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그날,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 참사 후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가 나왔다. '생일'이 '생일' 만의 위로를 전하고자 한 발을 내디뎠다.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 CGV에서는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배우 전도연, 설경구와 이종언 감독이 참석했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다. '생일' 측은 영화에 대해 미디어SR에 "세월호 사건 이후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이종언 감독은 "2015년에 안산에 봉사를 하러 가게 됐다. 유가족 치유공간 '이웃'에서 일을 도왔는데 아이 생일이 다가오면 엄마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그걸 보면서 오히려 아이의 생일을 모두가 함께 하면 좋겠다 싶어 생일모임을 했다. 그 모임을 도와주면서 이 영화를 생각하게 됐다"며 제작 의도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벌써 세월호 이야기를 다루는 것 아니냐는 비판 어린 시선도 존재했다. 이에 감독과 배우 역시 부담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유가족들이 오히려 제작을 응원했다고도 말했다.
설경구는 "벌써 왜 이 영화를 만드냐는 분도 있지만 왜 안만들어졌냐는 생각도 있었다. 대본 읽고 고민 없이 이 영화를 해야할 것 같았다"면서 "먼저 떠나보낸 아이를 둔 아버지를 연기하며 제가 느끼고자 했던, 이해하려 하고 공감하려 했던 부분들이 관객들에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전도연 역시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땐 부담스럽고 또 선뜻 다가서기가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많이 생각하고 고사도 했었다"며 자신이 느꼈던 압박감을 회상했다.
이어 "하지만 그런 부담감 뛰어넘을 만큼, 앞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여서 좋았다. 그래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하게 됐다"면서 "너무 다가가기 힘든 큰 슬픔 있었다. 하지만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구나 했다"며 자신이 선택한 이유를 분명히 전했다.
이종언 감독은 "처음엔 유가족 분들에 다가가도 되는지가 조심스럽고 걱정됐는데 오히려 먼저 다가와주시고 먼저 말씀해주셨다. 시나리오 쓰면서 제가 만나던 분들께 말씀 드렸더니 기꺼이 인터뷰도 해주시고 일상을 기꺼이 함께 해준 분도 계셨다. 유가족 협의회 분들도 '너무 조심스럽게 하지 말고 힘내서 하라'고 하셨다"며 이들의 격려를 언급했다.
'생일'은 안산에 있는 극장에서도 유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사가 진행됐다. 그때 나온 이야기로 최종편집이 다시 한 번 이뤄졌다고도 감독은 설명했다.
이 감독은 "시사한 날을 못 잊겠다. 유가족들에 '고맙다', '수고했다'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면서 "오늘도 배우들과 다 같이 안산으로 가서 최종본을 다시 한 번 보려고 한다"며 세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감독은 또 "시기적으로 너무 빠른 게 아닌가 하는 말씀이 있으신 것 같다. 굳이 아픈 이야기를 꼭 들춰내어 이야기하는 게 실례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건을 다룬 영화가 너무 빨리 제작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의식하는 듯했다.
그럼에도 감독이 이 이야기를 다룬 이유는 확실했다. 이 감독은 "안산에 있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유가족 분들이 계속 이야기를 하신다. 우리가 더 많이 주목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이 분들에겐 위로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적절한 시기가 따로 있을까?', '이런 공감이나 위로는 언제든지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당부했다.
설경구는 "세월호가 벌써 5주기다. 온 국민의 트라우마로 남은 어마어마한 참사다. 저희 영화가 서로에게 위안도 주고, 작지만 위로도 하고, '기억하겠다'·'잊지 않겠다'고 다짐도 하는 작은 물결의 시작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전도연은 "'생일'은 시작과 끝을 얘기하는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 어떻게 다가가느냐가 아니라 관객들이 이 영화에 다가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서 "나 역시도 시나리오 읽고 제가 먼저 다가갔기 때문에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관객 분들이 다가와주셔서 응원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일'은 4월 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