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배우 정지훈(비), 강소라, 김유성 감독, 이시언, 이범수 / 사진=구혜정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50억원을 투자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흥행에 실패해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자전차왕 엄복동의 지난 5일 기준 누적 관객은 16만 5천명에 그쳐 박스오피스 순위권에서 벗어났다. 손익분기점 400만명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50억원의 제작비는 외부투자자 없이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스킨큐어가 전액을 투자했다. 영화배우 이범수 씨가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제작과 배급을 맡았다.

서 회장은 지난 26일 무대인사에 참석해 "돈을 벌자는 게 아니고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며 "감독과 배우의 열정과 자전거 경주로 앞 세대 사람들이 위로를 받았다는 점"이 투자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돈을 벌고자 했다면 당연히 외부투자를 유치했을 것이다. 물론 잘되면 좋겠지만 영화가 잘되지 않아도 손해는 우리만 본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한 주주는 "그렇게 열정이 필요하면 사비로 제작하면 되는데 왜 상장기업 돈을 써서 투자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서 회장이 쓸데 없이 영화 산업에 투자해 주주 손실을 초래한다는 취지의 불만성 게시글이 증권 커뮤니티를 뒤덮었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투자 주체는 비상장사인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스킨큐어다. 서 회장의 말처럼 손해는 `우리만` 보는 구조다. 여기서 우리는 서 회장과 임석정 SJL 파트너스 대표를 말한다.

셀트리온홀딩스는 비상장사다. 서 회장이 지분 95.51%, 임석정 대표는 3%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합작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진 셀트리온스킨큐어 역시 마찬가지로 비상장사다. 셀트리온스킨큐어가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주주 손실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셀트리온 주주 입장에서는 충분히 답답할 수 있는 상황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가 2018년 상반기 고점을 찍고 급락해 오랜 기간 횡보합 하는 어려운 상황에 주가 관리는 못 하고 서 회장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만 기웃거린다는 것이다.

답답함은 감독과 배우도 유발하고 있다. 김유성 감독은 시사회에서 "(엄복동 절도 등 범죄에 대해) 제기된 이슈는 시나리오 쓰면서는 몰랐다. 프리프로덕션 진행하며 취재 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주연배우인 배우 비도 SNS에  "영화가 별로 일 수 있다.", "영화가 잘 안돼도 좋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관계자들이 진정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에도 서 회장은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개인 투자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충분히 최선을 다한 배우들이 욕먹는 상황이 미안하고 안타깝다"며 "차기작 준비에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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