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명예졸업식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구혜정 기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의 명예졸업식이 오늘 열렸다. 사고만 아니었다면 2016년 졸업했을 학생들이 3년 만에 졸업장을 받게 됐다.

12일 오전 10시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에서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다 숨진 단원고 2학년 학생 250명(미수습자 2명 포함)을 위한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명예졸업식'이 열렸다. 생존학생 75명은 지난 2016년 1월 졸업했다.

이날 명예졸업식은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 유가족과 재학생들, 그리고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온 시민들의 애도 속에 진행됐다. 

졸업식이 열리는 단원고 4층 단원관 강당 안에는 희생 학생들의 이름표가 붙은 250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자리에는 이름표의 학생들이 아닌 유가족들이 대신 앉아 아들, 딸들의 졸업장과 꽃을 대신 받았다. 

졸업식은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가진 후, 희생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는 '잊지 않겠습니다' 시간, 명예졸업장 수여, 단원고 학생들의 합창, 인사말씀 등 순으로 진행됐다. 

식이 시작되자 양동영 단원고 교장은 "(희생 학생들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희생 학생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했다. "2학년 1반 김민희, 김수경, 김예은..." 명예졸업식장 정면 화면에는 희생 학생들의 이름과 사진이 띄워졌다. 250명의 이름이 모두 호명되는 20여분 간 강당은 추모의 분위기 속에 학부모들은 연신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고 희생 자녀의 졸업장을 어루만졌다. 아들, 딸의 이름이 나오자 오열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이어 당시 2학년 7반이었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전찬호 군의 아버지인 전명선 세월호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대표로 졸업장을 전달 받은 후 단원고 학생들 2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래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합창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인사말씀에서 눈물을 훔치며  "이제서야 명예졸업식 갖게 된 것을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 잊지 않겠다던 약속이 5년 지난 지금 잘 실천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라며 "그날 이후 더이상 헛된 희생들이 없도록 사람 중심의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했던 일들, 더 잘챙겨 나가겠다. 잊지 않고 함께 하겠다던 약속 꼭 지키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어 유 부총리는 "아직 해결해야 할 것이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픔을 함께 치유하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사회부총리이자 교육부 장관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오늘 명예졸업식은 생전 우리 250명 학생들의 뜻과 꿈이 경기 교육에 영원히 남아있도록,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실천해 나갈수 있도록 약속하는 그러한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오늘 명예 졸업식은 단순히 졸업장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아이들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명예를 지켜갈수 있도록 교육계가 한층 더 노력하고 책임을 다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하늘에 별이된 우리아들과 딸들의 엄마, 아빠들이 졸업장을 받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세월호 참사가 없었더라면 대학 졸업까지 했을 우리의 아들, 딸들이다.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즐거웠을 졸업식장에 자식들 없이 부모들이 공허한 마음에 이자리에 모였다"라며 "우리 아이들의 희생은 대한민국에 새로운 과제를 만들어 주었다. 4.16 민주시민교육원 건립과 기억교실 복원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기 위해 참사를 통해 배운 교훈들을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공간으로 기억과 희망의 교육을 담아내고, 세대간 소통의 장으로 조성되게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 운영위원장은 "희생된 우리 아들, 딸들이 사회에 남겨준 사안들은 영원한 진행형일 수 밖에 없다"라며 "오늘의 이 자리를 통해 별이 된 우리의 아들, 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잊지 않기를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이날 명예졸업식이 끝나고도 유가족들은 쉽사리 학교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었으며 한참을 껴안고 울기도 했다. 마음을 추스린 한 유가족은 의자에 붙은 자녀의 이름표를 떼내어 졸업장과 함께 꼭 껴안아 졸업식장을 빠져나갔다.

이번 명예졸업식을 하는데까지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그동안 단원고는 ‘미수습 학생들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명예 졸업식을 미뤄달라’는 유족 측의 입장을 고려해 졸업식을 연기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세월호 선체 인양과 수색 작업이 마무리됐고, 여전히 두 명의 학생이 수습되지 못했지만 유가족들이 그동안 미뤄온 졸업식을 요청해 3년 만에 졸업식이 열리게 됐다.

단원고는 앞으로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행사를 해마다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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