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14번째 집단 산재신청 "대법원 판결 무시하는 근로복지공단"
반올림, 14번째 집단 산재신청 "대법원 판결 무시하는 근로복지공단"
  • 배선영 기자
  • 승인 2019.03.05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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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사진제공. 반올림.
4일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기자회견을 연 반올림. 사진제공. 반올림.

30대에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에 입사해 8년 가까이 일한 손씨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직원이었다. 각종 화학약품 냄새가 역하게 났지만 무서움을 모르고 일에 몰두했다. 현재 손씨는 유방암에 걸려 투병 중이다. 그는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절대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송씨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지난 2009년 입사했지만 현재는 병가로 휴직 중인 상태다. 그의 병명은 다발성 근염. 면역성 질환의 일종인 이 병의 원인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알려져있다. 송 씨는 자신의 업무가 불량을 잡아내는 업무로 동료와 상대 평가해 6개월 단위로 등수를 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컸다.

그는 삼성전자 보상위원회가 자신이 일한 크린룸에서 일하다 발병한 모든 근로자에게 보상한다고 보도됐으나 "실제로는 다발성 경화증과 루푸스는 보상되지만 다발성 근염은 보상대상이 아니라 신청도 받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이를 차별적 보상이라고 말한 송씨는 "지금 다발성 근염 치료를 위해 복용한 스테로이드 제제의 부작용으로 고관절이 괴사해 인공관절 치환술을 시행해 회복 중이지만 나머지 한 쪽도 진행 중이다. 통증이 심하고 언제까지 제대로 활동도 못하며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손씨와 송씨와 비슷한 사연을 지닌 이들이 집단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등 반도체 생산시설에서 일하다 백혈병, 유방암, 다발성근염 등의 질병을 얻은 이들이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 반올림은 4일 오전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복지공단을 향해 산재를 인정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반올림의 집단 산재신청은 지난 2008년 4월을 시작으로, 이번이 14번째다. 반올림은 "전자산업 직업병 문제는 이제 다 해결된 문제라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 삼성이 어떤 공정에서 어떤 유해화학물질을 쓰고 있는지 모른다.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규모 조차 모른다"라고 전했다.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3라인에서 근무했던 고(故) 황유미 씨의 백혈병 사망 이후 국내 반도체 및 LCD사업장 근로자들의 건강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8년 3월 설립된 시민단체 반올림은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대표를 중심으로 반도체 및 LCD 사업장 근로자들의 건강피해 문제를 제기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정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것을 촉구해왔다.

2012년부터 삼성전자와 근로차 간 교섭이 진행됐지만 원만한 타결에 이르지 못하다가 11년이 흐른 지난해에서야 삼성전자의 공식사과와 함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2028년까지 차질없이 이루기로 했다.

11년만의 성과 이후, 반올림 측에는 200여건의 제보가 쏟아졌다. 반올림 관계자는 5일 미디어SR에 "당시 언론 보도로 인해 조정위원회의 중재판정이 알려지면서 제보가 많이 쏟아졌다. 총 227건으로 집계된다"고 전했다.

문제는 대법원에서 산재여부 판단에 있어 첨단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1)인과관계가 명백히 규명되지 않더라도 쉽게 인과관계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2)화학물질 노출수준이 기준치 이하라고 하더라도 복합노출에 따른 상승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3)높은 발병률이나 정부의 조사 미흡, 사업주의 조사 협조 거부와 같은 사정들이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인정돼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이나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고용노동부는 산재판단의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고 있다는 점이다.

반올림은 "회사는 사업장의 위험요소를 계속 은폐하고 있고, 희귀병에 대한 의학적 지식은 턱없이 부족하며, 재해자에게는 별다른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그런 입증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며 근로복지공단을 향해 "대법원 판례법리에 따라 신속하게 산재를 인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2년이 지나도록 근로복지공단이나 고용노동부가 대법원 판례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피해자에게 엄격하게 입증하라고 하는데 말이 안된다.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앞선 송 씨의 사례처럼 삼성전자 측이 질병종류나 사업장, 진단 시기 등에 따라 보상의 제한을 둔 점도 제기되고 있다. 반올림 측은 "이번에 집단 산재 신청을 한 14분 중에 7분이 보상에 제한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송 씨는 "삼성전자의 차별적 보상으로 힘들다. 보도내용대로 배제 없는 보상을 해 나 같은 재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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