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윤지오 씨가 출연한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2009년 발생한 고(故)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언자로 나선 배우 윤지오 씨에 대한 MBC 뉴스 앵커의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윤 씨는 18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했고, 이날 왕종명 앵커는 윤 씨에게 '장자연 리스트'의 실명을 공개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먼저 왕 앵커는 "오늘 장 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조선일보 기자의 비공개 재판이 있었다"고 소개하며, 이날 재판에 출석한 윤 씨에게 "오늘 증인으로 나온 사람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인물이었다.  누군지 말해줄 수 있나"라고 요청했다. 이에 윤 씨가 거부했다.

하지만 뒤이어 왕 앵커는 "(추행을 목격한) 다른 연예인이 있다고 했는데, 누군지 말해줄 수 있나"라고 재차 요청했고, 윤 씨는 "증언자로서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이 부분은 직접 해명할 수 있는 권리를 그분께 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끝으로 왕 앵커는 "장자연 문건에 방씨 성을 가진 세 사람, 이름이 특이한 정치인이 있다고 진상조사단 측에는 진술했는데 공개할 의향은 있나"라고 물었다. 결국 윤 씨가 "10년 동안 일관되게 진술을 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 미행에도 시달렸다. 결국에는 해외로 도피할 수밖에 없었고, 오기 전에 교통사고도 있었다"라며 실명을 공개할 경우 본인의 삶이 피해를 본다고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왕 앵커는 "생방송 뉴스에서 말하는 것은 진실을 밝히는 빠른 걸음이 될 수 있다"라며 윤 씨를 압박했다.

또 윤 씨는 "(그들을) 보호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앞으로 장시간을 대비한 싸움인터라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면 피의자 신분으로서 배상을 해야한다. 그 분들에게는 단 1원도 쓰고 싶지 않다. 또 그들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다"라며 본인이 입을 피해를 호소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질문에 윤 씨는 "제가 발설하면 책임져주실 수 있나"라고 까지 말했다. 윤 씨는 "방송에서 말하는 것은 몇 분에 불과하지만 그 후로 저는 살아가야 하는데, 살아가는 것조차 어려움이 많이 따른 것이 사실이다. 경찰 검찰에 일관되게 말씀드렸고, 이제는 경찰과 검찰이이 밝혀야 하는 부분이다. 저는 시민이자 증언자로서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

방송 이후, 상대적으로 약자에 위치에 있는 윤 씨를 배려하지 않고 실명을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왕 앵커의 태도에 논란이 일었다. 이날 6분 여의 윤 씨 출연분에서 왕 앵커는 사건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장자연 사건과 관련된 인물의 실명 공개만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국미투생존자연대의 남정숙 대표는 19일 미디어SR에 "왕 앵커의 모습은 성인지 감수성이 너무 떨어져 보인다.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언론이 연약한 피해자 개인의 입을 빌어 가해자의 이름을 말하게끔 하는 비겁함이다. 이는 엄연히 2차 가해이자 갑질이다. 개인이 혼자서 싸우는 것을 도와주지 못할 망정 피해자에게는 생존과 관련된 문제인데 무책임하게 2차 가해를 하는 모습이었다"고 비판했다.

남 대표는 "유지오 씨가 증인으로 나섰지만, 그 역시 현장에 있었고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원하지 않은 자리에 간 또 한 사람의 피해자였다"라며 "그런 피해자가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데 이를 대하는 언론의 성인지감수성은 너무나 낮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기대지말고 언론 스스로 윤지오 씨처럼 용기있게 폭로하길 바란다"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 윤 씨는 재판 이후 좋은 소식에 눈물이 났다고도 말했는데, 그가 말한 좋은 소식은 장자연 사건을 비롯해, 김학의 전 차관 사건 등을 조사하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이 2개월 연장된 소식이다. 이와 관련, 19일 오전 법무부와 행안부는 장관 참석 하에, 긴급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버닝썬 사건을 비롯해 김 전 차관의 사건과 장자연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들은 낱낱이 규명해달라"고 지시를 내린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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