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한유총 소속 유치원에 실망"

서울 소재 한 유치원은 당초 개학 무기한 연기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4일 오전 정상 개원을 한 상태다. 사진. 구혜정 기자

사립유치원 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3월 4일 개학을 앞둔 지난 달 28일 오후 개학연기 투쟁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막상 4일 오전 개학연기 참여율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일 그야말로 폭탄을 맞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사립 유치원에 대한 실망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한유총은 지난 달 28일  "2019학년도 1학기 개학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준법투쟁을 전개한다"라고 전했다. 한유총은 3월 1일부터 원아 200명 이상인 사립유치원에 필수 적용되는 국가회계관리시스템, 에듀파인 도입에 반대하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사립에 맞지않는 시스템임에도 수용한다"라고 전했다. 대신 조건을 내걸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무기한 개학연기라는 초강수를 두며 교육부와 협상에 나섰다. 이들이 에듀파인 수용의 대가로 교육부와 정부에 요구한 것은 시설이용료와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금 확충, 누리교육과정 폐지, 유치원 3법 철회 등이었다.

한유총 소속 일부 유치원이 학부모들에 전달한 통지문

또 한유총 소속 일부 사립유치원들은 28일 학부모들에 전하는 통지문을 통해 "1. 유치원에 대한 학부모 선택권이 없어진다. 2자녀를 둔 가정에서 형제가 다른 유치원을 다니게 될 수도 있다. 2. 특기적성교육이 없어지고 공립유치원처럼 교육과정이 획일화된다. 3. 버스기사의 사소한 교통법규 위반이나 교사의 사소한 분쟁 민원에도 에도 유치원이 학기 중 폐쇄될 수 있다"며, 이를 수용할 수 없어 개학연기에 나선다고 전했다. 학부모 통지문에는 시설이용료와 지원금 확충에 관한 내용은 빠져있었다.

이에 교육부는 휴일인 지난 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유총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부모와 학생을 볼모로 입학식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 무기한 입학연기는 국민 상식에 반하는 행동이며 집단휴업에 해당된다"라며 "이는 유아교육법과 관계법령상 불법이다. 불법행위 유치원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단 조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서울 소재 한 유치원은 당초 개학 무기한 연기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4일 오전 정상 개원을 한 상태다. 사진. 구혜정 기자

 

또 한유총에 학부모들에 전한 개학연기 사유와 관련, 교육부는 "학부모들에 배포하고 있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1. 학부모 선택권이 제한되거나 한 가정의 유아를 다른 유치원에 보내도록 강제하지 않는다. 2. 유치원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은 국공립·사립 유치원에 적용되며, 기관과 지역, 유아 특성을 고려해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3. 유치원 운영정지나 폐쇄로 이어지는 경우는 교통사고로 유아가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은 경우로 사소한 법규 위반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입학식 무기한 연기에 참여하는 유치원 숫자는 전국 약 164개곳으로 파악됐다"며,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돌봄수요신청을 받겠다"고도 전했다.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지난 2일부터 돌봄신청을 받고 있으며, 3일 오후 1차 배정 유치원을 학부모들에 전달했다. 4일 오전에도 입학연기 유치원 숫자를 파악 중이다.

교육부의 강경방침에 3일 늦은 오후 학부모에 "정상 개원을 하겠다"라며 입학 연기를 철회한 유치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북부의 한 유치원은 당초 입학을 무기한 연기할 것이라고 했지만, 4일 오전 원아들은 정상적으로 등원을 하고 있다. 이 유치원에 아이를 입학시킨 학부모A씨는 "어제 늦은 오후 원장에게 직접 연락이 와서 정상 개학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유치원 역시 입학 무기한 연기 입장을 철회하고 정상 개학을 했다. 유치원 관계자는 4일 미디어SR에 "지난 3일 오후 학부모들에 정상 개학을 한다고 공지를 했고, 오늘 오전 차량 운행까지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한유총은 2000여곳의 유치원이 입학 연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4일 오전 기준, 서울시의 입학연기 유치원은 총 21곳으로 파악됐고, 무응답 유치원은 7곳이다. 이중 자체돌봄을 제공하지 않는 유치원은 총 2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디어SR 취재 결과, 서울시가 입학연기를 할 것이라고 파악한 21곳 중에서도 일부 유치원들이 이날 오전 정상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치원 수가 가장 많은 경기권의 경우, 입학연기 유치원은 총 71곳으로 파악됐고, 무응답 유치원은 45곳이다. 이중 자체돌봄을 제공하지 않는 유치원은 55곳으로 파악됐다.

한유총의 입학 무기한 연기 실제 참여율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휴일을 앞두고 갑자기 선포한 입학 무기한 연기 방침에 직격탄을 맞았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한유총 소속 유치원에 대한 불신만 깊어졌다. 학부모 A씨는 "한유총 소속의 유치원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피부에 와닿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새학기 시작 전 갑작스러운 개학연기 입장에 휴일 내내 안절부절 하지 못했고, 부랴부랴 아이 맡길 곳을 찾아놓은 어제 늦은 오후 개학연기를 철회하니 정상등원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아이는 원래 다니던 유치원에 가게 된다며 좋아했지만 부모로서 또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유치원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다른 곳으로 옮겨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B씨 역시 "절대 여기서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만 피해 입을 일이라 유치원을 다시 선택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 C씨 역시 "교육자라는 사람들이 아이를 볼모로 장난을 치고, 본인 이득에만 눈이 멀어 있는 모습을 보니 부모로서 행동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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