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일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출근길, 빨래 널 떄, 가벼운 산책을 나가기 전에 반드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합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주말 야외 활동을 취소하기도 합니다. 미세먼지가 삶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 마련에 분주합니다. 독한 미세먼지가 돈이 되는 미세먼지 산업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미디어SR은 미세먼지를 둘러싼 정부의 대책에 빠진 부분은 없는지 살피고 새로운 산업에 대해서도 조망해보고자 합니다. 또 본지가 작년 3월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으로 지목하고 기획취재를 통해 살펴본 석탄화력발전소 저탄장 문제도 다시 한번 점검했습니다. [편집자 주]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저탄장 중 한 곳의 모습. 제공 : 산업통상자원부

전국적으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당장 조치할 수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저탄장 덮개 설치조차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디어SR이 최근 신창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으로 석탄화력발전소 야외 저탄장 옥내화가 의무화 되었음에도 서부, 남부, 동서화력발전소 등 주요 석탄화력발전소는 시행규칙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중이라는 이유로 옥내화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

저탄장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원료가 되는 석탄을 보관하는 야적장이다. 옥외 저탄장은 말 그대로 석탄을 산처럼 쌓아둔 시설이다. 충남 당진시 석탄화력발전소 한 곳 저탄장만 하더라도 25만 평방미터로 축구장 30배 규모를 자랑한다. 화력발전소 인근 옥외 저탄장은 비산먼지와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이자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시설이다.

김순태 아주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에 따르면 충남 지역 화력발전소로 한정해도 수도초미세먼지 농도에 미치는 영향은 4~5% 수준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1년 기준 국내 초미세먼지 배출원 가운데 석탄이 차지하는 비율을 59%에 이른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 교수는 미디어SR에 "화력발전소 저탄장 1곳의 미세먼지 배출량만 하더라도 연간 최대 400톤 규모로 추산된다. 특히, 충남 지역 석탄화력발전소 저탄장은 수도권에 밀접해 관리가 절실하고 인근 주민을 생각하더라도 시급히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튀니지 석탄발전소의 옥내 저탄장 모습. 출처 : geometrica.com

환경부는 올해 총 4만톤의 초미세먼지 감축 목표를 설정했는데 전국 61개 화력발전소 저탄장 옥내화를 통해서 감축할 수 있는 초미세먼지만 하더라도 2만 3천톤에 육박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저탄장 옥내화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페루, 튀니지, 볼리비아, 인도네시아와 같은 개발도상국가에서도 저탄장 덮개를 씌우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지금도 늦은 상황이다.

 

법 없이 덮개 없다는 화력발전소
발전사에 책임 미루는 정부

반면, 국내 주요 발전사들 중 저탄장을 옥내화를 완료한 곳은 서부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 중부 신보령 발전소 1,2호기에 불과하다. 중부 신서천 발전소는 건설 중이다. 대다수 발전사들은 기획재정부가 예비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 추진하지 못 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야외 저탄장 옥내화를 의무화하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을 마련하면 이사회 승인을 거쳐 착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예비 타당성 조사 없어도 옥내 저탄장 건설에 착수할 수 있는 방식은 많다. 올해 1월 예타 지침을 개정해 수익성이 부족해도 공공성 있는 사업은 추진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표면적으로는 석탄화력발전소 미세먼지 감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력그룹사와 모여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대책 회의를 수 차례 했음에도 발전소 출력을 제한 방식 외에 비용이 드는 저탄장 건립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석탄발전사를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한국전력 측도 미디어SR에 "한국전력이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되면서 발전사 자율경영체제에 들어가 석탄발전사에 대한 경영권 행사가 힘들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일부 지자체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단기 대책을 시험 삼아 진행할 사안이 아니라 분명하게 효율이 나올 수 있는 저탄장 옥내화 부터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저탄장 미세먼지에 분노하는 주민들
일부 지자체 자구책 마련 나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집안을) 아침에 닦아놓아도 저녁만 되면 새까맣게 돼. 빨래는 방에 깔아놓아야지, 밖에 널면 큰일 나. 밭에도 심을 게 없어. 콩도 배추도 고추도 다 병이 생겨."

충남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교로리 주민의 말이다. 정부와 발전사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고통받고 있다. 광활하게 넓은 면적에서 발생하는 먼지는 지역 주민들의 일상 생활을 위협한다. 매일 같이 창틀을 청소해야 한다. 배추를 애써 키워도 뽑아보면 안속까지 석탄 가루가 까맣게 내려 앉아 김장을 담글 수 없다. 농사를 짓기 힘들다.

교로리 복지회관 창틀에 쌓인 석탄가루. 마을 건물에 쌓인 석탄 가루와 벽을 타고 흐르는 석탄 가루 물자국. 구혜정 기자

인천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월 영흥화력 저탄장 미세먼지, 비산먼지 관련 한국남동발전에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시는 한국남동화력발전에 석탄 회처리장에 비산먼지 억제 시설을 설치하고 저탄장 완전 옥내화를 추진하지 않을 경우 조업정지를 명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25일 강원, 동해 삼척 등 지역 지자체도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 피해가 수십년 간 이어졌음에도 정부 차웜에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해시 관계자에 따르면 고압선 지상 건립, 연료 운송 과정에서의 도로 파손과 석탄 비산 먼지 피해 등을 호소해 왔으나 발전사들은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 정책점검①] 손 놓은 정부, 미세먼지 날리는 석탄화력발전소
[미세먼지 정책점검②] 서울시의 촘촘한 미세먼지 대책? "효과 미비할 것"
[미세먼지 정책점검③] 중국탓만 하는 국민인식, 문제 해결 걸림돌
[미세먼지 정책점검④] 미세먼지, 新산업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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