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이 연구원] 사회적기업은 소셜 벤처(social venture), 소셜 엔터프라이즈(social enterprise), 커뮤니티 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 등 국제적으로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운동이자 국가복지, 공공, 사회 정책 속에서 발전하기 때문에 국가별 발전 과정에 따라 맥락이 다양하다.

한국에서는 '사회적기업' 이름표를 달기 위해 정부의 인증을 받아야한다.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기업만이 '사회적기업'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의 정의로만 보면 사회적기업은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고용창출을 하는 기업’으로 협소하게 해석되고 있다. 그럼 대기업이 지역사회에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사회공헌에 수백억원을 투자하는 것도 사회적기업 테두리 안에 포함되지 않는가? 비영리단체가 상업적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을 얻어 다시 사회를 위해 재투자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는가?

사회적기업은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생적으로 생겨나야 하는데 정부 주도의 정책이 범주를 제한하고 정체성을 모호하게 한다. 법률적인 용어 외에도 국가의 발전과정에 따른 용어적 맥락을 살펴보고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정체성을 규명해야 한다. 또 국제적인 맥락에서 한국 사회적기업의 현 위치와 시사점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미국, 유럽, 한국의 사회적기업 발전 배경

미국의사회적기업은자선활동의지속성과비영리조직의자립성을위한상업활동이일반화되면서시작됐다. 1960년대 미국 정부는 The Great Society Program을 통해 빈곤, 교육, 의료 서비스 분야의 비영리조직에 수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1970년 후반 경기침체로 인해 1980년대 사회복지 예산을 감축했다. 그러자 비영리조직은 자체 수익을 마련하기 위한 대안으로 서비스 제공을 유료화하고 상업적 활동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비영리조직과 사회적기업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기업의 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다만 비영리조직에 후원하는 재단의 수가 상당히 많고, 활성화된 개인 및 민간 기부 문화로 재정지원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 기반해 미국에서는 시민들의 자원봉사, 비영리조직의 활동 참여와 지지가 높다.

협소하게는 사회적기업을 ‘상업활동을 하는 비영리조직’으로 보지만 아주 광범위하게 정의할 경우 영리지향적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사회적 투자 활동까지 포함한다. 따라서미국에서는사회적기업을조직혹은기업의사회적목적을위한수익창출'활동'을 의미하며, 비영리단체의 수익창출 프로젝트와 기업의 사회공헌 및 자선사업까지 포괄적으로 의미하고 있다.

유럽은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경기침체와 실업률 증가가 동반되면서 복지국가의 위기가 도래하기 시작했다. 제3섹터의 서비스 제공과 다양화에 관심을 두면서 사회적기업이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대안으로 태동했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회적기업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유럽 대다수 국가는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사람의 노동통합 목적을 갖고 있는 협회나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경제운동의 기반이 두텁고 공공정책과의 관련성도 크다.

영국 같은 경우 재활용, 사회서비스 분야 커뮤니티 기업, 사회적회사, 노동자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을 재정지원하는 지역금융사 등이 모두 사회적기업 범주에 포함된다. 즉, 유럽에서는 '사회적 목적을 갖는 비즈니스 조직'이나 사회적 경제 영역의 사회적협동조합도 포함이 된다.

한국의사회적기업의발전과정은크게 1997년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사회적기업의 태동은 1990년대 초반, 노동자협동조합이라는 생산공동체에서 시작됐다. 도시 빈민이나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협동적 노력을 통해 빈곤을 극복하고 경제적 자활을 이루려는 노력이다. 90년대 중반 사회운동은 정부 차원의 빈곤대책으로 검토돼 자활정책 프로그램으로 시범운영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량 실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과 공공 차원에서 긴급 구호 사업과 일자리 창출 사업이 진행됐다. 2000년에는 보건복지부 주도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으로 수급자 및 차상위자 자활지원 사업을 제도화했다. 2003년부터 노동부에서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도입해 노동취약 계층을 주로 고용, 공공근로를 창출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공공근로에 치우치는 경향이 많고 행정관리면에서 낭비가 많아 한계점이 있었다. 2007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을 위해 정부는 사회적기업육성법을 제정하면서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해 제도화시켰다.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일자리 제공사업을 추진하기위해 제도화를 시켜 정부주도로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게됐었다. 한국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목적을 가진 비즈니스사업체(business organization)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 현 위치와 방향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유럽과 비슷한 성격을 몇가지 갖고 있다.

첫째, 공공정책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

유럽과 한국은 사회적 수혜자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빈곤과 실업 문제와 같은 사회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의 경우는 비영리조직의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상업적 비즈니스로 사회적기업이 발전했다. 정부지원과 공공정책보다는 개인이나 민간의 지원 비율이 높다.

둘째,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법적 지원체계가 존재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하고 있다. 유럽과한국은 고용이나 사회서비스 부문의 사회정책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생산공동체 협동조합 비영리단체 및 기관 등의 사회운동을 배경으로 시민사회의 자율성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생산공동체 운동이나 비영리조직의 활동기반이 유럽과 미국에 비해서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의미는 국가별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중앙정부 주도로 육성되고 무엇보다 '인증제'를 통해서 지원을 받다 보니 본연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제도적인 모델과 유사해지려고 하거나 그에 순응하려는 경향이 있다. (김성기, 2011) 정부 인증 사회적기업의 대부분은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형'과 '사회서비스 제공형'으로, 사회복지와 일자리사업으로서 고용 창출이라는 사회적인 목적으로 사회적기업의 범주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조급한 성과주의에 매몰될 경우 영리성, 시장 지향성을 강조하고 사회적기업이 견지해야 할 사회적 목적성, 민주성 등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영리지향적 기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사회적기업의 본질적 속성을 찾아서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한다. 동시에 일자리창출에 치우치지 않고 더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기업도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으로 범주와 형태가 다양화돼야 한다.

또한 사회조직의 혁신성을 고려해볼 때 앞으로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시민사회의 활동과 참여를 더욱 높여야 한다. 시민이 주체가 되고 기업의 전문성에 기반한, 창의적인 방식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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