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사옥 제공: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정관 변경을 제안하는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고, 앞으로도 투자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한다고 밝히면서 다음에는 어느 기업이 국민연금의 타깃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면, 재계는 국민연금의 이러한 경영 참여가 기업 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1일 한진칼에 대해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한 첫 사례다. 정부는 앞으로도 국민연금을 통한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경제추친전략회의에서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도 기금운용 전문가를 공개 모집하는 등 행동도 뒤따랐다. 이에 국민연금의 다음 대상이 어디가 될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으로는 기업 오너의 운전기사 갑질 논란이 불거졌던 대림산업 등이 있다. 국민연금은 대림산업 지분 13.2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대림산업은 이해욱 회장의 운전기사 갑질과 더불어 하청업체 갑질 의혹, 금품 수수 의혹 등 부정적인 이슈가 연이어 터졌고, 지난해 연말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 이해욱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대상으로 대주주 지분율과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들도 우선적인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297개 기업 중 지난해 배당 성향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49 곳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5월 남양유업, 현대그린푸드 등을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배구조, 환경, 사회적 책임 등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인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에서 하위 등급을 받은 기업들도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대상으로 거론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의하면 지난해 727개 상장사 중 최하위 D등급을 받은 회사는 35개다.

이외에도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은 KT, 효성그룹, SK하이닉스, 넷마블, 네이버, 카카오 등이다. 최대주주가 국민연금(12.19%)인 KT는 황창규 회장이 정치권 불법 로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으며, 자회사 KTCS 등은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횡령 혐의로 오너 일가가 재판을 받고 있는 효성그룹도 유력 후보다. 최근 국민연금은 효성그룹 이사 선임 건에 주주가치 훼손 등의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효성 지분 10.03%를 보유하고 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모두 81곳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적용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이 국민연금의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는 것은 국민연금공단이 지난달 16일 공개한 ‘국민연금기금 국내주식 수탁자 책임 활동(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끝난 뒤 “2020년 이전이라도 기금위 의결을 거치면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의결했다”라고 밝혔다. 당초 이 가이드라인은 2020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중점 관리 사안은 ▲기업의 배당정책 수립 ▲임원보수한도의 적정성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사안 ▲지속적으로 반대의결권을 행사했으나 개선이 없는 사안 등이다. 필요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에 따라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7일 미디어SR에 "앞으로도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적용될 수 있다"라며 "주요 방향은 가이드라인에 따르며, 특별히 논의 중인 기업은 아직 없다"라고 전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7일 미디어SR에 "한진칼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은 특수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라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 일상적인 활동이 되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 사무국장은 "한진칼에 대한 조치는 이미 오너 일가의 만행이 확정적으로 드러난 것에 따른 상징적인 조치로, 다른 기업들 한테도 그런 사례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주주권을 무작위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닌 지침과 원칙에 따라 일상적으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무국장은 "처음 낮은 단계부터 시작해서 높은 단계의 개입을 가이드라인에 따라 해야 한다. 이는 결국 기업가치를 향상시키고 주주가치를 향상해 수익을 보장하는 행위다. 국민연금은 대부분의 기업들에 상당부분을 투자 하고 있는데, 모든 기업들에 ESG 정보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기업은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많이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자신들이 투자하는 기업들이 여러 정보들을 공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며, 이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는 비용대비 큰 효율을 갖고 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수준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라며 "단계적으로 처음에는 정보들을 바탕으로 기업들과 친근하게 대화를 하지만 개선이 안되는 경우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재계에서는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이용해 재벌개혁이나 경영간섭에 이용하는 것은 연금사회주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일 "이번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결정이 선례로 작용해 경제계 전체로 확산되면 기업 활동을 더욱 위축시켜 투자나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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