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교수. 사진 : 구혜정 기자

지난달 22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자동차 산업에 이어 조선업 재편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빅3에서 빅2체제로 재편되면서 저가 수주 경쟁이 사라져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협력사와 지역사회를 거점으로 협력업체의 일감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 구조조정으로 고용유지가 쉽지 않으리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렇다면 혁신 관점에서 이번 M&A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교수 겸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위원장을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가격 경쟁력 싸움은 '불가능'
인적자원 개발 논의되어야

"대한민국은 가격 경쟁력은 없는 나라다. 과당 경쟁으로 인한 저가 수주 문제 해결 측면에서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가격 경쟁력만으로 생존할 수 없다." 김기찬 교수는 이번 합병이 구조적 해법이 아닌 근시안적 대책이라고 일축했다. 원가 경쟁에 힘써온 두 기업이 물리적 조직 통합만으로는 강대강 결합이 아닌 약대약 결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어 김 교수는 가격 경쟁력 확보 전략에 대해 "가격으로 중국과 경쟁에서 이긴다는 생각은 포기해야 한다. 일본, 독일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안이 구조조정 핵심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가격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가 조정에 나서면 기술 인력이 유출되고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절감은 앞서 있었고 인적자원 개발을 중심으로 한 합병 추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두 중공업사는 해양사업부를 완전히 없앤 상태다. 죽기 직전까지 구조조정을 했다. 당장 구조조정보다는 인적자원 개발이 더 중요하다. R&D 체제를 완전 바꿔야 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성장기 때 R&D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미래 사업을 어디로 가져가는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중공업 노조는 물론 대우조선해양 노조 측도 매각 철회를 요구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노조가 무조건적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본인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요구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노키아와 미국의 러스트벨트를 사례로 들며 "(노조가) 현재 체제가 유지될 수 없어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본인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최고의 복지는 일할 수 있도록 그 분야의 전문가로 육성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교수. 사진 : 구혜정 기자

# 성장 정체기, 사람중심 기업가 정신만이 답

김 교수는 조선업 외에도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 부문이 사람중심 혁신성장을 통해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결국 낮은 길과 높은 길이 있다. 낮은 길은 임금을 올려서 근로자 소득을 높이는 방법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가능하다. 성장이 정체되어 있거나 한계기업이 많은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높은 길은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역량 국가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사람을 도구로 쓰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 창출의 원천으로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거시적 표어인 사람중심 경제가 아닌 실행의 주체가 되는 기업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사람을 키워내는 기업 문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문화가 보통의 제품을 최고의 제품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도 사람중심 비즈니스 모델이 1980년 도입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저항을 겪었다"며 "결국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초우량 기업, 히든 챔피언 기업의 중심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업가 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3만불 시대 사람중심 기업가 정신은 대한민국의 운명이다. 한국의 기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 보스 문화에서 리더형으로. 모든 게 사람이다." 김 교수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혁신 성장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 1차 협력업체 영업이익률이 2% 내외지만 일본의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들은 20년간 장기 불황에도 평균 영업이익률 5%를 넘겼다는 것이다.

끝으로 김 교수는 "혁신성장에 성공한 중소기업 수를 늘리는 것이 나의 목표다.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꿈을 공유하고 성공 경험을 공유하고 혁신을 공유하면 사람이 열심히 일하기 시작한다. 몸도 마음도 출근하는 직원 비율이 높아지면 성공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교수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의장을 맡고 있다. 혁신경제분과는 산업 구조조정과 산업 경쟁력 제고, 4차 산업혁명 대응 등을 대통령에게 조언하고 있다. 또, 세계중소기업협의회 ICSB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꾸준히 사람중심 기업가정신 연구를 이어온 것은 물론 최근 직접 꼼파니아 학교 설립해 기업가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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