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한국 영화관객의 기호는 다이나믹하게 변하는 것 같지만 조금만 한쪽으로 기울면 금세 복원력을 발휘하여 중심을 잡는다. 그간 한국 영화는 거대 담론에 익숙해 왔다. 정의, 역사, 묵직한 서사 등에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했고 그런 영화들이 쏟아졌다. 최근에도 영화 ‘창궐’, ‘물괴’, ‘마약왕’등 만만치 않은 자본이 투입되는 작품이 선을 보였지만 그다지, 아니 매우 흥행이 저조했다.
큰 이야기에 어느새 관객들은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근자에 쏟아지는 쇼킹한 사건과 뉴스들이 눈과 귀를 빼앗았다. 계속되는 최악의 불황과 취업난, 생활고에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보헤미안 랩소디’도 이제 한두 번이지 추억팔이의 약발이 다할 때쯤…. 영화 ‘극한직업’이 개봉되었다. 이제는 충무로의 블루칩이 된, 믿고 보는 이병헌 감독의 작품이라 부실하고 유치한 코미디는 아니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다.

단언컨대 이 영화가 몇 년 전만 개봉했어도 대중들의 반응이 이렇게 폭발적이지 않았을 거다. 이미 보신 분들은 동의하리라 믿는다. 그저 나를 좀 웃겨줘! 아무 이유 없어! 라고 생각하는 관객들은 하이브리드 유머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단순과격? 코미디에 배를 잡았다. 흥행 쾌조…. 연일 관객 수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역시나 흥행은 귀신도 모르고 어쩌면 영화흥행은 정말 운에 기대야 할 가장 큰 업종인지 모른다.

영화의 컨셉은 간단하다. 낮에는 치킨장사 밤에는 잠복근무하는 형사들 이야기다.

매번 허탕만 치는 마약팀은 최후의 통첩을 받는다. 해체될 위기에 처한 마약반의 고 반장(유승룡)은 거대 마약범죄조직의 암약 정보를 입수한다. 이번에야 말로 본인의 승진과 연금도 보장받고 마누라한테 큰 소리 칠 기회를 얻게 된 것. 일망타진을 노리는 마약반원들은 범죄조직의 아지트 앞 치킨집을 인수하고 위장 창업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간간이 오는 손님들을 위해 치킨을 팔다 보니 이거 웬걸! 수원에서 왕갈비집을 하는 마 형사(진선유)의 특단의 레시피로 치킨집은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 대박이 난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수원 왕갈비 통닭입니다.” 은근 중독성 있는 이 전화 응답 멘트를 졸지에 치킨집 사장이 된 고 반장은 수없이 되풀이한다. 주객이 전도되어 수사는 어느새 뒷전이 되고 치킨 장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져 버린 마약반. 그러던 어느날 프랜차이즈 사업을 제안하는 한 사업가가 찾아오면서 다시 한 번 소탕의 기회를 얻게 되는데….

배우 류승룡은 이번 영화에서 부활한다. 그간 흥행의 참패를 연타로 맞아 의기소침했던 그였기에 이번 흥행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진선규나 이동휘도 코미디 장르에 잘 녹아들었다. 그러나 조금은 아쉬운, 치킨 장사 대박 다음 이야기에서 몰입도가 떨어진다. 한국영화의 전형적인 습관이자 병폐다. 끝까지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거 말이다. 그래도 관객들이 많이 보고 웃었다니 할 말은 없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심금을 울리는 부분은 따로 있다. 대한민국 대표 자영업종인 치킨집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소상공인들의 애환이 그래도 조금은 흘러나온다. 고 반장과 마약 범죄조직의 보스(신하균)와 격투가 벌어진다. 고 반장은 너무나 쉽게 거액의 돈을 버는 놈에게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 다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이야!” 라며 일갈한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되면서 말이다. 

연휴가 끝났다. 대한민국의 일하는 사람은 모두 극한 직업인이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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