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 사진=넷플릭스

가히 주지훈 전성시대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20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것에 이어 이번에는 넷플릭스로 전 세계를 정조준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극본 김은희, 감독 김성훈)에서 세자 이창 역을 소화한 주지훈이 최근 시즌2 촬영에 돌입했다. ‘킹덤’ 시즌2에 대해 ‘역대급’이라 자신하는 그의 얼굴엔 자신감이 깃들어 있었다. 그 자신감의 근원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시즌1 반응이 폭발적이에요.
주지훈: 정말 좋아요. 고민하고 걱정했던 부분에 대한 피드백도 봤거든요. 우리 이야기가 잘 전달되고 있다는 생각에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도 파이팅이 돼요. 절망에서 시작하는 것과 희망에서 시작하는 건, 다르니까요(웃음).

Q. 190개의 나라에 동시 공개가 됐어요. 배우 본인이 체감하는 바가 있나요?
주지훈: 체감을 잘은 못해요. 신기한 경험이에요. 분명히 오픈했는데 오픈한 것 같지가 않거든요. 남의 작품 같고요. 영화관에 걸리는 것도 아니고, 지정된 시간에 매번 릴리즈되는 것도 아니니깐. 잘 되고 있다고는 하는데 정확한 수치는 알려주지 않죠. 그런데 시즌2는 또 들어가요.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확 감은 안 잡혀요.

Q. 그렇지만 확실히 화제는 되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만큼 유튜브에는 우리나라의 전통 모자인 ‘갓’에 대한 이야기도 거론되고 있고, 해외 네티즌들이 ‘킹덤’에 대한 리액션들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죠.
주지훈: 그런 건 느끼고 있어요. 세계적인 영화 평론 사이트인 IMDB에서 ‘킹덤’이 11위까지 올라갔었어요. ‘왕좌의 게임’ 같은 유명작이나 이미 완결이 난 작품들까지 모조리 포함해서요. 스페인의 어떤 신문에서는 한 면의 전체 이슈가 ‘킹덤’이었다고도 들었어요. 정확히는 몰라도 그런 걸 보면 꽤 많은 분께서 시청해 주셨다고 생각해요. 넷플릭스의 영향력도 느끼죠. 일전에 해외에 갈 일이 있었는데 공항에 2, 30명 정도의 팬분들이 나와계시는 거예요. 어떤 작품을 봤냐 하니 ‘신과 함께’와 ‘킹덤’을 봤대요. 한류 콘텐츠가 잘 되고는 있어도 방영 후 타국으로 퍼지는 시간이 어느 정도는 소요가 되는데 ‘킹덤’은 확실히, 오픈하자마자 그런 쪽으로 반응이 오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체감이 됐죠.

'킹덤'에서 세자 이창 역으로 활약한 배우 주지훈 / 사진=넷플릭스

Q. 한류 콘텐츠의 새로운 장을 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서양의 좀비와 조선이라는 배경의 결합이 신선하다는 반응도 많았고.
주지훈: 저는 그런 생각도 점점 들어요. 한류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랄까요? 예전에는 할리우드만이 꿈의 무대였어요. 지금도 할리우드는 꿈의 무대지만, 한국에서 우리나라의 콘텐츠를 더 열심히 만드는 것 역시도 큰 파급력과 파괴력을 줄 거라 생각해요. 자부심이 생기는 거죠. 지금만 해도 BTS나 이병헌 선배, 배두나 누나가 실질적으로 굉장한 활동을 펼치고 있고요.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고, 음악 역시 이미 범 아시아적으로 나가고 있으니까요.

Q. 넷플릭스의 수치 미공개 정책은 어떤가요. 늘 시청률이나 관객 수를 봐온 입장에서 이런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
주지훈: 그 정책이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지금 잘 되고 있어서 망정이지 안 되고 있을 때 수치가 밝혀지면 수치스럽잖아요?(웃음) 그런 게 밝혀지지 않아서 자유로워지는 면도 확실히 있어요. 수치가 공개되면 흥행공식에 매달리게 될 수도 있는 거거든요.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장치라 생각해요.

Q. 세자 이창은 책으로만 세상을 배운 세자예요.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세자 경험이 있었는데, 이번 캐릭터 소화를 위해서는 따로 기울인 노력이 있었을지 궁금해요.
주지훈: 세자 역할을 몇 번 해봤던 만큼 간접 체험을 한 부분이 있죠. ‘궁’을 찍을 땐 운현궁 같은 곳에 가서 기본적인 예절을 공부했고,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는 신하를 대하는 상황이나 왕실의 분위기 등을 익혔어요. 사극 연기도 해봤던 만큼 그런 부분에 대한 이해에는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사실, 가장 고민하는 건 사극 말투에 대한 새로운 변주예요. KBS1에서 대하사극이 나온 뒤부터 사극 말투가 그렇게 굳어진 건데, 실제로도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하지만 관객이 가진 명확한 인지에 대해 마구잡이식으로 제 생각을 밀어붙일 수는 없으니까 그에 대한 고민을 하는 거죠. 그 외에는, 한복 매무새에 대한 인지는 확실히 하고 있죠. 아무래도 경험이 있으니까.

'킹덤'에서 세자 이창 역으로 활약한 배우 주지훈 / 사진=넷플릭스

Q. ‘신과 함께’나 ‘아이템’ 등 특수효과가 많이 사용되는 작품에서 활약 중이에요.
주지훈: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신과 함께’라는 김용화 감독님의 모험이 잘 됐으니, 거기 나왔던 제가 그런 연기를 좀 더 잘해줄 거라는 기대를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선입견이이기도 하죠. 이해도가 높을 것 같다는 기대도 있으신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는, 명확한 사물이 없는 상황에서도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하다 보니 제 사고 자체가 확장되는 것 같아요. 기존에 나 자신이 가졌던 좋은 연기와 좋은 작품에 대한 생각이 점차 넓어지고 있어요. 이제는 감정만으로는 안 되고, 감정에 기술이 결합 돼야 하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죠. 그런 만큼 연기를 함에 있어서도 제 감정만 고집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부분과 잘 섞어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생겼어요.

Q. 이번에 새 드라마 ‘아이템’을 촬영하면서 ‘궁’을 다시 봤다고 했죠. 그때 이후로 배우로서 자신이 어떻게 성장한 것 같아요?
주지훈: 그때의 저를 다시 보니까 정말 풋풋해서 쓰다듬어주고 싶더라고요. 지금은 뭐, 때가 많이 탔죠(웃음). 농담이고요, 지금은 현장이 참 편해졌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감독님과 관객, 스태프분들이 저를 편하게 느끼게 되면서 제 마음도 편해진 부분이 있어요. 그런 긍정적인 마음이 작품에도 담기게 되는 것 같아요.

Q. 영화나 드라마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가지잖아요. 둘 중에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가 있을까요.
주지훈: 완전하게 배우 입장으로만 보면 영화를 선호할 수밖에 없어요. 처음부터 끝까지의 완벽한 대본이 있고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간이 더 많죠. 하지만 관객 분들이나 작품 전체를 두고 생각해보면 드라마만의 장점이 있어요. 관객과의 스킨십이 더 강하고 2시간의 러닝타임에는 다 담을 수 없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으니까요. 저는 원래 영화를 훨씬 더 선호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어요. 그때마다 끌리는 걸 골라요. 장르에 크게 구분을 두고 있지는 않아요.

주지훈 / 사진=넷플릭스

Q. ‘결혼전야’ 이후로 로맨틱 코미디(로코) 장르는 잘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장르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떨어진 걸로도 보이는데.
주지훈: 그런 건 아녜요. 다만 대중문화 산업인 만큼 관계자분들이 냉철하신 거죠. ‘결혼전야’나 ‘키친’이 잘 안되는 걸 보면서 저를 찾아주지 않는 게 아닐까요(웃음). 더 노력해서 잘해야겠다 싶죠. 로코 장르에는 관심이 많아요. 저는 모든 장르를 선호하거든요. 선입견 없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Q. 그런 만큼 요즘 다양한 작품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요. 소처럼 일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다작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주지훈: 제가 작업하고 싶던 감독님들의 콜을 받고, 또 제가 하고 싶은 대본을 받으니 안할 수가 없는 거예요. 하게 돼서 피곤하게 될지라도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궁’ 같은 청춘물이 많은 사랑을 받았었는데 한두 편쯤 더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후회. 왜냐면 그 나이대에만 할 수 있는 게 분명히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30대에 할 수 있는 건 미루지 않고 다 하고 싶어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Q. 그런 생각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주지훈: 상황은 늘 같아요. 다만 제 마음이 달라졌어요. 작품을 많이 한다는 건 쉬는 시간을 그만큼 줄였다는 거죠. 감독님을 매일 만나서 작품 얘기를 나누고, 인간적으로 친해지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연출 스타일은 어떤지, 화법은 어떤지 등을 봐야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시간들이 제겐 즐거운 놀이처럼 느껴져요. 일로 느껴지지 않는 거죠. 그래서 작품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드라마면서도 영화의 특징들을 다 갖고 있으면서도 자유를 보장해주는 분위기죠.
주지훈: 글을 아주 잘 쓰는 작가님과 연출을 아주 잘 하는 영화감독님이 만났잖아요. ‘킹덤’은 그 장점이 합쳐졌어요. 드라마는 방송 스케줄에 쫓기다 보니 연기나 연출, 카메라 앵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게 현실이에요. 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영화 스케줄에 맞춰 드라마처럼 갈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러닝타임이 2시간 10분을 넘어가면 관객들은 길다고 느껴요. 그런데 넷플릭스는 영화 퀄리티로 영화 제작진이 300분 가량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줬죠. 그건 굉장한 이득이에요. 긴 서스펜스를 만들 시간과 여건을 주는 거니까. 또 광고를 받고 하다보면 원치 않는 득실과 이해관계가 생기는데, 넷플릭스는 광고가 없어요. 창작에 있어서는 좀 더 자유로운 부분이 확실히 있죠. 제작여건을 잘 굴려주시는 감독님과 작가님께도 굉장한 존경을 표하고요.

주지훈이 활약한 '킹덤' 메인 포스터.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오픈되며 큰 반응을 얻고 있다. / 사진=넷플릭스

Q. 초 글로벌적인 외국계 플랫폼이라는 점도 독특한 부분 중 하나죠.
주지훈: 그래서 관객들에게 관용도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보통 같은 나라 사람이 같은 말을 쓰면 그 자체로 피부에 너무 와 닿아요. 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이 하는 건 상대적으로 내 일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주잖아요?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콘텐츠여도 넷플릭스라는 외국 플랫폼을 통해 외국으로도 오픈된다고 하니까 보시는 분들에게 관용도가 생기는 것 같아요. 보통 선입견은 무의식의 기저에 깔린 정보들이 모여 만들어지는데 그런 게 사라져버리는 거죠.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통해 선입견이 허물어지는 과정이 정말 재밌더라고요.

Q. ‘킹덤’에서 흥미롭게 봤던 장면은 무엇인가요.
주지훈: 우리의 좀비 가족과 추격 장면이요. 그리고 우리나라가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싶어서 정말 신기했어요. 자랑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웠어요. 의복도요. 등잔 밑이 어둡다는 걸 새삼 느꼈죠. 사실 다른 나라 도시는 예쁘다고 막 걸어다니면서 우리나라에선 안 그러잖아요. 관심을 두지 않으면 좋고 아름다운 걸 갖고 있어도 잘 모르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Q. 국내에서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활보하지 못하는 면도 있을 것 같아요.
주지훈: 그렇지는 않아요. 마스크도 끼고 다니고요. 지금도 웬만한 거리는 거의 걸어다니는 편이에요. 7시에 미팅이 있으면 5시 쯤 나가서 한강을 쭉 따라 걷다가 미팅장소에 가던가 하는데, 그러다보니 패션과 같은 모든 것들이 바뀌었어요. 걷기가, 참 정신건강에 좋더라고요(웃음).

Q. 요즘들어 ‘주지훈 전성시대’라는 말도 나오고 있어요. 인기를 체감하고 있나요?
주지훈: 사랑을 많이 해주신다는 건 느끼고 있어요. 대화를 하시고 싶어한다는 느낌도 받고요. 그런 게 정말 소중하고 즐거워요. 인터뷰하는 이 시간도 즐겁고요. 관객분들과 만날 때에도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느껴요. 마음이 정말 좋아요. 그리고 제가 많이 편해진 것 같다는 말도 많이 들어요. 예전에 ‘궁’, ‘마왕’을 했을 땐 샤프하고 시크한 캐릭터를 기대해주셔서 저도 덩달아 그런 모습을 보여드렸었는데, 지금은 상대적으로 거칠고 코믹한 요소를 가진 역할들을 맡아서 그런지 달라졌어요. 나이를 먹기도 했고요. 주변에서 솔직하게 다가와 주시니깐 저도 좀 더 솔직하게 다가가게 됐어요.

주지훈 / 사진=넷플릭스

Q. 김은희 작가의 대본을 찬양했었는데, 배우 스스로가 느끼기에 어떤 점이 특히나 더 대단하게 느껴졌나요.
주지훈: 작가님은 어려운 얘기를 정말 쉽게 쓰세요. 관객에게 이해를 시키기 위한 설명적인 대사도 거부감이 전혀 없게 쓰시고요. 대사가 술술 나올 수 잇도록 극 중 상황도 정말 잘 만들어 놓으시죠. 그게 정말 엄청나신 능력 같아요.

Q. 최근 류승룡 배우의 출연작 ‘극한직업’이 1000만 영화 대열에 합류했어요. ‘킹덤’ 배우들의 라인업에 1000만 영화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인데.
주지훈: 류승룡 선배님이 괜히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시죠. 늘 여유롭고 정말 재밌으세요. 선배님은 이미 든든한 ‘류승룡’이셨지만, 더 대단한 ‘류승룡’과 함께 하게 돼 정말 든든해요. 최고죠.

Q. ‘킹덤’ 제작발표회 당시 시즌1을 두고 “지금까지 이런 드라마는 없었다. 이건 한드(한국드라마)인가, 미드(미국드라마)인가”라는 말을 했어요. 시즌2에 대해서도 이런 비유를 해본다면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주지훈: 시즌2는 모든 순간이 폭발합니다. 정말 폭발해요. 대본을 보면서도 류승룡 선배와 육성으로 “어?!”라고 소리를 치곤 했어요. 놀라워요. 시즌1의 ‘떡밥’들도 다 수거되고, 새로운 ‘떡밥’이 제시되죠. 이 이상은 말할 수 없습니다(웃음).

Q. 시즌2에서는 감독의 변화가 있을 예정이에요. 1부까지만 기존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하고 2부부터는 ‘특별시민’의 박인제 감독이 맡는데, 두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꽤 다른 편이잖아요. 이에 대해 우려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주지훈: 미국에선 이미 많이들 그런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중간에 연출이 바뀌는 일이 거의 없잖아요. 그런 배턴 터치가 혼란스러울 수도 있어요. 한 사물을 봐도 감독님마다 표현 방법이 아예 다르기 때문에 사전미팅이 정말 중요하죠. 그래서 지금 박인제 감독님과 김성훈 감독님을 다 같이 만나고 있어요. 박인제 감독님은 2부부터 참여하시지만 1부의 촬영장부터 현장에 나와계세요. 현장 분위기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맞춰가려고 하시는 거죠. 처음부터 한 팀인 것처럼 맞춰가려 하고 있어요. 저희 모두가,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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