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이 연구원] 취업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맞이하고 있는 높은 문턱이다. 취업에 실패한, 혹은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한 젊은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자신에 대한 확신은 작아지고, 열등감이라는 그늘에 가리워져 있다. 그들이 취업이라는 벽을 넘기 위해 필요한 건 스펙 이상으로, 자신감과 열정이다. 사회라는 실제의 무대에 뛰어 들기 전, 연극 무대를 통해 젊은이들이 스스로 내적 가치와 재능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서부 독일의 라인강 유역에 위치한 비텐(Witten)에 있는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 공장(Projektfabrik)'이다.

2005년에 설립된 프로젝트 공장은 젊은이들이 연극을 하면서 취업에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고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어, 자신의 삶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JobAct가 프로젝트 공장의 핵심 프로젝트다. 10개월 동안 18세에서 25세 사이의 실업 상태에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10개월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5개월 동안 연기 교육을 받고 직접 연극을 하면서 인성을 개발하여 자아를 발견하고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을 스스로 찾도록 한다. 연극을 마치고 학생들은 얻은 성취감으로 남은 5개월은 직업 훈련을 받을 회사에 가고 취업의 길로 연결시킨다.

프로젝트 공장 대표인 산드라 쉬어만(Sandra SchÜrmann)은 젊은이와 그들의 멘토가 개인 삶의 관점을 건설하고 취업에 첫 발을 내딛도록 해주는 전략을 연극에서 찾았다.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창의적인 방법으로 연극을 선택해 심리, 육체, 정신에 모두 동기를 불어넣는다. 그들은 정확성, 신뢰, 팀워크,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기본적인 실력을 배운다. 참가자들은 개인의 가치와 팀으로서 정체성을 얻을 뿐 아니라, 자신이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면 무(無)에서 어떤 것을 창조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따라서 연극이라는 총체적인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의 장점과 능력을 인식하고 확신한 젊은이들은 새로운 직업 영역을 찾아가고 목표를 지향하게 된다.

또 잡코치는 연극교사와 함께 각 참가자들이 연극에 참가하는 과정을 면밀히 지키보면서 개별적으로 평가하고 취업 준비에 도움을 준다. 인턴십, 직업훈련에 이어 취업을 위한 지원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집단 활동, 개인 코치, 모의 면접도 지원한다.


그 결과, 일자리가 중계되는 비율은 65%에 이르고 프로젝트 타겟 그룹을 이민자, 미혼부모로 늘렸을 뿐 아니라 터키, 프랑스,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에도 확대적용하고 있다. 독일의 26개 도시에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설립 후 4년 동안 독일 전역에 6개의 연방 주에서 약 1,650명이 55개 극장에서 연극에 참가했고, 관객 1만명을 돌파했다. 18명의 정규직, 30명의 자유 참가자, 연극교육가, 사회교육가 등 프로젝트 안의 협력방식 파트너가 70명이다.

산드라가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바라본 사회문제는 무엇이었을까?
2009년 5월 독일에서는 15~24세의 거의 20만 명의 청소년들이 가장 낮은 복지 단계에 살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복지 혜택을 받은 수혜자들의 2, 3세대인 청소년들도 무기력으로 좌절하고 있고 시민들을 그들을 사회의 '프리로더스(freeloaders, 남에게 얻어먹기만 하는 사람)'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청년 실업을 다루고 있는 기존의 프로그램도 비효율적이라 능력을 개발하는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전통적인 직업 코칭 프로그램은 젊은이들이 취업에 참여하고 중계되는 비율이 20% 미만이다. 반면 프로젝트 공장은 동일한 비용으로 일반적인 프로젝트들에 비해 2배나 많은 청소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전시키면서 드는 자원의 소비가 적은 편이다.


산드라의 개인적인 경험 역시 프로젝트 공장을 형성하게 된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다. 그녀는 학교를 다닐 흥미와 동기를 찾지 못하고 결국 자퇴를 했다. 사회사업을 선택하게돼 전문대에 들어가고, 청소년 상담 쪽으로 진로를 결정했다. 하지만 산드라는 20년 동안 많은 상담자와 교육자를 보면서 그들 역시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청소년 상담자로서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매료를 부여할 필요성을 느꼈다.

JobAct의 효율적인 프로젝트는 분권화된 조직체계로 전역에서 신속하게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연극 교사와 잡코치들이 현장활동가로 있으며 문화와 교육 분야에서 이미 존재하는 기관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더욱이 고용주와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연극 무대로 초대해 실업 청년들의 가능성과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대중들의 태도와 인식을 바꾼다.

프로젝트 공장은 100% 연방 노동청 산하의 일자리 센터에 의존한다. 80%는 정부의 공적 기금, 20%는 유럽사회기금(Europe Social Fund)으로부터 받는다. 지역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마련한 기금의 3분의 1은 우산 조직을 재정 후원하는 데 사용한다. 산드라는 국가 재정에 더해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스폰서를 받도록 관리해왔다. 또 연방노동기관(the Federal Agency of Employment)의 재정 정책과 다른 인증 프로그램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계속 알아왔기 때문에 그녀는 이 분야에서 창의적인 프로젝트가 받아온 기존의 후원 방식을 바꿔놨다.

산드라는 사회적 기업가로서 어떤 자질을 가지고 있을까?
산드라는 일단 아이디어가 생기면 작은 시도라도 먼저 실행한다.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실행 과정을 먼저 거친다. 그 과정에서 얻는 시행착오와 성과를 통해 다시 새로운 관점으로 아이디어를 바라보고 발전시킨다. 또한 산드라는 내적에서 울리는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처음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기존의 교육가들은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방법론을 믿고 실행하면서도 스스로에게 항상 비판적인 시각을 던지면서 답을 찾아 나갔다.

가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부족한 자신을 채울 수 없거나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상에 그칠 수 있겠지만 프로젝트 공장에서 젊은이들이 고전 문학이나 즉흥 연기를 통해 한 등장인물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부족한 자신을 훈련을 시킬 수 있다. 무대 안에서 자신의 내면을 최적화 했을 때 그리고 연극을 참가자들과 준비했던 총체적인 과정 모두가 그들이 사회에서도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생산물이었다.


“JobAct 프로그램을 통해서 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더욱 배려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제 신체를 훈련시키는 것을 다시 시작했고 이전보다 훨씬 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극단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단체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배웠어요. 이 모든 것이 제 미래의 직장에서도 도움이 될 거에요.“

사회 혁신은 바로 자기 내면에 대한 확신과 변화에서 시작된다. 자신을 찾기 위한 진지한 여정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사회 혁신이 이루어진 것이다. 문화·예술·철학의 관점으로 각 개인의 가치를 발견하고 존중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확산돼 우리 사회 혁신의 씨앗이 많이 뿌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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