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첫 상륙한 넷플릭스는 유독 한국에서만큼은 맥을 못 추었다. 기존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서비스) 플랫폼들이 견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탓도 있었고, 넷플릭스에 볼만한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시작으로 넷플릭스는 조금씩 천천히 한국형 콘텐츠를 통해 존재감을 넓히고, 이미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은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의 입소문을 통해 상륙 2년 만에 100만 가입자를 확보하기에 이른다.

국내 지상파들은 작년부터 역차별을 주장하며 넷플릭스를 견제하고 있는데, 일견 설득력을 지니는 대목이 있더라도 애국심 호소가 결코 먹히지 않는 넷플릭스만의 매력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이를 능가하는 기술력과 서비스, 콘텐츠 없이 국내 OTT 업체들이 상승곡선을 따라 달리는 넷플릭스를 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이 시점, 왜 넷플릭스가 사용자들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를 짚어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편집자주]

넷플릭스. 구혜정 기자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온 지 3년이 지났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등으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 강력한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인 만큼 넷플릭스를 둘러싼 이야깃거리도 많다. 넷플릭스가 들어온 뒤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어떤 논란이 있었는지 짚어보자. 

OTT 규제 논의 확산

OTT(Over The Top)은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국내 OTT사업자는 티빙, 푹(POOQ), 왓챠플레이 등, 해외 사업자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이 있다.

현재 OTT에 대한 뚜렷한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OTT가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규제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월 발의한 '방송법 전부개정안(통합방송법)'이 논의의 중심이다. 개정안은 유료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OTT 사업자를 '유료방송사업자'로 분류하고 등록 또는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실시간TV를 제공할 경우 등록제, 실시간TV를 하지 않으면 신고제로 운영된다.

국내 사업자는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푹을 운영하는 콘텐츠연합플랫폼은 해당 규제는 국내 토종 OTT(푹, 티빙 등)만 대상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푹, 티빙 등은 유료로 운영하면서 실시간 TV도 제공하기 때문에 '유료방송사업자'이자 등록제일 가능성이 높다. 

무료로 운영되는 유튜브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넷플릭스는 유료지만 실시간 TV를 제공하지 않아 규제 수위가 낮은 '신고사업자'로 분류된다고 봤다. 즉, 국내 OTT사업자가 해외 사업자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규제를 받으니 차별적이라는 주장이다.

과학기술정통부도 OTT 사업자를 방송법에 넣는 통합방송법은 반대하고 있다. 과기부는 OTT 규제는 필요하지만 굳이 방송법으로 규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과기부 방송산업정책과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지금 당장 OTT사업자를 방송사업자로 규제하면 국내사업자에게 더 강한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방송사업자는 편성, 광고 등 많은 분야에서 규제받고 있다. 신규 서비스인 OTT 사업자를 벌써부터 방송법에 넣어 옥죄기보다는, 인터넷동영상서비스(가칭) 같은 별도 개념을 신설해 새로운 규제안을 만드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OTT 사업자가 현재 미디어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국, 영국 등 해외와 비교해 OTT 사업자가 방송사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 그때 방송사업자로 규제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과 역차별...'망 사용료' 논란

망 사용료 논란도 넷플릭스를 둘러싼 주요 얘깃거리 중 하나다. 구글(유튜브), 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의 망 사용료는 예전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새로운 강자 넷플릭스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망 사용료는 콘텐츠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할 때 이용하는 네트워크(망)에 대한 대가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가 망을 제공한다. 

현재 해외 기업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규제는 없다. 이에 통신업계는 네트워크 부담은 통신사가 지는데 해외 플랫폼은 수익만 가져간다며 불만이 높다. 망 사용료를 꼬박꼬박 내는 국내 기업도 '역차별'이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는 한 해 약 700억원을 망 사용료로 내지만 해외 기업은 이보다 한참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통신사는 억지로 비용을 들여 망을 증설해야 하는 상황이다. 넷플릭스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트래픽이 몰려 넷플릭스가 느려졌다는 이용자 항의가 많아졌기 때문.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겠다"고 명확하게 밝힌 적이 없다. 국내 기업에 비해 망 사용료를 충분히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넷플릭스의 입장을 물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소비자들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개선하고 혁신하기 위해 기존 파트너는 물론이고 다양한 국내 사업자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문제 해결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도 망 사용료 규제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역차별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해외 플랫폼의) 트래픽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상생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통해 망 사용료 역차별을 해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가이드라인은 강제가 아닌 자율 적용이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지킬지는 미지수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적용되는 국내법과 규제를 준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바꾼 제작환경

넷플릭스는 국내 제작사와 협업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 제작사와 '킹덤', '라바 아일랜드', '범인은 바로 너!' 등을 제작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투자를 점점 늘려나갈 계획이다. 지금까지 넷플릭스가 국내에 투자한 금액은 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국내 제작사와 콘텐츠 수급 및 제작을 계약하면서 국내 콘텐츠의 글로벌 수출 환경이 조성됐다.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하면 전 세계 넷플릭스 이용자에게 손쉽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얼마 전 넷플릭스가 공개한 조선판 좀비드라마 '킹덤'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콘텐츠 제작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치밀한 계약을 진행한다. 세세한 부분까지 짚어 계약서 양부터 방대하다. 국내보다 선진적이라는 평이다. 

예산과 방송심의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작가의 창작에 제한을 두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큰 변화다. 킹덤의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를 선택한 이유로 "공중파는 많은 제약이 있어 방송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넷플릭스가 창작자의 자유를 보장해줬다며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방송스태프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방송스태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한 방송 노동자가 주 85시간을 일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넷플릭스와 기존 국내 제작환경이 크게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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