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 상이한 대응 방식을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에 한진그룹은 사모펀드 KCGI 측으로부터 사외이사 선임 안건 상정을 요청받은 상황이다. 

현대차는 엘리엇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존 류(John Y.Liu), 로버트 맥웬(Robert Randall MacEwen), 마거릿 빌손(Margaret S.Billson) 등 사외이사 3명을 사외이사 선임 안건으로 올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주주 추천제도를 사외이사 선정 과정에서 올해 처음 도입했다. 이사회 중심의 선진화된 의사결정 구조 확립을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엘리엇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이 현대자동차 사업에 부적합하다는 것을 공시를 통해 강조했다. 또, 자사 추천 사외이사의 적합성과 전문성을 기재했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투명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구축을 위해 이사회 다양성, 전문성, 독립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 상정을 가로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KCGI는 김칠규 회계사 감사 선임, 조재호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등을 제안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주식을 보유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아 주주제안을 할 자격이 없다며 상장회사에 관한 특례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부는 KCGI가 한진칼 등을 상대로 제기한 의안 상정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해당 조항이 소수주주의 주주제안이 어려운 점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입법된 조항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진의 조급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진 측은 지난 4일 서울지방법원 결정에 항고장을 냈다. KCGI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까지 제기하며 주주제안의 수용을 거부하고 있는바, 이는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책임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조양호 회장 측은 표 대결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서 무리수를 둘 것이 아니라 주주 결속을 위해 설득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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