCGI 측의 주주제안이 상정될 것으로 점치기도 했다. 

KCGI는 1월 31일 한진칼에 감사 1인 선임의 건, 사외이사 2인 선임의 건 등을 골자로 하는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이촌 회계법인 김칠규 회계사 감사 선임, 조재호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영민 변호사 사외이사 선임을 제안했다. 당시 한진칼은 상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KCGI는 가처분 소송에 들어갔다. 

1심 재판부는 2004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소수주주권 보호를 위해 KCGI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25부는 6개월의 주식보유 기간 요건을 갖추지 못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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