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포스터 / 사진=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가히 파괴적인 수준이다. 해도 해도 지나친 수준의 '국뽕'(지나친 국수주의를 이르는 신조어)이다. 3·1절 100주년을 기념하며 나왔다는 이 영화는, 누가 봐도 애국 마케팅에 편승하고자 한 느낌만 여실히 준다.

'자전차왕 엄복동'(감독 김유성)은 일제강점기 희망을 잃은 시대에 쟁쟁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하며 동아시아 전역을 휩쓴 '동양 자전차왕' 엄복동을 소재로 한 영화다. 

작품이 지향하는 바는 누가 봐도 뻔하다. '애국'이다. 자전차 대회에서 우승을 줄곧 거머쥐었던 실존인물 엄복동을 소재로 삼아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데에 주력한다. 여기에 감독이 욕심을 내봤다. 로맨스부터 독립투사의 피나는 투쟁기와 액션, 스포츠드라마 특유의 역동적 화면, 로드무비, 코믹, 우정 등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버무렸다. '자전차왕 엄복동' 측 역시 미디어SR에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채로운 재미를 지향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됐다. 엄복동(정지훈)과 독립운동가 김형신(강소라)은 감정을 쌓아갈 일이 거의 없었음에도 세기의 로맨스처럼 애절해진다. 장면들의 연결은 짜임새가 부족했고, 어느 하나 뻔하지 않은 대목이 없었다. 캐릭터 역시 더 없이 평면적이고 또 전형적이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컷 / 사진=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중간마다 삽입된 CG는 어색하기 그지 없다. 배우들이 소화하는 대사 톤도 제각각이다. 플롯과 서사 역시 부실하다. 엔딩 장면의 내레이션은 '국뽕 치사량' 수준이다. 자전차 대회에서 거둔 엄복동의 연승이 3·1운동 정신으로도 이어졌다는 내용인데, 이는 역사적 검증이 되지 않았을 뿐더러 과잉해석 여지가 충분하다.

정지훈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순수함과 모자람 사이에 있는 듯한 캐릭터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제작에 참여한 이범수의 캐릭터는 평면적이며 정의롭기만 하다. 독립운동을 충실히 전개해나가는 강소라의 연기는 볼 만했지만 '자전차왕 엄복동'의 전개 흐름과 다소 동떨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좋은 재료들을 열심히 모아봤지만 그 어울림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던 모양새다.

"국뽕이 무엇이고 신파가 무엇인지. 왜 국뽕과 신파는 지양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영화를 두고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물론 이 말 자체는 틀리지 않다. '애국'이 조롱 받고 지탄 받아야 할 대상은 결단코 아니다. 오히려 더 없이 무거운 의미를 가지는 소재다. 그런 만큼 이를 활용하고자 할 때에는 조금 더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고민한 흔적이라도 엿보여야 한다. 애국심만 믿고 안전주의로 영화를 만들어대던 시기는 이미 한참 지났다. 어설프게 3·1절 100주년에 편승하고자 한 무사안일주의만으로는 '요즘 관객'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오는 27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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