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여진구 / 사진=제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2005년 데뷔해 어느덧 2019년이다. 1997년생, 올해로 만 22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14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연기경력을 가진 셈이다. 배우 여진구는, 그렇게 잔뼈 굵은 연기자로서 자신만의 연기의 길을 개척하고 있었다. ‘왕이 된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 감을 잊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차기작도 바로 결정하게 됐죠.”

여진구는 인터뷰 내내 김희원 감독에 대한 감사함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왕이 된 남자’가 자신을 성장시켜주고 새로운 연기의 세계를 알게 한 작품이라고도 누차 말했다. 여러모로 여진구에겐 고맙고도 고마운 작품이 됐다는 ‘왕이 된 남자’.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여진구는 배우로서 나아갈 또 다른 방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한계 없는 배우가 꿈이라는 여진구에게 직접, 앞으로의 지향점을 들어봤다.

Q. 화제성, 시청률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어요. ‘왕이 된 남자’, 어땠나요.
여진구:
정말 만족해요. 이 작품이 사랑 받아 행복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 작품은 제게 정말 소중해요. 제가 연기함에 있어 지금까지 어떤 태도가 문제였는지 알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많이 달라지기도 했거든요.

Q. 문제점은 어떤 걸 말하는 건가요.
여진구:
저는 그동안 항상 과분한 칭찬을 받아가면서 연기했거든요. 그렇지만 제 연기엔 늘 만족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이 절 많이 믿어주시고 제가 제 연기를 할 수 있게 배려해주셨어요. 역할의 전체적인 톤부터 대사 처리까지도 그냥 제게 다 맡겨주셨죠. 이런 적은 처음이어서 많이 어렵기도 하고 헷갈리기도 했지만 제 연기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요. 이렇게 연기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게 연기를 시작한 이후로 처음이에요. 그래서, 요즘 참 행복해요(웃음).

Q. 준비 과정이 어떻게 달랐나요.
여진구:
현장에서 배우 연기가 달라지는 부분을 감독님이 많이 용인해주셨어요. 사실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 걸지 고민도 컸고요. 지금까지는 제가 궁금한 적이 있으면 현장에서 감독님께 물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조금은 가볍게 스스로의 고민을 넘겨 왔는데, 그게 사실은 문제였던거죠. 이번에 그런 태도가 문제였다는 걸 느꼈어요. 때로는 고집도 있어야 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캐릭터에 대한 확신도 있어야 한다는 걸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 고민으로 표현한 캐릭터가 과분할 정도로 칭찬을 받아 좋았어요.

Q. 김희원 감독 연출이 독특하기로 유명하죠. 배우의 연기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연출 방법이 여진구에겐 딱 맞았던 걸까요.
여진구:
처음엔 막막하고 무서웠어요. 1인 2역이기도 했고 이헌 역할이 제가 그동안 해본 적 없는 표현이라 시행착오도 많았고요. 감독님이 제 자율성을 살려주시면서도 톤을 잡아주실 부분은 또 확실하게 도와주셨어요. 배우로서 저를 성장하게 해주셨어요.

배우 여진구 / 사진=제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Q. ‘왕이 된 남자’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광해’가 원작이죠. 워낙 흥행한 원작에, 주인공은 연기로 칭찬이 자자한 이병헌이에요. 원작과의 비교가 부담됐을 법도 한데.
여진구:
저도 원작을 정말 좋아하는데,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원작과 다른 게 확실하게 느껴졌어요. 감독님을 만나기 전까진 어찌됐든 원작과 다르게 풀어나가야지 싶었는데 감독님께서 확실히 정해주셨어요. ‘우리 드라마는 원작이 있는 리메이크지만 재창조라 생각하고 임해야 정체성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하셨죠. 이헌과 하선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도 컸어요. 그런 고민을 감독님께도 솔직히 얘기했었는데, 그래서 감독님이 절 오롯이 혼자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 같아요.

Q. 영화와 다르게 드라마에선 왕인 이헌이 죽음을 맞아요. 그리고 광대 하선이의 성장과 멜로가 더 부각되고요. 영화에서 기인했어도,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됐죠.
여진구:
그 점이 굉장히 큰 차별점이었어요. 그리고 그 스토리가 막연하게 펼쳐지는 게 아니라 현실성 있게 담겼어요. 거기에 임금이 충신에게 독살 당하는 파격적인 설정이 더해졌죠. 이런 걸 시청자 분들께서 많이 받아들여주셨어요. 그래서 저희 드라마가 더더욱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Q. 이헌과 하선은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이에요. 이런 인물을 1인 2역으로서 표현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여진구:
두 인물이 아예 다르게 보이면 좋겠다는 목표를 갖고 시작했어요. 이헌 캐릭터 표현이 좀 더 염려됐고요. 지금까지 해보지도 않았고, 이헌의 모습을 한 저를 시청자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도 걱정이었거든요. 하지만 이헌을 많이 좋아해 주시고 하선도 좋아해 주셔서 얼떨떨하게 좋았어요(웃음).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죠. 좀 더 초반부터 감독님과 선배님들의 말을 믿고, 확신을 갖고 자신감 있게 연기했다면 또 다른 매력적인 순간이 담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Q. 걱정이 많던 캐릭터에 대한 ‘자신감’이 든 순간은 언제였나요.
여진구
: 1회를 보고 나서였어요. 사실 방송이 나오기 전에는 이헌과 하선 두 인물이 만나는 게 실제적으로 보이질 않으니 너무 추상적이고 막연한 거예요. 제가 연기한 걸 머릿속으로만 붙여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방송을 통해 둘이 만나는 모습을 보니까 ‘이렇게 연기하면 되겠구나’ 하는 판단이 들었어요. 사실 선배님들과 감독님이 저한테 잘하고 있다고 해주셨는데 그럼에도 불안해했거든요. 그 말을 좀 더 믿고 해보면 좋았을 것 같아요.

배우 여진구 / 사진=제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Q. 이헌과 하선은 완전히 결이 다른 캐릭터예요. 감정이나 성격을 전환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여진구:
그런 걸 감독님이 많이 잡아주시고 도와주셨어요. 하선 역을 하다 이헌 역을 할 때 긴장감이 쳐지거나 하면 감독님이 바로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혼자 연기했다면 어려웠겠지만 감독님이 도와주셔서 그나마 쉽게 한 것 같아요.

Q. 캐릭터에 따라 김상경(이규 역)과의 관계성이 달라지는 부분도 있었죠.
여진구:
죄송한 부분이 많았어요. 심장 쪽에 칼을 대고 툭툭 치는 장면을 찍을 때도 걱정이 많았는데, 선배님이 먼저 “더 해도 된다”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선배님이 배려해주신 덕에 더 과감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Q. 배움도, 배려도 많은 현장이었네요(웃음).
여진구:
연기수업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특히 김상경 선배님은 연기를 굉장히 진실되게 하는 분이신데, 진심이 들어가지 않으면 자기 연기에 ‘오케이’를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본인이 원하는 포인트도 정확하셔서 앵글에 따라 연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연기를 계산해서 하시더라고요. 배우가 자기가 생각한 느낌을 시청자에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현장 스태프와의 소통이 원활한 게 중요하다는 것도 느꼈어요. 그런 걸 알게 해주신 선배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연기말고도 공부할 게 또 생겼다는 생각에 더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Q. 중전 유소운 역의 배우 이세영과 호흡도 주목 받았어요.
여진구:
정말 이상적이었어요. 현장에서 합을 맞춰보고 서로의 생각과 다른 그림이면 편하게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었죠. 누군가가 더 끌어주려 애쓰지 않아도 됐달까요? 그리고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모든 걸 맡겨주셔서 배우들이 역할에 더 몰입될 수도 있었어요. 그래서 현장 분위기가 편안했고 배우들도 더욱 확신이 있었어요. 좋은 파트너라는 기억이 남았어요. 저나 세영 선배님이나 어릴 때부터 영상으로 연기를 보여드리는 일을 해와서 더 편했기도 했고요. 익숙하게 연기하려고 평상시에도 중전이라 불렀어요(웃음).

배우 여진구 / 사진=제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Q. 지금까지 꽤 많은 사극 작품을 해왔어요. 사극을 다른 장르보다 더 선호하는 편일까요?
여진구:
어떤 장르를 특별히 더 선호하고 싶지는 않아요. 스스로 장르 제한이 없는 배우가 되는 게 제 목표거든요. 하지만 사극을 많이 한 편이긴 해요. 제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제게 작품들이 그렇게 찾아와준 것 같아요. 사극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특히 장점이지만, 딱히 장르를 가리진 않아요. 사극이든 SF장르든 계속해서 다양한 장르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Q. 목소리 톤이 사극과 잘 어울린다는 칭찬도 많아요.
여진구:
저도 그게 제 장점이라 생각해요. 사극에서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목소리가 장점 같아요.

Q. 아역배우 시기를 거친 만큼 다양한 작품 경험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역할이 있을까요? 혹은 스스로 연기에 대한 자평하고 싶은 시기가 있다면.
여진구
: ‘자이언트’를 찍을 때예요. 저는 그때가 제 인생에서 연기를 제일 잘할 때라고 생각해요. 그때는 그냥 즐겼거든요.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순수하게 인물에 빠져들 수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눈빛도 진실되고 거짓이 없더라고요(웃음). 그때 선배님들이 “지금의 순수함을 잃지 말라”고 많이 말씀해주셨는데, 지금에서야 그 의미를 알겠어요. 그런 눈을 일찍 놓친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요.

Q. 그때와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나요?
여진구:
그때보다 감정이 깊어지기도 했고 제가 표현하고 싶은 부분도 생겨서 연기를 계산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그런 거 없이 대사만 외운 뒤에 현장에서 느껴지는 그대로를 표현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계산적으로 연기할 필요도 있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그걸 변화가 아닌 성장으로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배우 여진구 / 사진=제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Q. 변화에 따른 성장을 느끼게 한 게 이번에 마친 ‘왕이 된 남자’ 같아요. 그리고 그 성장을 다시 보여줄 차기작 ‘호텔 델루나’ 출연도 바로 결정됐죠.
여진구
: ‘왕이 된 남자’를 통해 전보다 더 ‘배우’에 가깝게 성장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바로 쉬지 않고 ‘왕이 된 남자’로 얻은 것들을 이어가고 싶었죠. 처음 느껴보는 제 이런 모습을 가만히 놔두고 싶지 않았어요. 그 감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장르를 통해 제 자신을 다시 시험해보고 싶었거든요. ‘호텔 델루나’는 판타지 장르에 로코의 느낌도 담겨 있어요. 개인적으로 극복해보고 싶으면서 또 호기심이 있는 장르예요.

Q. 극복해보고 싶은 장르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여진구:
인정 받고 싶다는 의미예요. 개인적으로 ‘왕이 된 남자’를 마친 뒤에 “여진구가 하는 사극은 괜찮을 것 같다”는 칭찬을 들었는데, 정말 기억에 크게 남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앞으로 할 장르들도 극복해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주변에선 사극이라는 전문 장르가 생긴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냐고 하지만, 저는 오히려 고마워요. 어린 나이에 사극 장르로 인정을 받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웃음). 그런 말을 듣는 것 자체가 제겐 큰 행복인 거죠. 이런 것처럼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을 계속 인정 받고 싶어요. 앞으로도.

Q. 같은 사극이어도 ‘왕이 된 남자’는 조금 더 특별했어요. 전형적인 사극과는 여러 가지로 결이 달랐다는 평이 많았어요.
여진구:
감독님 연출의 힘이 정말 컸어요. 무거울 땐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사랑 이야기와 코미디적인 부분이 어우러졌는데 그게 다 잘 표현되더라고요. 감독님이 많이 고민하신 것도 느껴졌어요. 사극이라는 장치의 무게감을 잡은 게 바로 ‘미장셴’ 같고요. 색감과 블랙아웃되는 엔딩도 좋았고, 카메라 앵글이 멋있던 순간도 정말 많았어요. 충신에게 독살되는 왕과, 잠자다가 중전에게 뽀뽀를 받는 왕처럼 내용 자체에도 파격적인 설정이 많아서 새로웠어요.

Q. 내용적으로도, 연출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여진구라는 배우에게 ‘왕이 된 남자’는 새로운 지표가 된 것 같은 느낌이네요.
여진구:
제가 맡은 캐릭터는 이헌과 하선이었지만 저는 순간순간마다 이규가 되기도 하고 조 내관이 되고 했으면서 중전, 대비마마도 됐어요. 한 인물로 인해 이야기가 흘러가는 게 아니고 출연진 하나하나가 살아있어야 했죠. 풍성한 인물 설정이 있던 작품이어서 더 특별하게 마음에 남은 작품이에요.

Q. 전환점이 된 작품을 딛고 신작을 바로 선보이게 됐어요. 어떤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목표가 있을까요?
여진구:
이번에 맡은 역은 결단력과 추진력을 갖춘, ‘자기’가 확실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는 좀 남성다운 모습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예의 바르면서도 프로페셔널한 호텔리어 캐릭터여서 제가 이전까지 보여드린 적이 없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작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역할을 통해 한계에 계속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는 배우 여진구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입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인사드릴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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