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저는 원래 바쁠 게 없는데 요새 좀 바빠졌어요. 이게 무슨 일일까요. 하하.”

‘SKY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의 모범가장 황치영으로 변신을 성공적으로 마친 최원영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소탈한 모습으로 기자와 만난 최원영은 “워낙 사랑받은 작품이다 보니 저도 뜻하지 않게 수혜를 누리고 있다”며 밝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극 중 유일하게 그리고 너무나도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연출한 만큼 이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는 최원영은 작품에 대한 만족감과 애정어린 소회를 숨기지 않았다. 최원영에게 ‘SKY캐슬’은 어떤 의미일까. 최원영과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봤다.

Q. ‘SKY캐슬’로 정말 큰 사랑을 받았어요.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어떤 느낌 같은 게 오진 않던가요(웃음).
최원영:
처음부터 대본이 정말 재밌었어요. 유일하게 그 안에서 정상적인 인물이어서 왜 이걸 제게 줬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웃음). 초반에는 크게 보이는 부분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전체 줄거리와 그 과정을 보면서 이 사람과 가족이 드라마 안에서 자리매김할 이유가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5부까지의 대본을 먼저 봤는데 정말 흥미롭고 재밌어서, 이건 정말 잘 만들면 재밌겠다 싶었죠.

Q. 배우로서 감이 올 만하죠. 시청률도 어느 정도 나오겠다고 예상한 바가 있나요.
최원영:
이 작품이 안될 것 같지는 않았어요. 잘될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이 정도까지는 예상을 못 했죠. 이게 무슨 일이야 싶더라고요(웃음). 20%가, 나올 수 있는 수치더라고요. 하하.

Q. 첫 회부터 강렬해서 더욱 화제가 됐죠. 시청률은 오히려 시청자 반응에 비해 늦게 올라간 감이 있는 것 같아요.
최원영:
김정난 선배의 연기가 1회부터 기가 막혔죠. ‘SKY캐슬’은 김정난이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 시작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늘 하던 대로 현장에서 찍어도 방송에 나오는 결과물은 너무도 놀라웠어요. 만드는 스태프 분들과 감독님, 카메라 감독님들을 존경하게 됐죠. 저 역시도 매회마다 정말 잘 봤던 작품이었어요.

Q. 강렬한 캐슬 가족 중 우주의 가족만 너무나도 '정상적'이었어요. 그래서 도리어 불편한 마음을 느끼는 시청자도 있었죠.
최원영: 그래서 ‘SKY캐슬’은 두세 번 봐야 하는 작품이에요. 표면적으로만 보면 충분히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어요. 하지만 심리적, 내면적으로 잘 찾아보면 우주네 가족이 잘 이해되실 거예요. 본 방송을 보시면서 전체를 관망하고 화려한 플레이를 보셨다면, 이제는 전체의 내용을 알았으니 한 가족에만 집중해서도 봐 보는 거죠. 그러면 또 다른 무언가가 보이고요. 그만큼 작가님 대본이 보여주는 인간군상의 심도가 정말 깊어요. 저희는 연기를 해야 해서 촘촘히 읽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항상 가졌는데, 그럴 때마다 놀라울 때가 많았어요. 분명, 또 다시 보면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Q. 사교육에 유일하게 열을 내지 않는 황치영-노수임 부부는 ‘캐슬’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한 것 같나요.
최원영:
작가님의 의도는 사회 속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바람직한 인간군상을 보여주시려고 한 것 같아요. 유일하게 따뜻하고 정상적인 가족이고, 그걸 더 밝고 화기애애해 보이게 극대화 시킨 거죠. 그래서 더욱 불편하고 이질감 있게 느꼈을 수도 있어요. 황치영 노수임처럼 살아야 한다는 걸 우리는 다 알고 있어요. 우리 가족 외의 다른 가족들은 엄마의 통제와 아빠의 부재로 아이를 심리적 유아상태에 놓이게 만들죠. 몇몇 아이들은 그런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고 공황장애나 우울도 앓아요. 작가님은 이런 걸 직접적으로 알리기보단 가족간의 대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저희 가족은 이 작품이 갖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한 대상이었죠.

Q. 실제로 아이 아버지기도 하잖아요. 이 작품을 연기하면서 교육관에 대한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최원영:
고민만 하고 있어요. 교육은 부모 욕심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죠. 전체적인 사회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해요. 공부하기 싫다고 하면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라고 해줄 수 있어야 해요. 하지만 그런 게 힘든 현실이에요. 저도 고민이 많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주겠다는 확신이 있다는 거예요. 의논하고 소통하면서 본인 스스로가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싶어요. 저는, 그런 의지는 있죠.

Q. 극 중 아들인 우주(찬희)가 모범생으로 나와요. 그런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나요(웃음).
최원영: 그런 생각은 없었어요.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직업적 목표를 갖고 키우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우주처럼 착하면 좋죠. 그 안에서 건강하게만 자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아요. 물론, 공부도 중요해요. 하지만 그 찰나의 입시공부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배움에는 끝이 없잖아요. 저도 뒤늦게 공부를 한 케이스거든요. 학창시절엔 기계처럼 공부하는 게 싫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 시기를 넘으니 배움에 대한 열망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은 일도 찾았고요. 그렇게 묵묵히 버티고 잘 지내면서 연기자라는 직업도 갖게 됐어요. 부모님이 유년시절부터 제게 따뜻한 사랑을 주셨기에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어요.

Q. 누구보다도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직접 경험한 거네요.
최원영:
저는, 그런 걸 믿어요. 세상이 어지럽고 혼탁하더라도 자신의 중심을 갖고 있으면 잘살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멋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것들이 확산 되어야 사회적인 환경 자체도 풍요로워질 수 있는 거죠.

Q. 극 중 아들 역할을 소화했던 SF9 찬희와의 연기는 어땠나요.
최원영:
우주 그 자체 같았어요. 이제 갓 스무살이 된 걸로 알아요. 찬희는 촬영 외에도 우주였죠. 현장에서 촬영할 때 아들로 만나다 보니 제게 찬희는 우주였어요. 시간이 없어서 식사 자리를 많이 갖지 못해 아쉽기도 했지만, 그만큼 작품에 있어 모두가 치열했어요.

Q. ‘SKY캐슬’은 여자 출연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전면부에 부각되는 드라마였어요. 바로 그 점 때문에 초반부터 더 주목을 받기도 했죠.
최원영:
본질적으로 엄마를 위한 이야기라 생각했어요. 그런 만큼 전면에서 활약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 과정에서 각 가정이 처한 상황에 따라 배치가 바뀌는 정도였죠. 축구로 따지면 엄마들이 공격수였어요. 스트라이커는 김주영(김서형)과 한서진(염정아)였고요. 저는 후반부의 스위퍼 정도였어요. 다 같이 팀플레이로 좋은 경기를 만들어냈어요.

최원영 /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Q. 실제 가정에서도 황치영처럼 다정다감한 아버지인가요.
최원영:
평소에 다정다감한 면이 있지만 작품 안에서처럼 24시간 늘 그렇진 않아요. 합리적으로 지내려 하고 있어요. 밥 먹고 설거지하는 건 황치영과 비슷한 것 같아요. 제가 먹은 건 제가 치우고 아이와 놀아주기도 하는 그런 면들이요.

Q. 드라마 반응이 좋았던 만큼 여러 매체를 통해 시청자들이 다양한 반응과 의견을 남겨주기도 했어요.
최원영:
그런 걸 보면서 이 작품이 가진 사회적 반향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 반응들을 흥미롭게 봤었죠. 교육문제와 권력문제를 저희 드라마에 빗대어 쓴 글들은 정말 흥미로웠어요. 그런 측면에서 저희 드라마가 순기능을 할 수 있는 견인차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Q. 황치영 캐릭터는 다른 극 중 인물에 비해 큰 감정적 동요를 보이지 않았지만 상황적으로는 다양한 감정을 보일 일이 생기기도 했어요. 연기를 함에 있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야 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법 한데.
최원영:
개인적으로는 큰일났구나 싶었어요. 다들 연기 신공을 부리고 있었거든요. 모든 연기자들이 다 각자 포지션에서 너무나도 잘해줬어요. 저는 그걸 보느라 넋놓고 있었고요(웃음). 저 역시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욕심을 너무 부리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 드라마는 엄마를 중심으로 행동반경이 움직였거든요. 한 발 떨어져 있는 연기에 대한 고민이 컸지만, 그게 멋있는 연기라는 것을 깨달았죠. 그런 걸 체감하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어요.

최원영 /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Q. 신작 ‘닥터 프리즈너’ 출연을 앞두고 있어요. ‘SKY캐슬’에서 함께 호흡한 김병철(차민혁 역)과 또 호흡을 함께 맞추게 됐죠.
최원영: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캐릭터예요. 그 드라마 역시 권력구조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다루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SKY캐슬’과는 전혀 다른 대치점이 있어요. 저는 재벌2세 역을 맡았는데, 한국 드라마에 많이 등장하는 뻔한 클리셰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여러 생각을 하고 있어요. 재벌 캐릭터는 특별한 서사가 없는 이상 뻔해요. 그 정형성을 탈피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보편적으로 소개할 부분은 불편함 없이 보여드려야 하지만, 작품 내에서 다르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변주해보려 하고 있어요.

Q. ‘SKY캐슬’이 여러모로 연기 인생의 전환점 같은 느낌이 들어요. 배우 본인에겐 어떤 작품으로 남았나요.
최원영:
천운과 같은 복이에요. 연기 활동을 하면서 이런 작품을 만나지 못하는 배우고 90% 이상이에요. 이런 복을 함께 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영광스러워요. 인생작이라는 칭호가 붙는다면 정말 감사할 일이죠. 이 작품은, 연기자 최원영으로 하여금 스스로 의식의 껍질을 깨게 만들었어요. 사실, 제가 한 건 없어요.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고 때로는 제가 해내야 할 역할이 있을 땐 참여하면서 새로운 걸 많이 느끼게 됐달까요.

Q. 배우뿐만 아니라 여러 방송 제작진들에게도 경종을 울려준 작품이라 생각해요. 시청률 가뭄 시대에 20%를 돌파했다는 건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컸어요.
최원영:  
재밌게 작품을 잘 만들면 시청자들도 보러온다는 걸 증명한 작품이기도 해요. 그동안 저희는 시청 환경이 달라져서 시청률 10%만 나와도 잘된 거라 했는데, 그런 변명을 반성하게 했어요. 작품을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다 같아요. 저희가 좀 더 고민하고 애를 쓴다면, ‘SKY캐슬’ 같은 작품이 생산되는 게 어쩌다 한 번 나오는 기적 같은 일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껍질을 깬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한 마디로, 희망을 준 작품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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