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은 기부금 규모가 307억달러에 이른다. 미국내 대학 가운데 최대규모의 기부금을 보유한 이 대학은 규모나 임팩트 면에서 세상사람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최근 이슈는 BP나 Shell 처럼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을 다루는 200개의 화석연료 기업에 대해기금 투자를 철회하라는 캠페인(divestment campaign)이다.

만약 하버드대가 이런 회사에 대한 투자를 철회한다면 캠페인은 엄청난 힘을 얻게되고 게임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게된다. 물론 여타 대학이 그 뒤를 잇기도 쉬워진다. 그런데 아직까지하버드대는 화석연료회사에 대한 투자철회를 거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우린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고 그들의 관점도 존중한다. 그러나 하버드대는 화석연료 관련회사에 대한 투자철회를 고려하지않고 있다”고 케빈 갤빈(Kevin Galvin) 하버드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주 하버드대 기금을 관리하는 하버드 매니지먼트 컴퍼니(HMC)는 자밀라 페디치니(Jameela Pedicini)를 최초의 지속가능투자(sustainable investing)부문 부사장으로 영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HMC의 캐트린 머타(Kathryn Murtagh) 국장은 “현 산업구조에 전문가인 자밀라가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기업의 사회적, 환경적 활동과 지배구조를 고려해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투자와 하버드 캠퍼스의 떠오르는 이슈들과 관련해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명의 의미가 무엇일까. 하버드대가 투자철회 캠페인에 ‘Yes’라고 답하는데 좀더 가까워진게 아닐까. 아니면 학생들에게 립서비스나 하려는 것일까.

새로운 부사장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정확히 무엇인가? HMC의 사장이자 CEO인 제인 멘딜로(Jane Mendillo)는 이렇게 설명한다. “장기투자자로서 우리는 하버드대 기금 포트폴리오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요인들에 정확히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자밀라는 이런 리스크와 기회에 대한 우리의 인식수준을 제고해줄 것이며, 대학에 가져다줄 장기적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사전실사(due diligence process 소정의 절차에 따라 거래 기업에 대한 재무적·영업적 활동에 대해 조사하는 전체 과정)를 치밀하게 주도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페디치는 ESG 개념을 기금의 재무적 분석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녀가 대학기금에 그것을 처음 적용하는 인물은 아닐 것이다. 교육기관의 기금들은 이미 책임투자정책을 도입한 기관기금 가운데 두 번째로 큰 부분을 차지한다. 투자철회 활동의 대부분은 수단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금지(자산기준 2000억달러 규모. 내전의 혼란을 겪고있던 아프리카 수단에 투자하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와 담배회사 관련 투자금지(자산기준 1330억달러 규모)에 집중돼있다.

페디치니의 업무는 투자대상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검증(negative screening)하는 것에 머물지는 않는다. ESG 평가기준은 지속가능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포함해 긍정적인 ESG 요소들을 반영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ESG 기준은 또 특정 섹터에 대한 투자때 ‘업종내 최우수’ 기업을 고르거나, 리스크요인들을 관리하고, 포트폴리오의 벤치마크를 구성하는 과정 등에 이용된다.

아주 흥미로운 질문중 하나는 과연 페디치니가 탄소이슈에 대해 언급을 할 것이냐다. 바로 시장이 화석연료회사들의 가치를 잘못 계산하고 있다는 점인데, 현재 화석연료회사들의 주식가격은 그들이 보유한 매장량을 모두 활용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러나 전지구적 노력에 힘입어 지구온난화를 늦출 수 있다면 세계 최대의 화석연료회사들이 보유한 매장량의 80%가 활용불능상태에 놓인다.

페디치니가 이런 분석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더구나 그녀의 새 직장은 스스로를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요소에 포커스를 둔’ 장기적 투자자라고 하지않나? 아마 이런 추측이 맞겠지만 반드시 페디치니가 화석연료 회사들에 대한 투자철회를 기금에 권고할 것이란 뜻은 아니다.

하버드대처럼 현명한 투자자가 ‘시장은 탄소관련 이슈를 간과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되, 실행으로 옮기진않는 게 가능할까. 답은 분명히 그렇다는 것이다. 페디치니의 과거 직장인 캘퍼스(CalPERS 미 캘리포니아주 2500여개 공공 및 교육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및 의료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최대의 연기금)를 보면 그렇다.

페디치니가 투자책임자로 근무했던 캘퍼스는 운영자금규모가 2550억달러에 이른다. 사회책임투자(SRI) 커뮤니티의 주도세력중 하나이지만 주식포트폴리오의 10%(시장가치기준)를 화석연료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베이에리어 투자철회캠페인(Bay Area divestment campaign)의 타깃이 되었지만 그걸 무릅쓰고 이뤄낸 결과다.

http://www.triplepundit.com/2013/08/will-harvard-divestment-after-appointing-new-vp-sustainable-inve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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