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단원고 세월호 희생자 명예졸업식에 앞서 유가족 측이 취재진 앞에서 기자회견 하는 모습 사진:구혜정 기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을 위한 명예졸업식이 오늘 열렸다. 유가족 측은 이날 "(졸업식은) 위로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아이들의 안전과 명예를 위해 명예졸업식을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학사일정 중에 희생된 아이들이 제적 처리되는 등의 불명예스러운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경근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12일 오전 단원고 4층 단원관 명예졸업식장 앞에서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우리 아이들의 안전과 명예를 위해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명예 졸업식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 집행위원장은 "가족들의 심경과 이번 졸업식의 의미를 묻는 연락들을 많이 받았다. 솔직한 심경으로는 마음이 좋지 않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 돌아 오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위안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명예졸업식을) 추진한 이유는 가족들에게 위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 후배들, 살아있는 아이들의 명예가 더렵혀 지는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학사 일정 중에 희생된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제적 처리하는 명예를 더럽히는 관행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2016년 1월 12일 세월호 희생 학생들이 생활기록부 상에 제적처리가 되며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당시 단원고와 경기도교육청은 2016년 생존 학생들을 졸업시키면서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 전원을 제적 처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유족들이 반발 했다. 당시의 학적처리 시스템상 희생 학생들의 학적이 남아 있는 한 생존 학생들의 졸업처리가 되지 않자 제적처리 해버린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도교육청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나이스(NEIS)를 운영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과 협조해 ‘제적’ 상태에서 ‘재학’ 상태로 학적 복원 작업을 진행했으며 2016년 11월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이 개정되면서 희생 학생들의 학적이 '명예 졸업'으로 완전히 회복됐다. 

명예졸업식 모습 사진:구혜정 기자

전명선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그동안 학사일정중에 희생된 학생들에 대한 대한민국의 처우는 그들을 제적처리 하는 등 불명예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 아빠, 엄마들이 첫째로 요구했던 것은 명예 회복이었다"라며 "아직도 희생 학생들이 제적 처리됐었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들이 많다. 참사 이후에 제도적으로 바뀐 것은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바뀐 것이 아니라 피해 가족들과 교육부, 교육청이 제도를 바꿨다. 다시는 희생 학생들이 제적 처리로 명예를 잃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 위원장은 "(요구사항의) 둘째로 교실존치 부분은 4.16 안전교육시설건립을 위한 협약을 통해 현재 4.16 민주시민교육원 건립과 기억교실 복원 및 보존을 위해 실시설계 용역이 진행 중에 있으며, 셋째로 요구했던 단원고내 추모조형물과 기억공간 건립은 2018년 11월 30일 조성을 완료하고 제막식을 진행했다"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오늘의 명예졸업식이 진행됐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명예졸업식은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유가족과 재학생들, 유은혜 교육부 장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그리고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온 시민들의 애도 속에 진행됐다. 졸업식이 열리는 단원고 4층 단원관 강당 안에는 희생 학생들의 이름표가 붙은 250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자리에는 유가족들이 대신 앉아 아들, 딸들의 졸업장과 꽃을 받았다. 

양동영 단원고등학교 교장은 "다시는 되풀이 되서는 안되기에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어야 하기에 (희생 학생) 여러분을 기억하겠다"라며 "매년 주기마다 마음을 모아 추모 행사를 하고, 후배들에게 안전 교육과 공동체 교육을 실시하겠다. 학생들 각자가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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