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첫 상륙한 넷플릭스는 유독 한국에서만큼은 맥을 못 추었다. 기존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서비스) 플랫폼들이 견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탓도 있었고, 넷플릭스에 볼만한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시작으로 넷플릭스는 조금씩 천천히 한국형 콘텐츠를 통해 존재감을 넓히고, 이미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은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의 입소문을 통해 상륙 2년 만에 100만 가입자를 확보하기에 이른다.

국내 지상파들은 작년부터 역차별을 주장하며 넷플릭스를 견제하고 있는데, 일견 설득력을 지니는 대목이 있더라도 애국심 호소가 결코 먹히지 않는 넷플릭스만의 매력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이를 능가하는 기술력과 서비스, 콘텐츠 없이 국내 OTT 업체들이 상승곡선을 따라 달리는 넷플릭스를 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이 시점, 왜 넷플릭스가 사용자들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를 짚어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편집자주]

지난 1월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 제작발표회 모습 사진:구혜정 기자

“킹덤 다 봤습니다. 다음에 뭐 볼지 추천 좀 해주세요” "버드박스 봤는데 비슷한거 또 없나?"

드라마의 한 시리즈를 정주행 한 후 새롭게 시작할 것을 찾는 모습,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가 없는지 묻는 모습. 요즘 일상은 물론, 인터넷 커뮤니티·SNS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현상 중 하나다. 

콘텐츠 플랫폼 시장에서 '공룡'이 된 넷플릭스 이야기다. 전 세계 1억390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는 2016년 1월 우리나라에 상륙한 뒤 벌써 100만 명 안팎의 이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디오와 DVD를 대여·배달하는 서비스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어느덧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서비스 업체가 됐다. 
    
세력을 확장한 넷플릭스는 이용자들의 취향과 시청 패턴에 정교하게 맞춘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도 활발히 제작하고 있다. 미국, 유럽 각지의 콘텐츠 뿐만 아니라 한국 콘텐츠 제작도 본격화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수많은 가입자를 만족시키는 것 중에 하나는 뛰어난 ‘빅데이터 분석 능력’이다. 이용자가 선호하는 장르, 스토리, 시청 패턴 등을 고려해 그들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한다. 반복 시청, 비슷한 장르 감상, 새벽에 주로 시청 등 다양한 시청 습관을 분석하고, 동시에 마음에 드는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는 이용자의 모든 취향을 고려한다. 또, 원하는 제목을 검색하면 해당 콘텐츠는 물론 유사한 것들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콜롬비아 마약왕 이야기를 다룬 인기 시리즈인 ‘나르코스'를 봤다면, 추천 영상으로 유사한 장르나 소재의 드라마·영화를 넘어 다큐멘터리까지 올라온다. '불굴의 투혼', '어두운 분위기', '긴장감', '흥미진진'과 같이 드라마 속 감정이 어떻게 표현 되는지 등 프로그램의 특징을 정리한 태그가 붙여지고, 해당 키워드로 유사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이용자의 시청 이력을 바탕으로 태그를 조합해 끊임없이 추천한다. 이러한 맞춤형 추천은 이용자들의 추가 시청을 유도하는 넷플릭스의 중요한 자산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취향을 그룹화해 이에 속한 회원들이 시청한 콘텐츠나 좋아요 등을 추천한 내용에 따라 회원이 보고 싶어할 만한 콘텐츠가 추천된다. 넷플릭스에는 수천 가지의 취향군이 있으며 회원의 콘텐츠 취향에 따라 섬세한 추천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맞춤형 추천 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애니메이션, 스탠드업 코미디, 다큐멘터리, 키즈 콘텐츠 등 다양한 장르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데이터 분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널리 사랑받을 수 있는 스토리를 찾고, 콘텐츠를 제작하며, 이를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팬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여러 측면에서 고민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고민하고 투자해서 만든 드라마, 영화 등 오리지널 콘텐츠는 입소문을 타 넷플릭스 필수 시청 콘텐츠로 이용자 유입을 이끈다. 직장인 A씨는 미디어SR에 "넷플릭스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오리지널 콘텐츠인 '루머의 루머의 루머'라는 드라마를 추천 받아 본 후 너무 재미 있어서 넷플릭스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져 이용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대학생 B씨도 "미드 시청을 위해 넷플릭스를 이용한다"라며 "콘텐츠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2017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정주행한 시리즈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인 '기묘한 이야기 시즌 2'였다. 또, 넷플릭스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이용자들이 정주행에 빠진 콘텐츠' 5개 중 4개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다. 지난해 말 공개된 후 첫 주만에 45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 영화 '버드박스' 역시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의 작품들은 몰입감과 작품 완성도가 높아 명망 높은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기도 한다. 2013년 넷플릭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스트리밍 서비스 최초로 미국 텔레비전 최고 권위 상인 에미상을 수상했다.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로빈 라이트는 웹 TV 프로그램 여성 배우 중 최초로 골든 글로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에미상에서는 미국 거대 유선방송인 HBO보다 더 많은 후보를 배출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2018년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로마’는 세계 3대 영화제인 제 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이 영화는 오는 24일 열리는 '2019년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0개 부분 최다 노미네이트되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제작된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도 지속적으로 선보여 국내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넷플릭스 하면 ‘하우스 오브 카드’만 알던 한국 팬들에게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만들고 독점적으로 서비스하며 국내에 동영상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옥자를 시작으로, 유재석 출연의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애니메이션 ‘라바 아일랜드’, 'YG전자' 등을 선보였다. 또한, 드라마 '시그널' 김은희 작가와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제작하고 배우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 등이 출연한 '킹덤'은 지난 1월 25일 공개된 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작품은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범인은 바로 너!', '라바 아일랜드', 'YG전자'는 지난해 국내 이용자가 자주 다시 시청한 넷플릭스 콘텐츠로 Top5의 명단에도 올랐다. 해외 콘텐츠 뿐만 아니라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로도 상당수의 국내 이용자를 유입, 만족시킨 것이다.

이 외에도 넷플릭스는 ‘비밀의 숲’,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미스터 션샤인’, '스카이 캐슬' 과 같은 한국의 웰메이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 및 수급해 국내 이용자는 물론 전 세계 회원들에게 한국 콘텐츠를 수출하고 있다. 제작비 400억원이 넘는 수준이었던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넷플릭스가 300억원을 투자하며 계획대로 제작 됐고, 이 작품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방송되며 한류 확산에 기여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미국을 비롯 전세계에 소개된 ‘비밀의 숲’은 2017년 뉴욕타임스의 국제 드라마 부문 TOP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한국은 훌륭한 수준의 제작 인프라와 뛰어난 스토리를 많이 보유한 국가다. 한국 콘텐츠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에게 좋은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인 넷플릭스에게 한국, 그리고 한국 콘텐츠가 매우 소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창작가들의 뛰어난 역량과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한국 콘텐츠의 힘을 믿고, 한국 상주 콘텐츠 팀을 구축해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올해 방영 라인업으로 확정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연달아 공개되면 넷플릭스의 국내 공세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유재석, 박민영, 이승기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 시즌2' 천계영 작가 동명 웹툰 원작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 현실 로맨스 드라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가 줄줄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엔터테인먼트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언제나 좋은 작품, 각본, 아이디어에 귀를 열어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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