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Robert Scoble

필자가 현재 대학에 오면서 동네 규모를 판단한 기준은 두 가지였다. 애플(Apple) 스토어가 있는지, 그리고 홀푸즈(Whole Foods Market: 유기농 전문 슈퍼마켓)이 있는지였다.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이 두 스토어가 있다는 것은 지역의 규모와 수준을 간접적으로 제시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부분 비슷한 지역에 점포를 가지는 트레이더 조(Trader Joe’s)는 없었는데, 그 이유가 2011년 즈음 지역 커뮤니티와의 갈등이 생겨, 홀푸즈와 트레이더 조 중에서 한 브랜드만 들어오기로 되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이처럼 기업이 어떤 지역에 거점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단순히 기업의 결정에만 기반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 커뮤니티와의 소통과 조화를 고려한 지역 커뮤니티의 동의가 필요하기도 하다. 이런 과정이 필요한 것은 기업 역시 지역 커뮤니티의 시민, 즉 기업 시민권(Corporate Citizenship)을 가지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뉴욕 본사 추친 결정과 번복
 

아마존이 작년부터 시애틀 제 2 본사의 위치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미국 주요 대도시들이 꿈틀거렸다. 시카고, 텍사스, 아틀란타, 뉴욕 등 대도시에서 저마다 아마존에 특혜를 약속하며 아마존의 제 2 본사를 그들의 도시에 오픈하도록 권장했다. 이들과 오랜 시간에 걸친 협상 끝에 아마존은 작년 11월 뉴욕 롱 아일랜드 시티와 버지니아 주에 본사를 나눠 유치할 것을 발표했다. 단일 본사를 유치할 것이라는 많은 이들의 예상에 빗나가는 결정이었다. 그런데 얼마지 않아 지난 2월 14일 아마존이 뉴욕에 들어가기로 한 결정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는 지역 주민들과 지역 정치인들의 거센 반발 움직임과, 이로 인해 약속받은 세제 혜택이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 기업이 지역사회로 들어온다는 것의 의미

대기업이 지역 사회에 들어오면서 생기는 파급효과는 여러 가지다. 일반적으로 지역 사회는 대기업 유입이 경제적으로 고용창출 효과, 경제 부흥 등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아마존의 경우 아마존은 2만 5000개의 고용창출과 25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약속했다. 현재 아마존은 뉴져지 지역 에디슨과 로빈슨빌에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로빈슨빌의 경우, 로빈슨빌 시장 데이비드 프라이드(David Fried)에 의하면 아마존 입성 이후 지역 경제가 성장하고 있고, 특히 아마존의 커리어 초이스(Career Choices) 프로그램은 교육과 고용창출에 긍정적 시너지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무형의 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아마존이 있다는 자체로 사람들과 기업들을 더 이끌어오는 견인 효과가 있다. 즉 ‘아마존 = 뉴욕시의 한 일부분’이라는 이미지는 특히 첨단 기술의 이미지가 부족한 뉴욕시는 기술적 전문성과 첨단 기술 기반 플랫폼이 지역 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코넬 루즈벨트 테크 캠퍼스나, 벤처 캐피탈, 테크 관련 스타트업들이 붐을 이루며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마존의 입성은 이런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었다. 이런 기대는 시에나 컬리지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처럼 뉴욕주 유권자 중 절반 이상인 56%가 아마존 입성에 찬성한 것을 뒷받침한다.

그런데 기업의 투자나 고용 약속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입성이 부정적인 영향을 몰고 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많다. 뉴욕 정부의 경우는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앞서서 30억 달러(약 3조 2000억 원)에 이르는 주 정부 세금 감면 혜택을 약속했다. 아마존 입성을 반대하는 정치인들과 사회운동가들은 과연 엄청난 세금 감면 이상의 경제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였었다. 아마존 입성 시 소상공인 등에 대한 보호 대책 부재하다는 것도 반대의 한 이유였다. 지역 주민들은 집값 상승과 교통 상황 등, 삶의 여건이 악화할 것이라는 걱정을 표현했다. 이미 지역 주민들은 안 그래도 너무도 높은 집값이 아마존 발표 이후 더 상승했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실제 아마존 물류센터가 입성한 뉴저지 로빈슨빌의 평균 집값은 2014년 36만 달러에서 2018년 41만 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4년 만에 4만 달러(약 4천만원)가 상승한 것은 엄청난 규모는 아니지만 롱아일랜드시티의 경우 그 이상으로 집값 상승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한, 아마존 입성 시 젠트리피케이션(도심화 현상: 고임금 근로자의 입성으로 저소득층이 외곽으로 쫓겨나는 현상)이 심화할 것에 대한 우려도 불거졌다.

 

# 아마존의 입성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말이 많을까

지역 정부가 대기업들이 해당 지역에 거점 시설을 유치하도록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아마존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이 많은 것일까?

아마 그 이유는 아마존이 그동안 보여준 ‘지역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했는가에 대한 의문 때문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아마존의 기업 이미지를 보았을 때 지역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지역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11조의 수익을 내고 있는 아마존이 지역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점을 우려했다. 아마존은 학교, 소방서, 인프라구축, 리서치와 헬스케어 등 사회의 기반 영역에 기여하는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블룸버그나 시티뱅크처럼 뉴욕에 기반을 둔 대기업들이 사회, 예술, 문화 프로그램에 지원했던 것처럼 과연 아마존이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올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또한, 무노조를 지향하는 아마존에게 뉴욕 입성 시 노조를 설립해 직원들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에 답이 없었던 것도 반대 논란을 증폭시킨 이유가 되었다.

어찌 되었든 아마존의 뉴욕 제 2 본사 결정 취소는 번복될 기미가 없다. 결정 번복이 알려진 이후 뉴욕 지사와 일부 정치인들이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에게 개인적인 전화나 편지로 번복을 취소해 달라고, 뉴욕에 예정대로 들어와 달라고 간청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나마 잠잠해져 가던 논의에 다시 불길이 붙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기업과 사회와의 관계, 특히 대기업의 ‘시민’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고찰을 생각해보게 한다. 지역 사회가 지역 경제의 성장과 이미지 개선을 위해 세금 혜택 등을 제공하며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법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대기업이 지역 시민이 될 경우, 나머지 지역 시민들과 지역 사회에게 끼칠 영향을 예상하고, 결과적으로 부(-)의 효과를 내지 않도록 종합적인 고려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의사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기본이다. 기업 시민권(Corporate Citizenship)의 취득은 기업의 비즈니스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윤리가 함께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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