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제공 : KEB하나은행

연임이 유력했던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28일 연임을 포기하면서 금융당국과의 마찰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연임 가능성이 컸던 함 행장이 전격적으로 퇴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하나은행 측은 함 행장의 결단이라는 입장이다. 함 행장이 지성규 부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로 꾸준히 밀어왔으나 그룹 내부에서 함 행장의 연임을 원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조직 안정을 위한 용퇴라고 볼 수 있다"며 "수차례 연임을 고사한다는 뜻을 그룹 임추위에 전달하고 고향길을 택했다"고 전했다.

반면, 하나금융그룹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금융감독원이 지배구조 리스크를 이유로 함 행장의 연임을 재검토 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을 주요 퇴임 원인으로 보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은행담당 임원이 하나은행 사외이사와 만나 후보자 선정 지배구조 리스크 요인을 언급했다. 이어 27일 윤석헌 금감원장이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법적 리스크 점검을 요청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27일 오후까지만 하더라도 하나은행 측은 지배구조 리스크가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경영 공백 발생 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승계절차가 마련되어 있다며 함 행장을 후보로 올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함 행장은 28일 퇴임을 발표했다. 개인적 사유라는 퇴임 이유를 밝혀 금융감독원은 관치 논란에서도 일정부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3일 "수탁자 책임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생명 등 하나금융그룹 5개 자회사가 도입에 나선다. 금융감독원이 참여 확산을 독려하고 있으나 국내 은행권에서는 KB국민은행이 유일하게 도입을 한 상황이다. 금감원과 마찾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하나금융그룹의 결정은 금융당국에 호응하는 모양새다.

퇴임과 동시에 지성규 글로벌사업 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된 것도 급작스럽다. 함 행장은 지성규 부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자 수차례 추천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간 지성규 부행장은 후보군으로 언급되지 않은 인물이다. 홍콩, 심양 등 지점을 거쳐 2007년 하나은행 중국법인 설립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중국법인 통합을 이끈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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