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박능후 위원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서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 를 검토하도록 결정했다. 제공 : 보건복지부

수탁자 책임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제고와 기금 장기수익성 제고를 위해 주요 기업 정기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 후속 조치로 사전 공시한 의결권 행사 내역에 따르면 23개 주요 상장사 중 11개사의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업은 현대건설, LG상사, 신세계, 아세아, 농심, 서흥, 현대위아, 풍산, 한미약품, LG하우시스, S&TC, 넥센타이어 등 11개사다. 사전 공시 대상 기업은 지분율 10% 이상이거나 포트폴리오에서 비중 1%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이다.

반대 이유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현대건설 사외이사와 감사 재선임 관련 "분식회계에 대한 감독 의무 미준수"했다고 반대했다. LG상사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에 대해서도 "경영성과에 비추어 과다하다"고 반대 사유를 공시했다.

그 밖에도 외부 감사인의 이해 상충에 따른 독립성 훼손 우려, 장기 연임에 따른 독립성 취약 우려 등 이유를 들어 주요 안건에 반대했다. 정관변경에서도 이사회 의장과 CEO 직책을 정당한 사유 없이 합친다며 반대하기도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 보유 상장사는 79곳으로 추가로 사전 공시 반대 기업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의안에 반대하는 비율이 해마다 늘고 있는데 올해 비율이 얼마나 나올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국민연금은 13일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기금운용본부가 자체적으로 결정하지 못한 주총 안건을 다루기로 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에는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사전 공시가 깜깜이 주총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송민경 스튜어드십코드센터장은 미디어SR에 "소수 주주들은 주총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싶어도 정보가 한정돼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며 "해외 주요 연기금 상당수는 의결권 행사 내역 전체를 사전 공개해 전략적으로 활용해왔다. 이번 기회로 정보 격차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센터는 올해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기존에 운영해오던 의결권정보광장 웹사이트를 통해 국민연금 외에도 국외 주요 연기금의 의결권 사전 공시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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