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버닝썬 사진:구혜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클럽 버닝썬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신고한 김상교 씨에 대한 경찰의 조치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이 과정에서 인권위는 경찰의 체포서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김상교 씨는 지난 해 강남 소재 클럽 버닝썬에서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으나, 현행범으로 체포 당했다. 김 씨의 어머니는 "체포와 이송과정에서 경찰관들에게 폭행을 당했고 얼굴에 피가 나고 갈비뼈를 다쳤으나 지구대에서 의료조치를 받지 못했다"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해당 사건을 조사한 인권위는 이 과정에서 "폭행피해 신고자에 대한 위법한 현행범 체포와 미란다원칙 고지 및 의료조치 미흡 부분이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19일 "경찰청장에게 현행범 체포 시 체포의 필요성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범죄수사규칙에 반영하도록 개정하고 부상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의 편의에 따라 장시간 지구대에 인치하는 사례가 없도록 업무관행을 개선할 것과 해당 경찰서장에게 사건 당시 지구대 책임자급 경찰관들에 대하여 주의조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관련 경찰관들에 대해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각각 권고했다"고 밝혔다.

김 씨에 대한 현행범 체포와 관련, 경찰 측은 김 씨가 흥분해 클럽 직원에 위협적으로 달려들고 경찰관에게도 시비를 걸어 폭행 등 혐의로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씨가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 체포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112신고사건처리표, 현행범인 체포서, 사건 현장과 지구대 cctv영상, 경찰관들의 바디캠 영상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경찰관들은 김 씨와 클럽 직원간의 실랑이를 보고도 곧바로 하차하여 제지하지 않았고, 김 씨와 클럽 직원들을 분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김 씨의 신고 내용을 청취하면서 2차 말다툼이 발생했다. 또 김 씨의 피해 진술을 충분히 청취하거나 이를 직접 확인하려는 적극적인 조치가 부족했고, 김씨의 항의에 대해 경찰관 또한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고 봤다. 인권위는 "신속한 현장 조치와 2차적인 사고위험을 예방해야 하는 관점에서 초동조치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김 씨가 클럽 앞에서 쓰레기통을 발로 차고 클럽직원들과 실랑이가 있었던 것은 약 2분이었고 경찰관에게 한 차례 욕설을 하였으나, 경찰관이 작성한 현행범인 체포서에는 ‘20여 분간 클럽 보안업무를 방해하였고, 경찰관에게 수많은 욕설을 하였다. 피해자(김 씨)가 폭행 가해자(장○○)를 폭행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 등 현행범인 체포서가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게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고도 전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경찰 체포서에 허위 내용이 발견된 것이다. 이와 관련, 인권위 관계자는 19일 미디어SR에 "이를 별도로 고발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이 모든 내용들을 근거로 인권위에서는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라고 전했다.

인권위는 또한 경찰관들이 신고자인 김 씨가 아닌 클럽 직원의 진술에 따라 김 씨를 현행범 체포했는데, 이 과정에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거나 체포될 수 있음을 사전에 경고하지 않았고, 또 경찰관에게 20초간 항의를 하자 바닥에 넘어뜨려 체포한 당시의 상황 등에서 현행범 체포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도 판단했다. 인권위는 "현장 상황에 대한 경찰관의 재량을 상당부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피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행위는 당시 상황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공권력 행사의 남용으로 피해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미란다 원칙의 고지가 체포 전 이뤄지지 않고 체포 이후에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도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 못할 정도의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적법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의료 조치와 관련, 경찰 측은 "김 씨가 119 후송을 거부했고 이후 119 구급대원들이 응급을 요하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판단해 돌아갔다. 또 김 씨가 아프다고 소리를 쳐서 수갑을 해제하고 119에 다시 신고했으나 서류에 침을 뱉는 등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를 억제하기 위해 다시 수갑을 채우고 범죄가 추가돼 병원에 후송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 결과, 병원 후송을 거부한 것은 경찰관이었으며,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는데다 상당한 부상이 있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고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119 구급대원의 의견이 있었음에도 뒷수갑을 채워 의자에 결박한 상태로 적절한 의료조치 없이 지구대에 2시간 30분가량 대기하게 하였다가 경찰서로 인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인권위는 "김 씨로 하여금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건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체포 현장에서 체포의 필요성을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현장 상황을 해결하는 만능 수단이 아니라 최후의 보충적 수단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요구되고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체포된 사람에게 부상이나 질병이 있어 치료가 필요할 때 도주나 증거 인멸의 염려 등으로 수사절차 상 신병 확보가 반드시 요구되지 않는다면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조치해야 하고, 수사 편의에 따라 장시간 지구대에 인치함으로써 부당한 인신의 제한이 계속되지 않도록 업무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경찰이 김 씨를 폭행했다는 김 씨 어머니의 주장과 관련해서 인권위는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수사 중에 있으므로 폭행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하고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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