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제공: 대한항공

횡령과 배임으로 수백억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오는 3월 27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 표방 사모펀드 KCGI의 주주제안에 거칠게 반발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KCGI는 지난달 31일 한진칼에 감사 1인 선임의 건, 사외이사 2인 선임의 건 등을 골자로 하는 주주제안서를 보낸 바 있다. 이촌 회계법인 김칠규 회계사 감사 선임, 조재호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영민 변호사 사외이사 선임을 제안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20일 자료를 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주식을 보유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아 한진칼과 한진에 주주제안을 할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주주총회에서 KCGI의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올리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한진그룹 측은 상장회사에 관한 특례조항 상법 제542조 6항 `6개월 전부터 상장회사 주식 0.5% 이상 보유한 주주는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문제는 해당 조항이 상장회사의 규모가 커 3% 이상 주식을 보유하기 쉽지 않아 소수주주의 주주제안이 어려운 점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9년 1월 상법 개정 당시 마련된 조항이라는 점이다. 3%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KCGI에 해당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법안의 입법 취지와 전면으로 배치된다

KCGI 측은 특수목적법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10.81%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상법 363조에 따라 6주 전인 1월 31일 주주제안서를 조양호 회장 측에 전달해 적법하게 주주제안을 할 수 있음에도 한진그룹이 무리수를 둔 모습이다.

KCGI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신뢰의 위기를 자초하고서도 경영진이 진정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는커녕 법에 보장된 주주들의 최소한의 권리조차 무시하는 행태를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다"며 "한진그룹 경영진이 불법과 부정으로 얼룩진 과거의 행태에서 벗어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진그룹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조양호 측이 최근 법원이 KCGI 주주명부 열람 등사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표 대결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서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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