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사진. 구혜정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공영방송사 이사 임명 시 특정 성이 전체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또 방송평가 항목에 양성평등 항목 신설 및 미디어다양성 조사항목 확대를 권고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에게는 성평등특별위원회 설치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방송에서 차지하고 있는 여성의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 2017년 미디어에 의한 성차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드라마 속 여성 등장인물 중 전문직 비율은 21.1%인데 비해 남성 등장인물 중 전문직 비율은 47.0%로 높았다. 일반직, 비정규직, 무직 등은 반대로 여성 등장인물 중 50.6%를 차지하나 남성은 35%였다. 극 중 남성은 주로 의사결정을 하는 위치이나 여성은 남성의 지시를 따르는 보조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뉴스의 경우 정치 관련은 남성앵커가 소개하는 비율(55.8%)이, 경제 관련은 여성앵커가 소개하는 비율(63.3%)이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우리사회의 성별 고정관념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분석대상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남성 진행자 비율은 90%, 여성은 10%였다. 출연자 총 198명 중 여성은 21명(10.6%)에 불과했다. 인권위는 "시사토크 진행자와 출연자가 주로 남성이라는 점은 정치적이거나 시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는 주로 남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을 확대 재생산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 5명 모두 남성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위) 위원 9명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하다. 방통위 위원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한국방송공사 이사 11명 중 여성은 2명이다. 방통심위가 임명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은 모두 남성이었다가 2018년 8월 여성 2명이 이사로 선임됐으며, 한국교육방송공사 이사도 9명 모두 남성이었다가 2018년 9월 여성 4명이 이사로 선임됐다.

인권위는 실태조사 결과와 현행 방송 제도 등을 검토하여,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에게 방송정책 결정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방송사 스스로 양성평등 수준을 평가해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갈 수 있도록 방송평가 항목에 방송사 간부직 성별 비율 신설, 양성평등 실천 노력 추가 점수 부여 등 방안을 권고했다. 방송 콘텐츠 내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 재생산 방지와 양성평등 제고를 위해 미디어다양성 조사에 시사토크 장르 포함, 등장인물 성별에 따른 역할분석 등 정성적 평가 도입, 방송 콘텐츠 제작자에 미디어다양성 조사결과 공유 등도 권고했다.

방송통심심의위원회위원장에게는 일방의 성이 열등 또는 우수하다는 관념이나 성별 고정 역할에 근거한 편견을 재생산하는 방송사례를 모니터링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자문기구 설치를 권고했다.

이번 인권위의 권고와 관련, 한 제작사 PD A씨는 7일 미디어SR에 "요즘 작가들 안에서 이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1차적으로 시놉시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런 인식의 변화들이 반영되는 추세다. 따라서 여성캐릭터들이 주도적으로 그려진다. 다만, 특수한 직업군을 다루는 드라마에서는 여성들에 비해 남성들이 주도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소위 말하는 민폐형 캐릭터에 대한 공감도도 떨어지고 있어 여성 캐릭터들의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라며 "다만, 소위 센 여자 캐릭터들이 등장할 때 방송사 CP 등 간부급에서는 한 번씩은 지적이 나오는 등, 현 시점은 확실히 과도기라고 체감된다. 인권위의 이번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인만큼 제도적인 변화가 수반된다면 나아질 수는 있겠으나 드라마틱한 변화가 오는 것은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현재는 넷플릭스 등 외국 자본이 들어간 매체들도 다양해지면서 성적으로 불균등이 많이 개선된 외국 드라마들을 접할 기회가 넓어지고 있고 페미니즘이 전세계적 이슈인만큼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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